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 공개 방식이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단체장이 직접 유튜브 영상을 통해 확진자 동선을 전하고 있지만 ‘깜깜이’ 정보 투성이란 비판이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 측은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을 따른 것은 물론 창의적인 방법이란 황당 해명을 늘어놓았다.

3월 20일 오전 11시 57분 구리시청은 구리시와 인접 지역 주민들에게 “금일, 구리시 확진자 발생, 이동경로는 동영상을 참조바란다”라는 내용과 함께 유튜브 영상의 주소 링크를 보냈다. 영상 제목은 ‘구리시재난안전대책본부장 긴급 브리핑’으로, 유튜브를 통해 지역 내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하라는 것.

안승남 구리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장(구리시장)은 영상을 통해 “확진자는 16일 오전 3시 30분에서 4시 30분까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인천공항에서 자차를 타고 자택으로 이동했다. 20시에서 21시 20분까지 자택에서 부모님집으로 이동했는데 ‘부모님집’은 구리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확진자는 ‘부모님집’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신의 차를 타고 자택으로 돌아왔다”며 “또 17일 16시 45분~50분까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도보 이동으로 자택 관리사무소를 방문했다. 이날 17시 20분부터 17시 45분까지 구리시에서 직장 때문에 다른 시를 방문했는데 다른 시의 마트와 빵집을 방문할 때도 자차로 이동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영상을 올린 순간 시민들의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는 점이다.

한 시민은 “확진자 동선 공개가 장난인가”라며 “구리시 어떤 동네인지 말을 해줘야하는데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시장이 방송에 나오고 싶으면 브이로그 영상을 찍으면 된다. 유튜브로 브리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민은 “영상을 만들 시간에 정확한 동선을 문자로 보내는 것이 더욱 도움될 것”이라며 “빵집은 어디인가”라고 반문했다. 구리시 측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확진자 동선을 공개해 시민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확진자 정보를 ‘깜깜이’ 처리했다는 비판인 것이다.

실제로 안승남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영상에서 ‘부모님집’ 또는 ‘다른 시의 마트와 빵집’이란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영상 분량은 약 5분이지만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탓에 시민들의 공분이 이어지고 있는 것.

구리시의 유튜브 동선 공개 방식은 2차 브리핑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안승남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이날 2차 긴급 브리핑 영상에서 “구리시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스스로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했다”며 “거주지에 대한 철저한 방역소독과 이동동선에 대한 철저한 방역을 완료했기 때문에 시민들은 걱정과 두려움을 내려놓고 안심하길 바란다. 방역 당국과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로 코로나19 확진자의 세부주소와 직장명은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끝끝내 확진자의 거주지 동선을 공개하지 않은 것.

이에 대해 구리시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리시 보건행정과 관계자는 “유튜브뿐 아니라 시 블로그를 통해서도 함께 공개 중이다”며 “홈페이지를 통해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했더니 트래픽 초과 문제가 발생해서 홈페이지가 다운됐다. 유튜브 동선 공개는 트래픽 초과 문제를 줄여 시민들이 재빨리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취한 조치다”고 해명햇다.

그러면서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따라 확진자의 세부주소는 공개하지 않는 중이다. 인권 침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며 “시민들의 불편은 이해하지만 질본 가이드라인이 추상적이라서 지자체 차원에서 판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질본이 명확히 정해주지 않으면 기존 방침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문자 메시지로 확진자 동선 공개하는 것도 글자 수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인근지역인 경기 남양주시의 코로나19 대응과도 차이가 크다. 18일 남양주시는 확진자가 발생했을 당시 시 블로그를 통해 추정 감염 경로와 방문 장소, 접촉자 수를 올렸다. 이날 오후 3시경 확진자의 거주지 주소를 포함한 구체적인 동선을 표를 통해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 SNS에 공개했고 동선이 적힌 2차 문자를 발송했다.

구리 시민들의 공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배경이다. 한 시민은 “자꾸 이런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하면 투표 때 어림없을 것”이라며 “구리시민들을 우습게 보는 것도 아니고 1차 브리핑 때 댓글 반응을 보았을 텐데 이것은 사람을 가지고 놀리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다른 시민도 “이동경로를 알려줘야 조심하고 다닌다”며 “무슨 이런 경우가 있는지 모르겠다. 시장은 알고 피해 다닐 것 아닌가. 남양주시와 너무 차이가 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신속한 정보전달은 하지 않고 유튜브 영상을 보게 만들어서 짜증이 난다. 본인 홍보가 더욱 중요한가”라고 덧붙였다. ‘시정홍보’를 위한 치적쌓기용으로 유튜브 영상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인 것.

하지만 구리시 측은 해당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구리시 관계자는 “결코 시장의 홍보용이 아니다”며 “서울시에서도 동호수 등 확진자의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질본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유튜브가 트래픽 수 초과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창의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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