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열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사장 (現 원광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이상열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사장

1985년 창립된 대한정신약물학회는 매년 정기학술대회를 비롯해 다양한 교육 및 학술 활동을 개최하며 국내 정신 약물학 연구 및 발전에 공헌해 왔다. 특히 이 학회는 국내 정신의학 관련 학술지 중에서 가장 높은 SCI(E) Impact Factor를 가지고 있다. 또한, 국내 임상신경정신약물학 교과서 편찬이나 정신 약물 관련 아시아 및 세계학술대회를 유치하는 등 대내외에 걸쳐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에 팜뉴스는 최근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상열 원광대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만나 코로나19 사태로 유발된 스트레스에 관한 대처방안을 물어보는 한편, 사회적으로 관심도가 높은 우울증 등 정신 건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 이사장 취임을 축하한다. 앞으로의 포부를 간단히 밝힌다면

우선 국내 정신 약물에 대한 분류체계를 바로 잡고 싶다. 예를 들어 아리피프라졸이란 정신병 치료제가 있다. 약물 설명서엔 항정신병약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우울증 환자에게 처방된다. 작용기전이 우울증에 맞게 돼 있고, 실제로 효과도 좋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자신의 질병에 대해 혼란이 생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정신병약을 처방한다고 오해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그동안 정신약물학회에서 다소 소홀했던 신경정신병학 두통이나 어지럼증, 이상운동(movement disorder)과 관련된 질환들도 심도 있게 다루고 싶다. 특히 최근에는 노인 환자가 많아져 이러한 질병들에 대한 학문적인 영역을 개발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 최근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무엇이 이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

우선 환경적인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를 꼽을 수 있다. 우리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면서 예전과는 전혀 180도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그전에는 수많은 사람이 활발한 교류 활동을 통해 밀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갔지만, 한순간에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 속해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예민해지고 민감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는 코로나19가 가진 ‘불확실성’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경로를 통해 감염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의 불안감이 팽배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이러한 불안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인간은 위험이 닥치면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위험에 대처할 힘이 생겨난다. 단순히 ‘불안감’이 생겼다고 문제가 있다고 단정 지어선 안 된다.

≫ ‘심리 방역’이란 말도 생겼다.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모두가 코로나19 사태라는 같은 상황에 놓여있지만, 대처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이번 기회를 통해 건강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등 ‘적극적 대처’를 한다.

때문에 똑같은 코로나19로 인해 성장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고, 오히려 더 퇴보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올바른 정신 건강을 확립하려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소극적이기보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생활에 임해야 한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주변의 ‘지지체계’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해도 주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정서적 지지와 관심을 쏟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가령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주변에서 “걱정하지 마, 잘 될 거야”나 “이겨낼 수 있어. 같이 도와줄게”와 같은 격려를 받는다면 질병을 쉽게 물리칠 수 있다. 하지만 “넌 그럴 줄 알았어”처럼 부정적인 반응을 얻게 된다면 스트레스 관리가 무너져 면역기능이 저하될 것이다.

≫ 사회적으로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본적인 약물‧심리 치료 외에도 더 우선시돼야 할 점이 있다면?

사람들의 인식 개선을 통해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다.

일반적으로 신체적 질병은 과학에 근거해 현상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찾아간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 열이 나면, 체온을 측정하고 그 원인을 찾아 약물로 치료하거나 외과적 수술을 한다.

이러한 신체적 증상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증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하지만 정신적인 증상은 그렇지 않다. 어떤 사람이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얘기하며 수많은 증상을 얘기해도, 대다수 사람은 그러한 증상을 겪지 않았기에 이해를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정신 건강에 대한 문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증상’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증상들을 유발하는 원인은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 어떤 증상이 있다면 그 뒤에는 반드시 병의 원인이나 뇌의 기전과 같은 요소들이 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아직도 미신을 믿거나 민간요법과 같은 비과학적인 방법에 의지하기도 한다.

≫ 정신적인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치료를 받는지

일단 전문의를 통해 병의 원인과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힐링’이나 ‘웰빙’이 강조되면서 심리 상담을 하는 곳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심리 상담은 사람들의 정서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들이 정신 질환을 제대로 진단할 수 있느냐다.

일부 정신 질환의 경우 증상이 심리적인 요소로 발현되기도 하지만, 뇌의 병적 측면(pathology)에 의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럴 경우, 반드시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특히 충동 조절과 관련된 부분은 뇌의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질병은 결코 심리적 방식으로만 갖고 치료할 수 없다. 성인 ADHD나 조현병 같은 정신 질환이 대표적인 예다.

≫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한정신약물학회 임기 동안 우리나라 최고의 정신 약물학 전문가인 회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학회가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 이에 더해 한 개인의 정신 건강이 국가 발전의 토대가 되는 만큼, 우리 국민의 정신 건강을 위해 대한정신약물회가 앞장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 자리를 빌려 회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그리고 격려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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