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싱귤레어(성분명:몬테루카스트)에 대한 ‘블랙박스 경고’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불안감이 상당히 커지고 있다. 우울증, 자살 행동 등 신경정신과 부작용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몬테루카스트 성분 제제 관련 부작용 증상이 성인보다 소아에게 더욱 빈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성 서한 등 식약처의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식약처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 중이다.

FDA는 지난달 4일 MSD의 천식‧알레르기 치료제로 유명한 싱귤레어에 대해 신경정신과 부작용에 대한 경고를 최고 수준인 ‘블랙박스 경고’(Black Box Warning)로 높일 방침을 전했다. 치료제 대체가 가능한 경증 알레르기비염 환자들이 몬테루카스트의 처방을 피하도록 권고한 것.

FDA는 “자살 생각 등 정신 건강 부작용에 대한 경고가 몬테루카스트 처방 정보에 이미 포함돼있다”며 “하지만 많은 의료 전문가, 환자 및 간병인은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용 가능한 정보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소집한 이후 강력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국내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한 회원은 용인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비인후과에서 아이에게 항상 처방하던 약이다. 우리 아이는 이제 어쩌나”라고 반문했다. 다른 회원도 “싱귤레어는 저 역시 장기 복용하고 있는 약이다”며 “아이들도 한 달에 한 번정도 복용한다.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두 달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부모들의 불안은 현재진행형이다.

문제는 몬테루카스트 성분 제제에서 유발된 신경정신과적 질환이 성인보다 소아에게 더욱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점이다.

2016년 1월 스페인 라라구나 대학교 연구진은 세계 보건기구(WHO)의 데이터베이스 (VigiBase)에서, 2015년 1월 1일까지 기록된 몬테루카스트 '정신 장애'와 관련 개별 사례 안전 보고서(ICSR)을 소급 분석했다.

연구진은 미국 국립 보건원 산하 저널을 통해 발표한 ‘소아의 정신 장애 및 몬테루카스트의 불균형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몬테루카스트의 신경 정신병 관련 부작용은 성인보다 어린이에게 더욱 빈번하게 보고됐다”며 “유아와 어린이는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경향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청소년은 우울증, 불안 등 정신적 반응의 증상을 더 자주 나타냈다”며 “자살 행동과 완성된 자살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주 보고된 것으로 보인다. 위험을 정량화하기 위해서는 위험 관리 계획과 역학 연구가 필요하다. 의사는 몬테루카스트 사용과 관련된 신경 정신병적 사건의 위험을 알고 환자에게 조언하고 새로운 사례를 보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몬테루카스트 성분 제제 관련 신경정신과 부작용이 성인보다 ‘유아’와 ‘어린이’들에게 더욱 자주 발현될 수 있다는 것.

의료진들 사이에서 보건당국의 ‘늑장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까닭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해당 연구는 각 나라의 자료가 취합된 WHO 데이터베이스를 종합분석한 결과물”라며 “소아는 스스로 부작용으로 자각하기 더욱 어렵다는 측면에서 훨씬 더 위중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구나 싱귤레어는 광범위하게 쓰이는 약으로 식약처가 어린이 환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의료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성 서한이라도 배포했어야 했다”며 “두 달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늑장대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식약처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늑장대응은 전혀 아니다. 싱귤레어의 신경정신과 부작용 관련 FDA 경고가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해외의 주요 8개국에서도 블랙박스 경고로 상향한 것이 없다. 다만, 미국에서 경고 수준을 올릴 경우를 대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다”고 설명했다.

한국 MSD 측도 식약처에 최대한 협조 중이란 입장이다. MSD 관계자는 “FDA 권고는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며 “신경정신과 관련 부작용은 원래 이상사례의 하나로 들어가 있는 내용인데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지만 의료진이 인지를 못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FDA 발표 이후 식약처에서 우리뿐만 아니라 몬테루카스트 제제를 판매하는 모든 회사에 대해 의견을 요청한 상태다. 식약처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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