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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이 사람 잡을까
선무당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이 사람 잡을까
  • 신용수 기자
  • credit@pharmnews.com
  • 승인 2020.08.1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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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문가 “데이터 없는 깜깜이 백신, 환자에게 권유 못해”
미국·유럽 “믿을 수 없다” vs 중국·필리핀 “우리는 사겠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11일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는 온통 ‘러시아 백신’이 차지했다. 러시아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해 등록했다고 폭탄 선언한 까닭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임상3상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데다, 임상 1, 2상에 대한 데이터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신뢰할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말 그대로 효과도 부작용도 알 수 없는 폭탄 백신인 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자국 국무회의에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등록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러시아 정부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한 백신은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센터가 러시아 국부 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투자를 받아 러시아 국방부 산하 제48 중앙과학연구소와 함께 공동 개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본인의 두 딸 중 한 명도 해당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에 참여해 접종을 받았다”며 “인체에 해가 없다는 점을 충분히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후키릴 드미트리예프 RDIF 대표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에볼라, 메르스 등 다른 백신에 여러차례 적용한 아데노바이러스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안전하다”며 “올해 말까지 러시아에서 3000만 회 분량의 백신을, 해외 생각까지 고려하면 전 세계적으로 2억 회 분량의 러시아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자국의 코로나19 백신에 ‘스푸트니크 V’라는 이름까지 붙이면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스푸트니크는 러시아의 전신인 구소련이 1957년 인류 최초로 발사한 인공위성으로, 당시 미국과의 우주 경쟁에서 미국의 자존심을 꺾었던 사건으로 남아있다. 러시아가 백신에 스푸트니크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미국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러시아 백신을 믿을 수 없는 ‘폭탄 백신’으로 분류했다. 백신 개발은 인공위성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

전문가들은 러시아 백신에 대한 불신의 이유로 ‘임상 3상’의 부재를 꼽았다.

백신 개발에서 임상시험은 크게 3단계(1·2·3상)로 이뤄진다. 먼저 1상은 10명 안팎의 소규모로 진행하는데, 주로 인체 유해성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본다. 이어 2상은 구체적으로 항체 생성에 대한 가능성을 보는 단계다. 단기적으로 항체를 생성하는지 가능성을 주로 살펴본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1·2상 모두 3상보다는 간략히 진행하는 편”이라며 “다만 2상의 경우 항체 유지능력까지 보기 위해서는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을 두기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우 개발의 시급성으로 인해 이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3상은 본격적으로 대규모 인원을 상대로 효능과 부작용 여부를 살핀다. 이때 중요한 것은 코로나19에 대한 예방 효과가 실제로 발생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한다.

앞서의 전문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3상의 경우 보통 수백 명 단위로 진행하지만, 백신은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더 큰 규모로 진행한다”며 “일상생활에서 코로나19를 예방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바이러스에 대한 접촉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한다. 미국처럼 많은 환자가 발생한 국가에서는 수만 명 단위, 우리나라처럼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약한 국가에서는 10만 명 이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러시아 백신의 경우 중화항체의 생성 여부, 생성량, 유지력, 부작용 등을 확인할 데이터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는 치명률이 높지 않고, 전파력이 높다고는 해도 마스크와 손 씻기 등 기본수칙으로 충분히 방역할 수 있다.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지 않는 백신을 투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신우 경북대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의 경우 3상이 가장 중요하다. 3상은 적정 규모의 임상시험을 통해 백신이 실제로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지와 백신이 우리 몸에 부작용을 일으키는지를 모두 관찰할 수 있는 출시 전 최종 단계”라며 “3상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약품이나 백신을 승인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게다가 이번 백신의 경우 임상 1·2상에 대한 데이터도 공개된 바가 없다. 결국 백신을 개발했다는 러시아를 제외하면 누구도 백신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셈”이라며 “과학적 연구는 동료 평가(peer review)를 거쳐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데이터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 백신을 믿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백신 개발 선언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의 김 교수는 “과학적인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한 백신”이라며 “현재 상황이라면 절대로 나를 찾아온 사람에게 이 백신에 대한 접종을 권유하지 않을 것”이라며 잘라 말했다.

앞서의 전문의도 “러시아의 상술일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확보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술책”이라며 “전염병이 전 세계를 덮친 재앙과 같은 상황에서도 이런 상술을 강행했다.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자리 잡은 국가라면 의학·과학계가 이런 일을 좌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독재체제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러시아 백신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줄을 잇고 있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최초가 아니다”라며 “미국인과 전 세계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니 알트먼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면역학 교수도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백신이 주는 피해는 현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타릭 야사레비치 WHO 대변인은 11일 “WHO의 사전 자격 인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 중이다. 러시아 당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며 “어떤 백신이든 사전 자격심사에서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모든 필수적 자료를 엄격하게 검토하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은 러시아 백신에 관한 관심을 표하면서, 백신을 구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주로 친(親) 러시아 성향의 국가나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국가들이다.

중국 내 백신 전문가로 알려진 타오 리나는 13일 관련 글로벌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서방 국가가 러시아 백신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은 정치적 원인이 더 크다. 자국의 백신 개발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라며 러시아의 백신을 신뢰할 만 하다고 평가헀다.

코로나19 확진자 2위인 브라질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백신 구매의 움직임을 보였다. 브라질 파라나주 정부는 12일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을 브라질에서 생산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파라나주 정부 대변인은 “임상시험과 기술이전, 생산을 위한 구체적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의 경우 대통령이 직접 적극적으로 백신을 맞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10일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이 백신 공급을 제안했다. 그는 나의 우상”이라며 “백신이 도착하면 나부터 공개적으로 직접 접종하겠다. 러시아의 백신이 인류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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