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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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은 자가 면역질환의 일종으로 치료가 어렵기로 유명한 염증성 피부질환 중 하나다. 뚜렷한 치료법은커녕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조차 찾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연구팀이 건선 치료의 판도를 뒤집을 만한 연구 성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임상 2b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상황으로, 실제 출시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병원 연구팀은 천식 치료제로 쓰는 로플루밀라스트 성분 연고로 건선 증상 개선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임상2b상 시험을 통해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해당 연구에 관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 7월 15일자에 게재했다.
건선은 경계가 뚜렷한 홍반성 구진이 은백색 각질과 함께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팔꿈치나 무릎 바깥쪽이나 두피, 볼기, 손바닥, 발바닥 등에 주로 나타나고, 경우에 따라 가려움이나 통증을 동반한다. 특히 상처가 나게 될 경우 그 부위에 건선이 발생하는 쾨브너 현상까지 동반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로플루밀라스트 성분의 항염 효과에 주목했다.

로플루밀라스트는 고리형 아데노신 일인산(cyclic adenosine monophosphate·cAMP)의 활성을 증가시키고 사이토카인 생산과 세포 증식을 조절해, 항염 및 기관지 확장 효과를 일으킨다. cAMP는 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2차 신호전달자로, 단백질 인산화효소 활성에 영향을 미쳐 신호 증폭을 일으킨다. 로플루밀라스트는 cAMP를 대사하는 효소인 ‘4형 포스포디에스테라아제(PDE4)의 선택적 억제제 역할을 한다.

로플루밀라스트는 현재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폐 질환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 COPD 치료에 대해 201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연구팀은 12주간 총 331명의 성인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b상 시험을 진행했다. 환자들을 3개 그룹으로 나눠 109명에게는 로플루밀라스트 성분이 0.3% 함유된 연고를 처방했고 113명은 0.15% 함유된 연고를, 109명은 로플루밀라스트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연고를 처방한 뒤 경과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임상시험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룹 배정을 무작위로 진행했고, 실험을 진행하는 환자와 의사 모두 어떤 성분의 연고를 처방하는지 모르게 하는 이중맹검법도 실시했다.

그 결과, 로플루밀라스트 성분 연고를 바른 환자들은 6주 만에 플라크 비후와 각질·홍반 형성 등 건선 증상이 뚜렷하게 개선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2주가 지난 뒤에는 6주 당시보다 더 큰 개선 효과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건선의 심각성을 확인하는 척도인 ‘건선 면적 및 심각도 지수’(psoriasis area and severity index·PASI)도 감소했다. 단순히 증상을 진정시키데 그친 것이 아닌, 건선을 치료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로플루밀라스트가 건선 치료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마크 레브월 마운틴 시나이 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은 난치성 질환으로 환자의 삶의 질에 악영향을 끼치는 등 상당한 부담을 안겨준다”며 “대부분 환자가 국소적인 치료법으로 건선을 치료받고 있지만, 부작용 및 약에 대한 내성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플루밀라스트 연고는 건선 치료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구팀은 로플루밀라스트 연고와 관련해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3상 실험을 진행 중이다.

한편 로플루밀라스트 성분은 최근 제네릭(복제약)과 관련해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내에 출시한 로플루밀라스트 성분 제제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경구용 COPD 치료제 ‘닥사스’가 있다. 지난 201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된 이후, 2013년 6월 급여 출시됐다. 현재 국내 출시된 유일한 로플루밀라스트 경구용 제제로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삼아제약이 제네릭(복제약) 출시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독점 구조가 조만간 깨질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닥사스에 대해 2023년 2월 19일까지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어, 제네릭 출시가 어려웠다. 하지만 삼아제약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 카드를 통해 특허 회피에 성공했다. 현재 삼아제약은 닥사스에 대한 제네릭의 품목 허가를 6월 5일 식약처에 신청하고, 19일에는 식약처 통지의약품 목록에 로플루밀라스트 제네릭 2품목을 등재했다.

삼아제약은 가장 먼저 특허 회피에 성공해 제네릭 출시에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우선판매품목허가권까지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특허소송 최초 승소 및 최초 허가신청 요건을 충족한 까닭이다. 삼아제약이 닥사스의 제네릭에 대해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게 된다면, 제네릭의약품을 9개월간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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