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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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할 환자의 뇌가 이미 심하게 손상돼 치료약이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영국 연구팀이 머리카락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모발에서 유도한 줄기세포를 뇌세포로 분화시켜 치매 진단 및 치료제 효능 시험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영국 런던 퀸메리대 의대 연구팀은 다운증후군 환자의 머리카락에서 유도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제작한 뇌세포를 통해 알츠하이머 증상을 확인하고 치료제 효능을 시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네이처 그룹 산하 국제학술지 ‘분자 정신과학(Molecular Psychiatry)’ 7월 10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다운증후군 환자의 70% 이상이 일생 동안 알츠하이머 증상을 겪는다는 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다운증후군이란 정상인과 달리 23쌍의 염색체 중 21번 염색체를 1개 더 가진 환자에게 발생하는 유전질환으로, 안면 기형 및 지적 장애 등을 동반한다. 특히 21번 염색체는 알츠하이머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전구물질 단백질(APP) 생산을 담당하는 유전자를 포함한다. APP가 과발현하거나 변이되면 조기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

연구팀은 다운증후군 환자의 모근 세포를 수집한 뒤, 이를 역분화시켜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제작했다. 줄기세포란 분화가 이뤄지지 않아 어느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세포로, 유도만능줄기세포는 그중에서도 이미 분화가 이뤄진 성체 세포를 이용해 만든 줄기세포를 말한다.

이후 모근 세포로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뇌세포로 분화하도록 유도했다. 결과적으로 모발을 이용해 뇌세포를 만들어, 실험실에서 관찰할 수 있는 세포 기반 시스템을 개발한 것.

연구팀은 이 시스템을 통해 줄기세포로 만든 뇌세포의 성장 과정을 관찰했다. 그 결과, 연구팀이 만든 뇌세포가 아밀로이드반(斑) 생성, 신경세포 사멸, 비정상적인 타우 단백질 축적 등 알츠하이머 환자의 3가지 대표적인 증상을 모두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를 주도한 딘 니제틱 런던 퀸메리대 의대 교수는 “세포 기반 시스템 중에서 인위적인 유전자 과발현 없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3개 증상을 모두 확인하는 데 성공한 최초의 사례”라며 “신경 사멸을 늦추거나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약물을 선별하는 데 우리가 개발한 세포 기반 시스템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시스템의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베타아밀로이드 생산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2가지 다른 약물을 뇌세포에 처리한 뒤 6주간 관찰했다. 그 결과, 두 약물이 알츠하이머 증세를 실제로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니제틱 교수는 “특정 약물이 임상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해당 약물이 뇌세포에 작용해 알츠하이머를 억제하는 후보물질이 될 수 있는지는 6주 안에 검증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를 자연적으로 억제하는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이 발견한 ‘BACE2’ 유전자는 종양 억제 유전자가 암세포 성장을 저해하는 것처럼, 사람의 뇌 조직 속에서 알츠하이머 증상이 발현하는 것을 억제하거나 지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알츠하이머 조기 발견 및 치료법 개발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니제틱 교수는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 시스템이 완성된다면 어느 누구든 머리카락만 제공해주면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을 이용해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이 있는지 실험실에서 검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을 미리 선별한 뒤, 예방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우리가 제작한 시스템을 통해 개인 맞춤형 처방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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