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중국발 택배 상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택배 상자에 묻어있는 코로나19바이러스가 전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의 불안감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결과가 없다는 점에서 중국발 택배에 대한 ‘1차 소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들리고 있다.

경기 파주에 사는 김모(32) 씨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생수를 주문했다. 하지만 수원지가 중국의 ‘길림성’이란 사실을 확인한 뒤 주문을 취소하고 국내 제품을 재주문했다. 제품이나 택배 상자에 코로나19가 남아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길림성이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우한과 먼 지역이지만 일단 같은 중국이라 찜찜한 마음이 들었다”며 “중국산 제품이 국내로 넘어와도 박스 표면에 바이러스 균이 그대로 남아있으면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김 씨뿐만이 아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중국발 택배의 신종코로나 감염 위험성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대형 온라인 피규어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피규어 제품을 구매했는데 배송지와 출발경유지를 보니 정저우 난징 상하이였다”며 “상하이는 우한과 멀리 떨어져있는데 난양과 정저우는 멀지 않은 곳이다. 중국산 공산품 검역이 제대로 이뤄질지 궁금하다. 주문을 안 하는 게 상책이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팩트(FACT)는 뭘까. 관련 일단 연구결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8년 1월 미국 감염 관리 저널(AJIC)에 발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Human coronavirus 229E)가 온도 24도, 습도 50% 이하의 조건에서 폴리염화비닐(PVC), 라미네이트 등에 붙어 7일 동안 감염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내용은 사스가 유행할 당시 캐나다 정부가 만든 '병원체 안전 보건 자료' 보고서에도 언급됐다.

문제는 연구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앞서 논문의 연구 대상인 ‘coronavirus 229E’는 알파(alpha) 코로나 바이러스 그룹에 속한다. 메르스나 사스가 속한 베타 코로나바이러스(Beta coronaviruses)과는 엄연히 다르다.

질병관리본부의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번에 발병된 코로나19는 알파 코로나바이러스인(229E, NL63)와 39-40% 상동성을 보였다. ‘coronavirus 229E’와 코로나19가 유전적 특징이 유사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온도 24도, 습도 50% 이하의 조건에서 7일동안 생존력을 유지한다는 연구 결과를 코로나19에 적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뚜렷한 연구 결과가 없는 이상, 중국발 택배 방역에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코로나 19의 특징은 가까운 접촉 뿐 아니라 환경을 통한 감염이 가능하다. 택배 상자 표면에 코로나 19의 생존기간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가 없는 이상 무조건 안전하다는 식의 섣부른 단정은 금물이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존력이 RNA 바이러스에 비해 강하다는 점이다.

RNA바이러스는 대표적으로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에이즈 감염의 원인인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가 꼽힌다. HIV는 혈액을 비롯한 체액을 통해서만 전염을 일으키고 침, 소변, 땀 등에는 바이러스가 없을뿐더러 HIV는 공기 중에 노출되면 사라진다.

앞서의 전문의는 “코로나19와 HIV는 외피를 가진 RNA 바이러스다”며 “HIV는 외부 환경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지만 코로나19는 가까운 접촉 뿐 아니라 환경을 통한 감염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오는 택배는 1차례 정도 환경 소독을 해야 한다. 안전은 최악의 상황을 염두해두고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역 당국은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관세청 관계자는 “중국발 택배에 대해 따로 소독을 하지 않고 있다”며 “질본 등 보건당국이 협조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움직일 이유는 없다. 방역 관리 예산이 따로 있는 점도 아니고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질본의 판단을 해주지 않으면 먼저 나서기 곤란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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