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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경로 미스터리, ‘29번 환자’ 뒤 숨은 ‘무증상’ 감염자가?
감염경로 미스터리, ‘29번 환자’ 뒤 숨은 ‘무증상’ 감염자가?
  • 최선재 기자
  • 승인 2020.02.1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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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 무증상 감염 부정해왔지만….
전문가 “29번 뒤 숨은 환자 아우를 방역망 재정비해야”

최근 29번째 환자가 신종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질본의 방역망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염경로와 감염원을 확인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확진 사례 등장으로 ‘무증상 감염’을 아우를 수 있는 방역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가 철저한 선제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확진자 확인도 정부의 ‘방역관리망’ 내에 있는 만큼, 국민들께서는 예방에 철저를 기하면서도 지나친 공포·불안감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경제·소비활동을 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16일 29번째 확진 환자가 등장했다. 해외여행 이력이 없고 환자 접촉자로 관리도 되지 않은 29번째 환자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 질병관리본부의 ‘방역관리망’ 밖에서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는 점에서 코로나 공포가 다시 드리운 배경이다. 코로나 사태 종식에 대한 정부발 ‘장밋빛 전망’들이 순식간에 무너진 순간이었다.

문제는 29번째 환자의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질본에 따르면 29번째 확진자는 지난해 12월 이후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도, 환자와 접촉한 이력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28번 환자들의 감염경로는 ‘해외 여행력’과 ‘확진자 접촉력’에 따라 명확히 분류될 수 있지만 29번 환자는 그야말로 ‘오리무중’ 상태에 있는 것.

‘29번 환자’의 등장은 이전에 환자들과는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질본은 그동안 역학조사로 감염경로를 명확히 파악해왔다. 증상이 있는 환자를 선별해서 접촉자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29번 환자는 다르다. 지금의 방역시스템으로 걸러낼 수 없는 환자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방역 체계 구축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질본이 지금껏 그 존재를 부정해온 ‘무증상 감염’에 대한 개념을 포함한 형태의 방역망을 재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앞서의 전문의는 “29번 환자에 대한 접촉자(코로나19 확진자 또는 의심자)가 구체적인 역학조사를 통해 밝혀진다면 접촉 시점이 명료해진다. 접촉 이후 14일 이내 발병했다면 접촉자에 의한 감염이다”며 “하지만 최종적으로 접촉자와 접촉 시점을 알 수 없다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무증상 감염자에 의해서 29번 환자에게 코로나19가 전파됐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그동안 질본이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2차감염이란 개념을 협소하게 해석해왔는데 29번환자가 등장한 이상, ‘접촉자가 없는데도 감염이 생기는 경우’를 방역망의 범주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무증상 감염’에 대한 질본의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팀장은 지난달말 “코로나19가 메르스, 사스같은 코로나바이러스 패밀리(계열)에 있기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형적인 특징에서 그렇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 무증상 감염이 일반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에서는 없다. 증상이 없을 때의 전파력은 없다고 돼 있다"고 자신했다. 코로나19의 ‘원발원지’인 중국에서 무증상 감염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이어졌지만 질본의 입장은 변함없었다.

하지만 미국은 달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버트 레드 필드 소장은 14일 “코로나 바이러스는 질병의 증상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전염 될 수 있다”며 “환자가 무증상일 때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확인된 많은 사례들은 대부분 인후통과 관련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때문에 의사 사회는 질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분위기가 엿보이고 있다. 다른 전문의는 “CDC의 수장이 무증상 전파에 의한 감염을 방역망 카테고리에 넣기 위해 ‘무증상’이란 키워드를 강조한 것”이며 “무증상이라는 것이 증상이 전혀 없다고 보는 게 아니라 열도 안나고 목만 약간 아픈 증상에서도 전파가 가능하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질본이 처음부터 무증상이란 개념 자체를 협소하게 해석하고 의심증상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보다는 훨씬 예민하고 치밀한 형태의 방역망을 구축한 것”이라며 “앞으로 감염경로가 명확지 않은 환자들이 더욱 나올 수 있다. 질본이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전제한 상태에서 방역망 체계를 재정비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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