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정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안정성이 낮은 RNA 바이러스로, 변형이 잦고 돌연변이 발생이 빈번한 특성이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에서 코로나19의 유전체 분석 결과를 발표되며, 치료제 개발 및 역학조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NA 유전자로 구성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다양한 변종을 생성한다. 때문에 그 변종들이 어떤 형태로 생겨나고, 또 어떤 방식으로 변이되는지 알아내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영국의 연구진은 세계 각국에 있는 코로나19 확진자 바이러스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3가지 유형으로 정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유전학 연구팀은 최근 ‘SARS-Cov-2 게놈(genome)에 대한 계통 네트워크 발생에 대한 분석’이라는 논문을 미국 국립과학원(PNAS) 회보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세계 각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자 160명의 바이러스를 확보해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우선 그들은 코로나19와 96.2% 유전적 동일성을 가진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를 ‘외집단(outgroup)’으로 설정했다. 이후 RNA의 기본단위인 뉴클레오티드 중에서 완벽한 유전체 서열(most complete genome)을 추려내 앞서의 160명에게서 추출한 코로나바이러스와 비교했다.

유전체 서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수학적 네트워크 알고리즘(mathematical network algorism)을 이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초기 진화 경로를 재구성했다.

[그림. SARS-CoV-2 게놈 160개에 대한 계통 네트워크 발생]
[그림. SARS-CoV-2 게놈 160개에 대한 계통 네트워크 발생]

먼저 A형(type A)은 외집단으로 설정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체와 가장 유사한 형태였다. 이 박쥐형은 중국 우한의 박쥐(bat)와 천산갑(pangolin)에서 나타났으나, 우한에서 거주한 미국인에게서 발견됐다. 실제로 이 바이러스는 우한이 아닌, 미국과 호주에서 발생한 환자들에게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A형에서 변이한 B형(type B)이 있다. B형은 중국 우한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크게 유행했고, 다른 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B형 바이러스가 이 지역을 벗어나지 못한 이유로 ‘창시자 효과’를 들었다.

‘창시자 효과(founder effect)’란 기존에 존재하던 어떤 개체군에서 적은 수의 개체들이 떨어져 나와 새로운 종을 형성해, 기존에 나온 것과는 다른 새로운 개체군을 이루는 것을 뜻한다.

논문에서 “B형 바이러스가 동아시아 지역에서만 유행한 이유는 지리학적 조건이나 면역학적 요건 때문이다”며 “바이러스가 지리적인 이유로 이 지역을 벗어나지 못했거나, 혹은 주민 대부분이 환경적으로 적응을 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한 변이를 거쳤을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 분류인 C형(type C)은 B형이 변이한 것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웨덴, 영국, 미국 캘리포니아와 브라질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나타나지 않았고 한국과 홍콩, 대만에서 나온 사례도 있었다.

논문의 저자인 피터 포스터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형태를 바꾸며 유전적 변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양한 지역과 국가에 사는 사람들에게 적응해 변이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의 RNA 전사체를 분석한 연구 자료가 발표되기도 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의 김빛내리 단장과 서울대 생명공학부 장혜식 교수, 그리고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9일, 코로나19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같은 날 국제학술지 ‘셀(Cell)’ 온라인판에 게재됐다(DOI: 10.1016/j.cell.2020.04.011).

연구팀은 우선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숙주세포 안에서 생산하는 RNA 전사체 전부를 분석했다. 전사체란 일정한 시간과 상황에서 한 세포 안에서 생성된 RNA의 총합으로, 연구진은 이번 분석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주목할 점은 RNA 바이러스에서 화학적 변형이 일어난 41곳을 발견했다는 것.

전사 이후에 변형된 RNA 바이러스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특성을 가질 수 있다. 때문에 이번 발견은 코로나19의 병원성(pathogenicity)과 라이프 사이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향후 진단키트와 새로운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김빛내리 단장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각 전사체의 정확한 정량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유전자 증폭기술(PCR)을 활용한 진단키트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에 대한 폭넓은 정보와 세부적인 지도를 제공함으로써 바이러스의 증식원리를 이해할 수 있고, 새로운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들에 대해, 의료계 전문가는 “바이러스의 유전체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유전체 정보를 알 수 있다면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전염됐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바이러스 역학조사에 중요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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