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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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MSD사의 자궁경부암백신 ‘가다실9’의 예방접종을 무료로 해달라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수십만 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에 이어 ‘가다실9 백신 지원 논란’이 다시 달아오른 모양새다.

실제로 가다실9 백신의 접종 비용은 의료기관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여 국민들의 부담은 상당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도 가다실9 예방접종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 당국의 입장은 ‘통곡의 벽’이다.

자궁경부암은 자궁의 입구인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여성 생식기 암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을 막아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HPV는 성 매개 질환으로 성별과 무관하게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대와 성 접촉 시 남녀 모두에게 감염 및 전파될 수 있는 바이러스다.

익명을 요구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자궁경부암은 성 접촉에 의한 감염이 원인이다.”며 “남자가 HPV 바이러스를 옮기면 여성이 감염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핵심적인 HPV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개발된 것이 자궁경부암백신이다. 4가 백신은 4가지를, 9가는 9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백신을 한 번 맞으면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MSD사의 자궁경부암백신 ‘가다실9’ 관련 국민 청원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5월 17일 청원인 A 씨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가다실9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하려면, 적게는 45만 원에서 많게는 65만 원까지 부담해야 한다”며 “의료서비스가 최고라고 여겨지는 한국에서 아직도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비합리적인 가격으로 맞아야 한다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다실9가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며 “자궁경부암주사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전부 맞아야하는 주사다. 이렇게 중요한데도, 가격이 너무 높아 누구나 쉽게 맞을 수가 없다. 돈이 없으면 자궁경부암에 노출되란 얘기다.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성인도 가다실9가 백신 부담없이 맞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청원에 대해 추천인은 5일 현재 5000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시선을 끌고 있다.

실제로 가다실9는 기존의 가다실 HPV 6, 11, 16, 18형 이외에 31, 33, 45, 52, 58형 까지 포함된 항원 범위가 넓은 백신이다. 9-15세의 남자, 9-26세의 여성을 대상으로 접종이 허가됐다. 2016년부터, 12세 여아는 가다실 등 2가백신과 4가백신을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지만 가다실9은 예외다.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의 지원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료기관들이 가다실 9가 백신을 ‘정답’처럼 제시한다는 점이다.

수도권의 한 산부인과는 “가다실9가로 예방을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며 “가다실9의 예방 효과가 가장 높다”는 홍보 문구를 사용 중이다. 강남의 다른 산부인과는 “자궁경부암백신의 하나인 가다실 9가는 9가의 HPV 유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자궁경부암 원인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HPV 16, 18유형에 대해 높은 예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HPV 16, 18유형에 대한 예방효과는 가다실 4가 백신에도 포함돼있다. 성인들이 가다실9 백신을 일선 의료기관에서 접종(총 3회)할 경우 수십만 원의 비용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까닭이다. ‘진입장벽’이 상상을 초월한다.

의료기관마다 ‘천차만별’인 예방 접종 가격도 문제다. 팜뉴스 취재 결과 성남 인근에 있는 A 병원의 3회 접종 비용은 43만 원인 반면 강남 B 산부인과는 58만 원이었다. 지역별 편차가 극심하므로 대형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에서는 값싼 가격을 제시하는 병원을 문의하는 수소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접종을 마친 시민들도 가다실9 백신에 대한 무료 접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시민(32)은 “대학생 때 가다실 4가를 맞았다”며 “당시 학교의 지원을 받았음에도 꽤 고가였던 걸로 기억한다.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 맞지 않을 수도 없고, 또 최대한 젊을 때 맞을수록 좋다는 말이 있어 ‘울며겨자먹기’로 맞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록 어린 여학생들 대상으로 4가 접종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남성은 물론 다른 나라도 국가가 지원 중이다. 우리나라도 9가백신에 대해 지원을 확장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백신을 무료로 공급해달라는 앞서 청원인의 주장에 찬성한다는 뜻이다.

가다실9 백신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화두에 올랐지만 복지부는 “무료 예방접종을 지원 중인 2가, 4가 백신은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 70%에서 보이는 고위험 유전형 바이러스를 포함한다”며 “접종 시 자궁경부 전암 단계에서 92%~96% 예방효과를 보인다. 9가백신은 더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를 포함하고 있지만 도입은 비용효과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8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보건당국의 입장은 ‘시계제로’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 관리과 관계자는 “단순히 가다실9가 백신만 그런 주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폐렴구균, 대상포진 등 각계각층이 관심 있는 백신에 대해 국가백신접종 사업의 확대 요청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재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줄 세우기를 할지에 대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며 “안전성, 유효성뿐만 아니라 경제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공중보건학적 우선순위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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