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낮은 단계의 ‘대구 봉쇄령’을 포함한 특별 관리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역 사회 감염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조치로 ‘제2의 우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코로나19 확진자 20여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중 14명은 대구에서 31번 환자와 동일한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대구에서 국내 최초로 ‘무더기 감염’ 사례가 나온 것. 각종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대구 봉쇄’가 하루종일 ‘실검’에 오른 까닭이다.

정부는 즉각 ‘대구봉쇄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노홍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총괄책임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우한처럼 대구에 대한 도시 봉쇄나 이동중지 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구시를 봉쇄하는 것을 검토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구 봉쇄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대구에서 10여명의 집단 감염 환자가 나온 것은 굉장히 중요한 ‘시그널’이다”며 “개별적인 접촉자에 의해 한 두명 정도가 추가로 발병한 수준이 아니다. 10여명의 환자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사람들이 수십명에서 수천명으로 불어날 수 있고 그 접촉자들을 전부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확실시된 상황이란 뜻”이라며 “대구의 집단감염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도 우한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전국이 일일생활권인 상황에서 대구 봉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국적으로 퍼지는 사태가 됐을 때는 막을 수 없다. 우리나라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의 시작은 ‘7건’의 확진 사례였다. 지난해 12월 3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중심병원 안과 전문의였던 리원량 박사는 의대 동기가 모인 카톡방이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방에 “화난 수산물시장에서 7명 SARS(사스) 확진”이란 글과 해당 환자의 검사 결과지 사진을 함께 올렸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리 박사의 경고를 유언비어로 몰고 갔다. 그 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우한을 다녀갔고 군중이 운집한 대규모 축제가 연이여 열렸다. 결국 중국 정부는 우한시를 23일 봉쇄했지만 골든타임은 지났다.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이유다. 중국 정부가 불과 7건에 불과한 ‘지역사회’ 감염 사례를 수수방관한 결과였다.

때문에 ‘대구 집단 감염’ 사태를 막기 위해 낮은 단계의 ‘봉쇄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앞서의 전문의는 “향후 대구지역에서 수만명이 자가 격리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수가 점점 많아지면 현실적으로 ‘능동적 자가격리’는 사실상 어렵다. 봉쇄령을 통해 대구 시민들이 적어도 2주동안 대구에서만 생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전면 봉쇄’보다는 ‘능동 봉쇄’를 해야 한다. 대구시민들의 시민의식을 믿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상 대구 지역에 대해서는 기존의 ‘진단키트’를 뛰어넘는 수준의 방역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강윤희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지역사회 감염이 확실한 곳은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나면 코로나19 확진 검사가 의미가 없다. 확진검사가 음성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 확진검사상 음성이지만 누가 봐도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키트 자체로 양성인 환자를 검출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감염으로 퍼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사례가 적기 때문에 진단키트를 통해 확진된 것에 대해 사례정의를 하는 것이 안전한 조치다”며 “하지만 대구처럼 집단감염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된 곳이라면 진단키트상 음성으로 나왔다고 해서 코로나19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한 지역에서 전세기로 귀국한 교민 중 20번 확진자는 1차 검진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2차 검진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8번 확진자도 첫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2차 검사를 받았고 양성으로 확진됐다. 최근에도 우한에서 귀국한 24번 환자 역시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역 사회의 집단 감염이 일어난 상황에서는 진단키트상 ‘음성’으로 나왔다는 이유로 격리를 해제할 경우 더욱 많은 감염사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대구 지역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

앞서의 전문의는 “X-ray, CT 검사 소견이 코로나19와 똑같은데도 음성이라고 진단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며 “음성인데 양성인 환자들까지 관리하려면 대구만이라도 진단키트에 의존하는 방역관리에서 벗어나 더욱 능동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음성으로 나왔다고 안심한 사이 또 다른 확진자들이 우후죽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감염시 진단키트는 참고사항에 불과하다”고 조언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