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염 치료제 ‘카모스타트메실산염’이 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덴마크 연구진이 최근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카모스타트메실산염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군으로 주목받고 있는 배경이다.

더구나 카모스타트메실산염이 사스 관련 동물실험에서 안전성을 입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 후보군에 올릴 필요가 있다는 들리고 있다. 다른 치료 후보군에 비해 국내 시판된 제네릭도 있어 즉각적인 임상은 물론 오프라벨 처방을 통한 투여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영화 ‘감기’에서 전염병에 죽어가는 분당 시민들을 살린 결정적인 계기는 어린아이의 혈장이었다. ‘컨테이젼’에서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연구원이 목숨을 걸고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전인류의 ‘죽음의 행렬’을 막아낼 수 있었다. ‘전염병의 시대’에서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희망이 치료제인 까닭이다.

영화는 현실의 거울이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전세계가 치료제 개발을 위해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각국 정부는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말라리아 약 '히드록시클로로퀸' 등에 대한 임상에 돌입했다. 우리 정부도 최근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임상을 허가했다.

갖가지 치료제가 코로나19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주목받지 못한 약물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췌장염 치료제, '카모스타트메실산염'이다.

최근 독일 괴팅겐 라이프니츠 영장류 연구소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셀(Cell)'에 게재한 연구에서 “카모스타트메실산염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폐 세포 침입을 저지한다”고 밝혔다. 카모스타트메실산염이 코로나19 세포 침투에 필수적인 생체물질인 '프로테아제 TMPRSS2'를 활동을 억제하는 기전을 지니고 있다는 것.

중요한 사실은 글로벌 빅파마인 룬드벡이 최근 덴마크에서 카모스타트메실산염에 대한 임상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 병원 연구팀은 룬드벡 재단으로부터 500만 크로네(약 8억원)을 받아 카모스타트메실산염이 코로나19가 감염된 폐에 도달해 치료 효과를 내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을 시작했다.

연구팀은 일본에서 약을 받아 지난 6일 첫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을 시작했고 향후 덴마크 확진 환자 180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독일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발표 이후 약 한달 만에 본격적인 임상에 돌입한 것.

그렇다면, 연구팀이 임상에 나선 결정적인 계기는 뭘까.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 병원 연구팀은 “독일 연구팀이 세포 시험에서 카모스타트메실산염이 코로나19를 차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며 “동물 실험에서 해당 약물은 SARS(중동호흡기 증후군) 바이러스 감염의 사망률을 30-40 % 감소시켰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앞서 셀지에 발표된 연구와 동물실험을 기반으로 신속하게 임상에 돌입한 것.

실제로 미국 국립보건원 저널에 2015년 발표된 ‘코로나 바이러스 진입을 표적으로 하는 프로테아제 억제제’란 주제의 논문에서 연구팀은, 6~8주 연령의 마우스 10마리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치사량 이상의 사스 바이러스(SARS-CoV) 감염시킨 이후, 10시간째부터 9일 동안 하루에 두 번씩 카모스타트메실산염(30mg/kg)을 투여했다. 그 결과, 카모스타트 투여군은 위약(물) 대조군에 비해 약 60%의 생존율을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사스와 코로나19는 약 85% 정도 유사성을 보인다”며 “사스에 효과가 있다면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를 보면 위약대조군에서 6일이 지났을 때 동물이 전부 사망했다. 카모스타트메실산염 투여군이 생존률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잠깐 효과가 있다가 끝나는 약이 아니란 뜻이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구충제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는데 세포단계 실험은 신뢰하기 어렵다. 동물 실험단계에서 무수히 실패를 맛보기 때문”며 “하지만 동물실험은 전혀 다르다. 덴마크가 동물실험 자료에서 나타난 생존율 데이터에 의미를 두었기 때문에 재빨리 움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카모스타트메실산염은 국내에 시판된 제네릭 의약품이 이미 있다는 점이다.

카모스타트메실산염은 만성췌장염의 급성 증상을 완화하고 위 절제 수술 후 나타나는 역류성식도염을 치료하는 소화기 분야 전문의약품이다. 1회 200mg을 1일 3회 경구투여하는 방식이다. 일성신약이 호이판정(오리지널)의 수입 제조사이고 대웅제약, 명문제약, 제일약품 등이 제네릭 의약품을 출시했다.

앞서의 전문의는 “국내 제네릭 의약품이 있다면 임상에 들어가기는 더욱 쉬울 것”이라며 “더구나 체표면적 기준으로 동물 투여량을 사람에 맞는 용량으로 계산하면 성인(70kg) 기준, 약 170mg이 나온다”며 “만성 췌장염의 하루 복용량보다 낮은 수준이다. 동물실험에 유효했던 용량보다 적은 용량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효과성은 임상을 통해서 확인해야겠지만 적어도 사람에게 안전한 용량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며 “동물실험과 달리, 사람에게는 바이러스 치사량이 들어오지 않는다. 동물에서 과장된 실험을 한 것이기 때문에 60% 생존율은 대단한 의미가 있다. 때문에 고위험군의 무증상 감염자에게 오프라벨을 통해 투여하거나 임상을 시도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약이다. 질본이나 식약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카모스타트메실산염의 코로나19 효과 확인을 위한 시도를 섣불리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19에 영향이 있을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어 관망중이다”며 “식약처나 질본, 또는 해외에서 특별히 연락을 받은 일도 없다. 특히 주식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적극적인 행동을 하기 어렵다. 개발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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