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I 최선재 (remember2413@pharmnews.com)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엔제리너스 앞은 2030대 커플들의 ‘만남의 광장’이었다. 주말과 평일을 막론하고 데이트를 위해 서로를 기다리는 남녀들의 기다림이 가득했다.

건대입구 ‘맛의 거리’에 있는 양꼬치를 먹거나 백종원이 운영하는 홍콩반점 등 ‘맛집’에 들른 이후 작고 예쁜 카페를 가는 것이 이들의 ‘루틴’이었다. 하지만 지금 엔제리너스 앞에서는 커플들을 찾아볼 수 없다. 불과 두 정거장 떨어진 ‘성수동 카페거리’로 커플들의 ‘대이동’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성수동 카페거리는 이제 ‘핫플레이스’의 대명사가 됐다.

낡고 투박한 구두공방과 오래된 공장들 사이로 이색적인 카페 들이 자리잡으면서 성수동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그런데 문제는 커플들이 성수 카페거리가 뜬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가면, 이미 늦는다는 점. ‘인산인해’를 이루기 때문이다. 특히 주말 데이트가 일상인 30대 직장인들에게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맛집과 카페는 기피할 수 밖에 없는 대상이다. 그렇다고 성수동을 찾으면서 사람들이 한 사람도 없는 아주 고요한 둘만의 장소를 찾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성수동 카페 거리를 가장 효율적인. 그리고 완벽에 가까운 방법으로 데이트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바로 성수연방이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성수연방은 OTD 코퍼레이션의 첫 번째 공간재생 프로젝트로 1970년대 화학공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곳이다. 특히 주말마다 열리는 마켓에서는 신선한 경험을 느낄수 있다.

기자는 성수동에서 적어도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을 피할 수 없다면 특별한 장소를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성수연방 마켓에서는 곳곳에 농산물, 먹거리 등을 펼쳐놓고 파는 상인들이 가득했다. 하얀 빛깔의 파라솔과 테이블은 마켓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특히 ‘농부가 직접 알려주는 맛있는 채소’라는 글귀로 가평잣, 송화버섯 호두 등을 파는 상점은 커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재미와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켓이 끝이 아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서점이 등장한다. 의외로 서점 데이트는 커플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기서 깨달았다. 평소에 책을 읽지 않아도 상관없다.

책의 제목만 읽어도 서로 웃고 떠들 수 있다. ‘통찰력 사전’ ‘예민 함이라는 무기’ 등 눈길을 끄는 제목들로 기자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사람이 많아도 조용하다. 널린 책들 사이로 의자가 놓여있어 편하게 앉아 책을 볼 수 있다.

 

성수연방에서 잊을 수 없는 데이트를 했다면, 이제는 ‘카페’를 선택해야 한다. 성수동 카페들을 대형 포털사이드에서 검색하면 유명한 곳이 리뷰순으로 등장한다. 여기서 선택의 팁은 ‘크고또 넓은 카페’를 가라는 것이다. 성수동 어느 카페든 사람들이 많아서 붐비는 소리를 필연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지만 규모가 큰 곳은 의자가 멀리 떨어져있고 공간이 넓기 때문에 비교적 아늑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대림창고 등 수많은 ‘핫플’ 카페가 있어지만 기자가 선택한 곳은 ‘할아버지 공장’이었다. 할아버지 공장의 규모는 무려 300평. 기자는 토요일 오후 피크 시간대에 방문했는데도 자리가 남아돌았다. 널찍한 테이블과 의자가 가득 놓인 1층은 물론 2층에도 빈공간이 많다. 시원한 공간감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비밀스러운 대화가 들키지 않을 정도다. 연인들에게 안성맞춤이란 얘기다.

카페 건물 밖 정원에는 낣은 목재, 철 등 집기들이 가득하다. 따뜻한 날씨가 돌아온다면 여기서도 사랑을 속삭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할아버지 공장의 걸작은 트리처럼 자란 느티나무다. 느티나무 위 작은 집은 카페 2층과 연결돼 있다. 집 밖으로는 알록달록한 오색빛깔 지붕이 보인다. 커플들이 사진을 찍기에 제격인 곳이다.

나른한 토요일 오후 성수동 데이트의 마지막 초이스는 ‘맛집’이 다. 성수역 인근에는 수많은 식당들이 가득하지만 일단 마지막 메뉴 선택을 잘해야, 연인에게 사랑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텐동 식당’을 추천한다. 김, 새우, 고구마 등 각종 튀김이 접시에 산처럼 쌓여 나오는 이곳의 바삭바삭감 식감은 남녀들의 사랑을 한껏 돋을 수 있을 정도로 맛있다.

성수동은 추운데다 사람이 많다. 하염없이 기다릴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사람이 많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사람이 많아도 일단 재미있고 추억을 쌓을 만큼의 ‘맛’과 ‘멋’이 있다면 가볼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따뜻한 여름날에 성수동 카페거리에 다녀온 이후 지난 주에 또 다녀왔다.

그만큼 성수동 카페거리는 아름답고 멋졌다. 아직도 가슴 한구 석에 사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힐링 독자들이여, 당장 성수동에 달려가라, 그곳에서 ‘인연’과 웃고 떠들자, 그것이 ‘뷰티플’ 라이프, 아니겠는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