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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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업계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 연구개발(R&D) 투자는 매출액 대비 투자 비중이 7% 선으로 지난해와 엇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R&D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제약사 절반 정도가 지난해 분기당 평균 R&D 투자규모 보다 올 1분기 규모가 더 낮아졌다. R&D 확대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준비해야 하는 제약사로서는 전략적 선택에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20일 팜뉴스는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2020년 1분기 보고서를 토대로 매출 300억 원 이상 국내 주요제약사 44곳의 R&D 투자규모를 분석했다. 이들 44곳의 합산된 분기 투자규모는 4,309억 원으로 지난해 이들의 분기 평균 투자규모 4,367억 원보다 약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대비 투자 비중은 평균 7.4%로 지난해 평균 7.5%와 비슷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2018년 투자 비중은 평균 7.3%였다. 투자비중이 크게 줄어들진 않았지만 정체되는 모양새다.

우선 셀트리온과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 분기 매출 1000억 원 이상의 대형제약사 16곳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평균 8.4%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해 분기당 평균치인 9.3% 보다 급감한 결과다.

투자비율이 급감한 이유에는 대형사들이 매출 확대로 인한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R&D 절대적 투자 규모 자체는 확대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례로 셀트리온은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68% 성장했다. 이에 비해 R&D 투자는 774억 원으로 투자비율이 20.8% 그쳤다. 지난해 셀트리온의 분기 평균 투자액은 758억 원으로 올 1분기 소폭 증가에 그친 것. 반면, 작년 매출에서 차지하는 투자비율은 26.9%로 올해 6% 감소한 결과를 낳았다. 

반면 휴온스, 씨젠, 대원제약 등 매출 1000억 원 미만의 중소 제약바이오사 들은 평균 6.9%로 대형사 보다 투자 비중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제약사들은 투자액의 절대적인 금액을 떠나 투자비율 마저도 대형제약사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향후 경쟁력이 우려되고 있다. 

국내제약사들의 R&D 투자 규모는 빅파마들이 쏟아 붓는 지출 규모와 상당히 대조되는 모양새다. 올 1분기 기준 글로벌 주요제약사 10곳의 평균 경상연구개발비(R&D) 투자비율은 16.5%였다. 비율로만 보면 국내 제약사보다 2배 이상 투자하는 셈. 실제로 이들 빅파마들이 한 분기 만에 지출한 R&D 비용도 수 조원 대다.

대표적으로 존슨앤존슨(1분기 R&D 투자액 : 3조1,600억원, 매출대비 R&D 비중 12.5%), 화이자(2조1,100억원, 14.3%), 머크(1조1,700억원, 15.6%), 애브비(1조6,900억원, 16%), 암젠(1조1,700억원, 15.6%), GSK(1조5,800억원, 12.9%), 노바티스(2조8,300억원, 20.6%), 길리어드사이언스(1조3,500억원, 19.8%), 일라이릴리(1조7,100억원, 23.8%), 바이오젠(5,800억원, 13.5%)의 R&D 투자비는 국내 상위 제약사 연 매출액보다도 많은 수준이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글로벌 바이오텍들의 R&D규모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1차 임상시험에서 항체 형성을 성공시킨 모더나는 지난해 7,40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 국내 진원생명과학과 관련있는 이노비오 파마수티컬스도 작년 1,200억 원을 투자했다.

국내 주요 대형제약사 중에서 매출 대비 R&D 비중이 20%가 넘고 1분기 투자비가 1,000억원을 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으며, 셀트리온의 경우 20.8%(774억원) 수준으로 글로벌과 비교할 만한 규모로 확인됐다. 제약사 중에서는 한미약품이 18.8% (540억원) 규모로 체면을 세웠다.

국내 300억 원 이상의 분기매출 상위 제약사 중 매출 대비 R&D 투자비중이 높은 곳은 셀트리온에 이어 한미약품(18.8%), 휴젤(18.3%), 부광약품(14.2%), 대웅제약(13%), 유나이티드제약(12.2%), 일양약품(11.5%), 유한양행(11.2%), 일동제약(11.2%), 삼진제약(11.1%), 녹십자(10.8%), 대원제약(10.4%), 종근당(10.3%), 안국약품(10%)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광동제약은 매출에서 1.3%, 명문제약은 1.5%, 셀트리온제약도 2% 정도만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수준이었다.

연구개발비의 회계처리중 당기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개발비(무형자산)로 기록 한 곳 중 셀트리온은 무려 434억 원을 자산으로 처리했다. 비용으로 처리한 금액은 이보다 적은 340억 원,

셀트리온 외에도 유한양행(무형자산 처리 42억원), 휴젤(39억원), 녹십자(31억원), 일양약품(30억원), 대웅제약(24억원), 일동제약(13억원), 대원제약(12억원), 삼천당제약(9억원) 등도 연구개발비 중 일부를 무형자산 처리했다.

과거 자산으로 처리한 개발비 회계 논란으로 금융당국은 ‘제약ㆍ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감독지침’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제네릭 개발 프로젝트는 생동성시험 계획 승인 이후, 바이오시밀러 개발 프로젝트는 임상 1상 개시 승인된 이후, 신약 개발 프로젝트는 임상 3상 개시 승인된 이후 발생한 지출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이전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은 당기비용으로 회계처리 해야 한다. 

R&D에 가장 많은 돈을 들인 곳은 셀트리온으로 774억 원을 지출했고 다음으로 한미약품이 540억 원을 연구개발에 쏟아 부었다. 이어 유한양행(350억원), GC녹십자(333억원), 종근당(300억원), 대웅제약(298억원), 동아에스티(186억원), 일동제약(155억원), JW중외제약(107억원)등이 분기 100억 원 이상을 R&D에 투자 했다.

지난해 3,03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한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와 관련해 램시마 피하주사제형(CT-P13 SC)의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실적 개선에 고무적이다. 지난해 유럽의약품청(EMA) 판매허가를 취득하고 사장확대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 미국 임상 3상이 개시됐다. 트룩시마(CT-P10)·허쥬마(CT-P06)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율개선(Titer Improvement)이 진행 중이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CT-P17의 EMA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내년 유럽과 미국에서 시판 허가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CT-P16도 지난해 임상 1상을 완료하고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회사는 최근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와 진단키트 CT-P60 개발에 착수했다. 항생 치료제는 회복기 환자 혈액에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를 추출해 치료제로 개발 중인 것으로 오는 7월 국내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한미약품은 1분기 매출액의 19%에 해당하는 540억 원을 연구개발비에 사용했다. 회사는 현재 30개가 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신약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회사는 최근 사노피로부터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반환을 통보 받으면서 총 9건의 기술수출 계약 중 5건이 파기됐거나 유보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전망은 나쁘지 않다. 회사가 보유한 바이오의약품의 약효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통해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을 다수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호중구감소증치료 바이오신약 ‘롤론티스’는 작년 말 미국 FDA에 시판허가를 신청해 올해 하반기쯤 출시가 예정돼 있다. 혁신 NASH 치료제로 개발 중인 Glucagon/GIP/GLP-1 삼중작용제 ‘트리플 아고니스트’는 단일 타겟 경구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기전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1상 임상을 진행 중인 ‘글루카곤 아날로그’는 미국 FDA와 유럽 EMA로부터 선천성고인슐린증 희귀약으로 지정된 데 이어, 지난달 말 EMA로부터 인슐린자가면역증후군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추가 지정됐다.

녹십자는 작년 1,507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올 1분기 투자액은 333억 원으로 분기 평균에 비해 44억 원 정도 줄어들었다. 이 회사의 A형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는 지난해 5월 중국허가 신청을 완료하고 올해 중국에서 시판허가가 전망되고 있다. 면역글로불린 ‘IVIG-SN’과 헌터증후군치료제 ‘헌터라제’도 각각 미국 진출을 위한 3상과 2상 임상에 진입해 성과가 기대된다. 특히 헌터라제의 중국 허가(NDA)가 올해 예상됨에 따라 파이프라인 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오히려 R&D 투자비율은 9.3%에서 11.2%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억 원이 더 투자된 규모다. 분기평균으로 보면 5억 원 정도가 늘었다. 실적 부진에도 연구개발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회사는 지난해 길리어드사이언스·베링거인겔하임 등과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 신약후보물질을 약 2조 원(1,655백만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체결에 성공하는 등 연구개발에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달에는 계약금 중 일부(123억원)를 수령했다. 얀센바이오테크에 기술 수출한 폐암신약 ‘레이저티닙’도 단독요법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으로 상업화에 따른 거액의 로열티 수혜가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달에 432억 원의 마일스톤을 수령했다. 최근 회사 측은 레이저티닙이 뇌 전이를 동반하는 폐암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보였다고 밝힌바 있다.

한편, 연구개발비가 늘어난 곳 중 눈에 띄는 곳은 일양약품이다. 2017년 R&D에 분기별 평균 43억 원을 지출했던 이 회사는 올 1분기에는 매출의 11.5%에 해당하는 82억 원을 연구개발에 사용했다. 2017년 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셈. 지난해 매출액비중 7.1%(분기평균 58억원) 에서 올해 4.4%가 더 높아졌다. 이 외에도 지난해 분기 평균 투자액보다 늘어난 곳으로 셀트리온(순증액 17억원), 대원제약(16억원), 한미약품(16억원), 일동제약(12억원), 경보제약(10억원) 등이 확인됐다.

반면, 지난해 R&D에 분기별 평균 351억 원을 지출했던 대웅제약은 298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메디톡스와의 나보타 소송비용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지난해 보다 56% 줄어들면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종근당(순감소액 44억원), 녹십자(43억원), 삼천당제약(16억원), 보령제약(14억원), 코오롱생명과학(12억원) 등도 지출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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