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방문 여행객’ 금지와 낮은 단계의 ‘대구봉쇄령’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를 적용하면 감염자 수가 더욱 폭증할 수 있다는 예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향후 일주일이 코로나19 확산세를 막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3일 오후 4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 환자는 약 602명이다. 대구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적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 경북에서 ‘무더기 감염’이 속출한 이후 벌써 5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확진자 가운데 기계 호흡을 하는 등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높은 환자는 7명으로 추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는 위기다. ‘코로나 대확산’ 사태가 현실화된 분위기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를 꼬집는 의견이 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미국은 코로나19 환자 6명의 확진 사례가 발생한 직후 전격적으로 ‘중국 방문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그 조치가 지금까지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골든타임을 놓쳤다. 이것이 발병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확진 환자들이 퍼진 단초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2주 이내 중국 대륙에 방문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의 입국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도 미국 확진자의 약 3배에 이르는 확진자(21명)이 발생했다.

의료계에서는 외국인 입국금지 지역을 후베이성을 포함한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우리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16일 29번 환자를 시작으로 감염경로가 미궁인 환자들이 줄줄이 나왔다. 해외여행 이력이 없고 환자를 접촉하지 않았는데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

사흘 뒤인 19일, 코로나19 확진자 20여 명이 무더기로 발생한 배경이다. 이중 14명은 대구에서 31번 환자와 동일한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시 대구 지역에 대해 ‘봉쇄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이틀 뒤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 환자 51명이 추가 발생하면서 감염자 수가 폭증했다.

앞서의 전문의는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확진 환자들이 나왔다는 건 지역사회 감염의 시작의 전조 증상이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중국 방문 외국인 입국 금지를 시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 중국의 우한 상황은 계속 악화됐고 국내로 중국인을 포함한 중국 방문객들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구 집단 감염의 복선이었다”며 “집단 감염사태가 일어난 첫날 낮은 단계의 봉쇄 조치라도 취했어야 했는데 정부의 태도는 미온적이었다”며 “하지만 주한미군은 ‘능동봉쇄’ 형태로 지극히 상식적인 조치를 취했다. 대구 지역에 있는 기지를 폐쇄하고 외부에 있는 군인들을 그곳으로 가지 말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주한미군은 한반도 내 주한미군 병력과 시설에 대한 우한 폐렴 위험 단계를 '낮음(low)'에서 '중간(moderate)' 단계로 올렸고, 대구에 있는 미군기지를 잠정 폐쇄했다. 주한미군 장병들에게는 대구 여행을 금지했다. 정부 차원에서 대구 지역의 시민들에 대한 ‘자발적’ 이동 중지를 권고하는 수준의 ‘대구 봉쇄’ 가이드라인 마련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들리는 배경이다.

더욱 큰 문제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이번 주내로 1000명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는 점이다.

최근 세계적인 유명 의학 저널 '란셋'에 게재된 “2019-nCoV 발생의 국내 및 국제 확산 가능성을 예측 : 모델링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의 기초감염 재생산지수(R0)는 2.68이었다. R0는 감염병의 사람 간 전파력을 수치로 R0가 1보다 크면 감염자 한명이 1명 이상 감염시킨다는 의미다. 전염병 배가 시간(epidemic doubling time) 6.4일이었다.

다른 전문의는 “1명이 2.68명에게 감염을 시키는데 2.68명이 실제 감염 증상을 나타낼 때까지 시간이 6.4일이라는 뜻”이라며 “연구 결과에 따라 1명이 최소 3명에게 전파하는 기간을 일주일이라고 잡으면, 1명이 12명이 되는데 2주가 걸린다. 1명이 100명이 되는 기간은 한달이다. 하지만 100명부터는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역을 제대로 안 된다는 가정하에 산출된 수치“라며 ”하지만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도 중국 우한시처럼 음압병상 부족으로 방역에 점점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음주 1000명을 돌파하고 다음달 20일 정도면 1만명이 넘어간다. 우한시 확진자가 수십명 수준에서 수만명 되는데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때문에 2월 마지막 주가 향후 코로나 확산 저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의 전문의는 “정부가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라며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세가 퍼지고 있다. 이런 위기는 처음이다. 미군이 취한 봉쇄 정책을 대구 지역에 적용하고 지금이라도 중국 방문 여행객의 입국금지령 조치를 내려한다. 10명에서 1000명 단위로 넘어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지금이라도 최악의 상황을 예견하고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정부는 23일 코로나19 사태 대응과 관련해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렸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대구 ·경북지역의 코로나19 감염전파를 차단하고, 지역 내에서 소멸시키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범정부적인 역량을 모두 동원해 고강도 방역봉쇄망을 구축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방문 여행객 입국 금지’와 ‘대구봉쇄’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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