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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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대형 제약사들의 남녀직원 간 1인당 연봉 격차는 약 2천만 원 수준으로, 2018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남녀 고용비율도 남성 직원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높았고 기업별 평균 여성 임원 수는 2명으로 남녀 불균형 고용이 여전했다. 남성 우월 고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13일 팜뉴스는 지난해 10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린 상장 제약사 39곳(지주사 제외)의 사업보고서를 통해 임직원의 성별 고용비율과 임금을 심층 분석했다. 통상적으로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1인당 연평균 급여는 급여 총액을 직원 수로 나눈 값으로, 기업별 급여 규정상의 인건비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우선 39곳 대형 제약사의 남녀 간 평균 연봉은 남직원 6700만 원, 여직원 평균 4700만 원이었다.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2000만 원을 더 받아간 것이다. 여직원의 연봉은 남직원의 평균 70% 정도 수준에 불과한 셈. 조사대상 기업 중 여성이 연봉을 더 많이 받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남녀 간 연봉 격차가 가장 큰 곳은 이연제약으로 그 차이는 3700만 원이었다. 이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310만 원으로 남직원 연봉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특히 이연제약 남직원의 평균 연봉은 39곳 중 상위권인 7700만 원인데 비해 여직원의 임금은 평균치(4700만 원)에도 못 미치는 4000만 원이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이 체감하는 격차는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이어 일양약품 3400만 원(월280만 원), 신풍제약 3300만 원(월280만 원), 대원제약 3300만 원(월280만 원), 국제약품 2800만 원(월230만 원), 삼진제약 2700만 원(월230만 원), 환인제약 2700만 원(월230만 원), 명문제약 2700만 원(월230만 원) 순으로 연봉 격차가 크게 났다.

전년(2018년)과 비교해 남녀 간 임금 격차의 폭이 더욱 커진 곳도 있었다.

대원제약의 경우 남녀직원 간 연봉 격차가 2018년 1800만 원에서 2019년 3300만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회사의 2018년 남직원 평균 연봉은 4900만 원이었고 여직원 평균 연봉은 3100만 원이었다. 하지만 2019년의 남직원 평균 연봉이 2100만 원이 늘어나 7000만 원이 됐지만, 여직원 평균 연봉은 600만 원 증가한 3700만 원 수준이었다.

실제로 이 회사의 판매비와 관리비에서 인건비(급여 및 퇴직금)의 경우, 전년보다 162억 원(27%↑)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국제약품(1000만 원↑), 환인제약‧종근당(800만 원↑), JW생명과학(700만 원↑), 삼진제약‧화일약품(600만 원↑), 일양약품(500만 원↑) 순으로 전년보다 남녀직원 간 연봉 격차 폭이 커졌다.

한편, 이와는 대조적으로 남녀 간 급여 차이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 제약사도 있었다.

연봉 차이가 1000만 원이 넘지 않는 제약사는 셀트리온 600만 원(월50만 원), GC녹십자 700만 원(월60만 원), 동구바이오제약 800만원(월70만 원)의 총 3곳이었다. 이외에도 코오롱생명과학‧영진약품은 1300만 원(월110만 원), 한미약품‧현대약품‧메디톡스‧대화제약은 1400만 원(월120만 원) 순으로 남녀 간 연봉 차이가 작았다.

전년 대비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오히려 줄어든 기업도 눈에 띄었다.

휴젤(700만 원↓), 유한양행(500만 원↓), 셀트리온(340만 원↓), 한독‧부광약품(300만 원↓), GC녹십자‧JW중외제약‧삼천당제약‧광동제약(100만 원↓) 등의 기업이 전년보다 남녀 임금 간 격차 폭이 감소했다.

특히 안국약품은 남녀 직원 간 연봉 폭이 2300만 원으로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이 회사의 남직원 평균 연봉은 2018년 8600만 원에서 2019년 6400만 원으로 무려 2200만 원이 감소 된 것. 이는 연봉으로만 보면 25%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이처럼 남녀간 연봉 차이가 큰 폭으로 증가하거나 감소한 이유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업종과 달리 과거 리베이트를 직원들 급여에 포함해 지급했던 부분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도 있다”며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관계 당국의 규제가 심해지면서 편법을 사용한 결과로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격차에 대해 “절대적인 수치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들도 함께 봐야 한다”며 “직급이나 업무 기간, 연구직이나 생산직과 같은 직렬의 차이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남성 비율이 높은 영업직군에서의 인센티브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분석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 기간도 살펴봤다.

모든 직원의 평균 근속기간은 2018년보다 소폭 증가했다. 남성의 평균 근속기간은 8.0년(0.2년↑)이었고 여성은 이보다 짧은 6.3년(0.2년↑)이었다. 앞서의 관계자가 말한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임금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란 것에 어느 정도 힘이 실리는 결과치다.

다만, 여직원이 남성보다 근속연수가 길거나 그 차이가 없는 곳도 다수 존재해 근무 기간과 남녀직원 간 임금 격차가 근속에 기인했다는 설명에는 설득력이 떨어졌다.

실제로 동구바이오제약, 일동제약, 명문제약, 안국약품은 여직원의 근속연수가 남직원보다 높았다. 하지만 남녀직원 간 임금 격차는 컸던 셈.

또한 휴젤, 한미약품, 셀트리온, 현대약품, 삼성바이오로직스, 메디톡스, 유나이티드제약, 제일약품, 대원제약, 코오롱생명과학, 광동제약, 휴온스, 국제약품, 이연제약, 영진약품 등은 근속연수 차이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여성의 유리천장 논란도 지적된다. 국내 대형 제약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7.8%로 이는 제약사당 평균 1.6명에 불과한 수치였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여성 임원이 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대조적이다.

제약 이외의 업종에서도 여성 임원의 비율은 평균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업분석 전문연구소인 한국시엑스오(CXO)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200대 그룹 오너 일가 1970년 이후 출생한 임원 현황’에 따르면 여성 임원 비율은 22%였다. 여기에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도 1997∼2017년 한국 등 58개국 상장사 6만2천 곳의 재무 기록을 분석하면서 이들 기업의 CEO 중 여성 비율은 16%라고 공개한 바 있다.

결국, 국내 제약사에서 여성이 임원을 달기는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할 수 있는 것.

심지어 굴지의 제약‧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여성 임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일양약품, 동아에스티, JW생명과학, 환인제약, 휴온스, 안국약품, 영진약품, JW중외제약, 경동제약, 제일약품, 삼천당제약, 대화제약 등도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제약사는 명성에 맞지 않는 여성 임원 ‘제로(0)’의 불명예를 안게 된 셈.

반면, 여성 임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한미약품으로 총 9명(임원의 24%)의 여성 임원이 선임됐다. 한독은 6명의 여성 임원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는 전체 임원의 33%를 차지하는 규모다. 여성 임원 비율로만 보면 전체 제약사 중 1위인 셈.

이어 종근당 5명(10%), 부광약품 5명(33%), GC녹십자 4명(18%), 삼진제약 3명(10%), 보령제약 3명(10%), 셀트리온 3명(6%) 등의 순으로 여성 임원 수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이들 제약사가 양성평등 문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여성 고용비율은 평균 29%로 집계됐다. 휴젤, 셀트리온, 한독, 메디톡스, 동구바이오제약은 40%가 넘는 여성 고용 비율을 나타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부광약품, 휴온스, 일동제약, 화일약품, 환인제약, 신풍제약 등도 30%가 넘는 수준으로 확인됐다.

반면, 현대약품, 경보제약, 광동제약은 20%가 안 되는 낮은 수준의 여성 고용비율이 드러나 여직원 채용 문제에 있어 고용상 성차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시급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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