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내수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파머징 마켓’에 주목하고 있다. 파머징 마켓(Pharmerging market)이란 ‘제약(Pharma)’과 ‘신흥(Emerging)’을 합친 신조어로 중동과 중남미, 동남아 등 신흥 제약시장을 뜻한다.

그중에서도 중동 시장의 경우, 의료 수요는 높아지고 있으나 지속적인 인구 증가와 더불어 평균 수명 연장에 따른 시장 잠재력이 큰 편이다. 특히 중동 대부분 국가는 의약품 생산 능력이 부족하고 자국 내 의약품 생산 대비 수요가 높다. 때문에 수입의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같은 매력 때문에 국내 제약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중동 시장에 진출을 꾀하고 있으나 제약사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3년 자체개발한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를 이란에 수출했다. 공급 규모는 1,500만 달러로 이란 제약사 ‘티케이제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서다. 티케이제이(TKJ)社는 이란에서 두 번째로 큰 의약품 유통기업의 대주주로, 이란 전역에 걸친 유통망을 확보한 기업이다.

또한 2014년에도 이란 제약사인 ‘아리안살라맷’과 2,500만달러 규모의 백혈병 치료제 ‘이매티닙’에 대한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아리안살라맷(Arian Salamat Sina)社는 이란 식‧의약품관리처(FDO)로부터 공급부족 의약품에 대한 수입 권한을 획득한 업체로 다수의 해외 의약품을 공급한 바 있다.

2019년에는 아랍에미리트에 ‘나보타’에 대한 품목 허가를 획득해, 올해 안에 현지 파트너사 ‘댄시스’를 통해 정식 발매할 예정이다. 댄시스(Dansys)社는 에스테틱 전문업체로 중동에서의 탄탄한 판매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중동과 같은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는 현지 파트너사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현지에서 영업‧마케팅을 통해 유통망을 확보하는 한편, 의약품에 대한 이해도 높은 로컬 제약사 위주로 파트너십을 체결한다”고 전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파트너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중동 파트너사인 ‘히크마’는 미국과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까지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로 아랍 국가 중에서는 최초로 미 FDA의 제조 승인을 받았다. 또한 2005년에는 영국 런던증권시장에 상장됐고, 이후에도 높은 기술력과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바탕으로 시장 장악에 힘쓰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히크마(Hikma)社의 파트너십을 통해 지난 2018년 리비아와 튀니지에서 인플릭시맙 바이오의약품 입찰 경쟁에서 낙찰됐다. 이에 따라 해당 국가에서 피하주사제 ‘램시마’를 독점 판매하고 있다. 또한 모로코의 경우, 램시마의 시장 점유율은 8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중동에서 가장 규모가 큰 로컬 제약사인 ‘히크마’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며 “히크마는 중동 전역에 걸친 유통망을 확보한 업체로 중동 시장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동 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제약사들도 있다.

보령제약의 경우 지난 2016년 현지 업체인 ‘람파마’와 고혈압치료제 ‘토둘라’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람파마社는 요르단 제약회사로 보령제약과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19개국에 약 6,800만 달러 규모의 의약품을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보령제약은 돌연 람파마와의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요르단 시장 변동 등의 이유로 사업성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한 일동제약은 지난 2016년 요르단 제약사인 MS파마와 프로바이오틱스와 항생제 등의 원료 및 완제 의약품을 요르단 현지에 공급하는 수출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는 미흡한 상황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중동과의 거래선은 유지하고 있으나 그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며 “해외시장 특성상 거래가 산발적으로 진행되거나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 일일이 발표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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