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유통 중인 메트로니다졸의 원료 수급에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한에 있는 제조 시설의 일방적인 생산 중단으로 메트로니다졸의 원료 성분을 수입해온 일부 업체가 상당한 피해를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메트로니다졸이 국가 필수 의약품이란 점에서, 이번 수급난을 계기로 환자들의 피해가 가중될 것이란 전망도 들리고 있다.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은 항생제나 항원충제로 단독 사용되거나 골반염, 심내막염, 세균성 질염 치료를 위해 다른 항생물질과 함께 사용하는 성분이다. 특히 메디나충증, 편모충증, 질편모충증, 아메바성 감염에 효과적인 약물이다.

식약처 원료의약품 등록 공고에 따르면, 우한에 있는 제조시설(Wuhan Wuyao Pharmaceutical)로부터 메트로니다졸 원료 성분을 수입 중인 국내 업체는 씨제이헬스케어 및 제이더블유중외제약, 파마피아, 대한약품공업이다.

문제는 이들 중 일부 업체가 중국 내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메트로니다졸의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 우한에 있는 원료 제조사에 발주를 넣었다”며 “하지만 우한 지역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된 이후부터 연락이 두절됐고 수입이 막혔다. 제조시설 근로자들이 출근도 하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연락했을 때 ‘생산이 멈춰서 물건을 당장 보내줄 수가 없다’는 말만 남겼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한 쪽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며 “원료를 실어 배를 띄울 수 있는 실무자도 연락이 끊겼다. 어떻게든 재고를 확보해야 하는데 난감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트로니다졸 원료 공장의 일방적인 가동 중단으로 극심한 피해가 발생 중이라는 것.

이뿐만이 아니다. 당장 시일에 맞춰 메트로니다졸 원료를 납품하지 못할 경우 제약사들의 피해도 갈수록 커질 것이란 예측도 들리고 있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상황을 보면 생산 중단 상황이 향후 수개월간 이어질 수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고객사(제약사)에 납품할 재고가 바닥났다. 납품 일정을 맞춰주지 못하면 고객사에도 상당한 피해가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장 약효를 내는 주성분(API) 원료 공급처를 바꿀 수 없는 노릇”이라며 “서류를 꾸리는 것부터 실사까지, 최소 1년에서 2년 이상이 걸린다. 중국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메트로니다졸 재고 소진으로 국내 제약사들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더욱 큰 문제는 메트로니다졸 정제가 식약처가 지정한 ‘국가 필수 의약품(적응증:트리코모나스, 혐기성균)’이란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급난이 지속될 경우 환자들에게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들리고 있는 까닭이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메트로니다졸 정제는 광범위하게 처방 중인 항생제”이라며 “질이나 장내에 생기는 균에 의한 감염을 억제하기 위해 쓰이는 약이다. 특히 내과 산부인과에서 많이 처방된다. 성병인 트리코모나스 질염 치료를 위해서도 주로 사용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드시 필요한 약이지만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식약처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것”이라며 “제네릭 제품도 적기 때문에 수급난으로 인해 당장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제약사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국내에서 메트로니다졸 정제(후라시닐정)를 유일하게 생산 중인 씨제이헬스케어 측도 우한 쪽의 제조 시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씨제이헬스케어 관계자는 “우한 쪽 원료를 수입하고 있지만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내부 기준으로는 충분한 재고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향후 중국의 상황이 급변할 수 있어 지속적으로 우한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대책이 필요하면 정부에서도 연락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식약처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중국산 원료의약품 수급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제약사나 우한 지역의 원료사와 관련 협의를 진행한 일은 없다. 향후 필수의약품 공급에 차질이 현실화한다면 제약사들과 협의해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