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최근 주한미군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식초대작전’을 실시한 가운데 군대 등 젊은 층이 밀집한 장소에서 ‘후각상실’에 착안한 사전 감별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과학적인 근거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증상 감별에 유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외에서는 냄새를 이용한 코로나19 자가 진단법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6일 주한미군이 대구광역시에 있는 미 육군 기지 ‘캠프 워커’에서 출입자를 대상으로 사과 식초를 이용한 후각 검사를 실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식초가 묻은 스펀지가 담긴 플라스틱 컵을 마련한 뒤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주한미군판 ‘식초대작전’이 다소 허무맹랑한 방식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발열, 인후통, 기침 등이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이지만 최근 비교적 젊고 건강한 확진자들이 ‘미각 상실’을 호소한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대구시의사회가 지난달 8일부터 23일까지 대구시 확진자 3191명을 조사한 결과, 15.29%인 488명이 미각 또는 후각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488명 중 55%인 269명은 10~30대 확진자들이었다. 주한미군판 식초대작전이 의학계 분석에 따른 조치였던 것.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판 ‘식초대작전’을 우리 군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주한미군 장병들의 연령대가 주로 20대다”며 “사과식초 감별법은 발열도 호흡기 증상이 없는 무증상자, 즉 비교적 젊은 사람들을 대한 ‘1차 스크리닝’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다른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도 후각 소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후각 검사는 다른 연령층보다 젊은층에 의미가 있는 조치다”며 “젊은층이 불가피하게 밀집될 수밖에 없는 군대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우리 군대 출입시에도 된장, 청국장 등을 이용한 후각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세계 각국은 공격적으로 후각을 이용한 코로나19 사전 진단법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플로리다 대학의 스티븐 멍거 소장(Centre for Smell and Taste)은 “먼저 한 손으로 젤리빈(젤리)을 복용하고 다른 손으로 코를 단단히 잡고 공기가 흐르지 않게 한다”고 젤리를 이용한 코로나19 진단법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젤리빈을 입에 넣고 씹는 동안 코를 쥐고 있는 손을 푼다”며 “갑자기 모든 냄새가 나면 후각이 비교적 괜찮다는 것을 의미한다. 냄새가 코를 통해 비강으로 흘러가는 방법을 착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코로나19 초기 징후를 잡아내기 위한 자체 모니터링 플랫폼을 개발했다. 스멜트랙커(SmellTracker)는 가정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5가지 향 (향식료, 식초, 치약, 제빵 추출물, 땅콩 버터 등)을 통해 후각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플렛폼이다. 5분간의 검사를 통해 코로나19로 일어난 미각상실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것.

실제로 각국의 노력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 연구팀은 2008년 journal of virology(바이러스학 학술지)에 게재한 연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식 유전자를 지닌 생쥐의 후각 구근을 관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하버드 대학 연구팀도 “학술논문 사전공개 사이트(bioRxiv,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은 논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냄새를 탐지하는 뉴런을 둘러싸고 있는 후각 상피의 지지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코로나19가 상피세포에 있는 바이러스 수용체에 결합해서 후각을 떨어뜨린 것”이라며 “전세계 각국이 시도중인 사전 감별법을 젊은층이 몰려있는 군대, 대학교에 활용할 경우 집단감염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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