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코로나19 감염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Level D(레벨 D) 방호복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호복이 없어 의사, 간호사, 이송요원들이 극심한 고충을 호소 중이다. 향후 방호복 부족 사태가 이어질 경우 ‘의료인 집단 감염’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가 정한 방호장비는 A, B, C, D 총 4등급이다. 레벨D 보호장구에는 보호복과 N95 마스크, 고글, 덧신, 장갑 2개 등이 있다. 질병관리본부 의료기관 대응지침이 “선별진료소 진료, 검체 채취시 의료진들은 레벨 D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명시한 까닭이다. 레벨 D 보호구가 의료진의 보호와 의료진을 통한 ‘N차’ 감염을 막기 위한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선별 진료소에서 상기도 검사를 위해 검체 채취를 하면 환자들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전신을 감싸는 형태의 레벨D 방호복이 아닌 일반 가운만 입으면 매우 위험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신발이나 옷은 물론 머리에도 튈 수 있다. 의료진이 신발끈을 묶거나 머리를 만진 후 입이나 코로 손을 가져가면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5년 메르스 확산 사태 당시 162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의 방사선사, 164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진료 병동에 근무한 간호사였다. 169번째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 의사였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레벨D 수준의 개인보호구 착용이 미흡했던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었다.

‘데자뷔’일까. 팜뉴스 취재 결과,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진들도 레벨D 방호복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인근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한 간호사는 “방호복이 많이 부족하다”며 “선별진료소 상주간호사는 방호복을 입고 있지만 감염 내과 교수는 가운만 걸치고 검체 채취 중이다. 일반 가운을 입고 고글과 N95마스크에 장갑만 낀 상태다. 선별진료소는 밀폐공간이라로 감염 가능성이 높다. 의료진들이 위험천만한 상태에서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병원에서는 코로나19 의심환자가 입원한 ‘격리병동’에서도 의료진들이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위해 방호복이 아닌 일반 가운을 입는 상황이다.

앞서의 간호사는 “폐렴 증상을 보이는 의심환자들은 일단 격리병동 보낸다”며 “그런데 의료진들이 방호복이 없어 일반 가운을 입고 격리 병동에 들어가서 상기도와 하기도 검체를 채취한다.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오면 격리병동에서 빼내 일반 병동이나 중환자실로 이동시킨다. 의료진 감염이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병원 의료진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급증했다. 한마음창원병원에서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이 코로나19확진 판정을 받았다. 물론 울산대학교 병원 응급실 근무 의사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향후 방호복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면, 환자들이 비교적 많은 상급종합병원의 특성상 ‘의료진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앞서 간호사의 의견이다.

일반 종합병원도 다르지 않다. 수도권 인근의 종합병원 관계자는 “레벨D는 가장 낮은 수준의 보호장구지만 이마저도 공급이 되지 않고 있다”며 “특히 레벨D 방호복은 환자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것으로 갈아입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대구 집단 감염 사태가 터진 이후 환자가 몰려오면서 레벨 D 방호복 절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레벨 D 방호복에 일회용 가운을 덧입고 환자가 올 때마다 일회용 가운을 갈아입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 이유”라고 토로했다. 병원마다 레벨 D 방호복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의료진들의 감염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한 의료진은 ”코로나 검사 비용이 7만원“이라며 ” 그중에서 의료기관이 받는 것은 검채 채취비용은 7천원뿐이다. 레벨 D 보호구 가격이 그 정도다. 의료기관은 손해를 무릅쓰고 있는데 정부 지원은 저조하다. 방호복을 포함해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인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시기“라고 호소했다.

한편 환자 이동을 돕는 이송 요원들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한 구급대원은 “레벨 D 방호복을 하루종일 입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귀찮아서 입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없기 때문에 아껴 입는 것. 환자를 옮길 때마다 원칙적으로 갈아입어야 하지만 구급차 내부를 소독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송 환자가 기침을 하면 아찔하고 무섭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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