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연구진은 신종 코로나의 잠복기가 최대 24일에 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재 14일 잠복기 기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일,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주축이 된 연구진은 최신 논문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잠복기의 중간값은 3.0일이고 범위는 0~24일”이라고 밝혔다. 중난산 원사는 지난 2003년 중국에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유행할 당시 코로나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한 인물로 중국 내 호흡기 질병 관련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이에 따라 인터넷을 중심으로 잠복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 SNS 웨이보에서는 “잠복기가 늘어난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걱정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인터넷 카페 회원은 “중국 연구진이 발표한 이번 논문은 샘플 수가 충분해 믿을만해 보인다”며 “특히 중난산이란 사람은 중국 사스 퇴치에 큰 공을 세운 사람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이번 조사가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회원 역시 댓글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잠복 기간이 2주가 아니라 더 길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며 “지금의 2주 격리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밖을 다니기가 무서울 정도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해당 논문은 중국 내 31개 성‧시에 위치한 552개 병원의 확진 환자 1,099명에 대한 임상 특징을 정리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이번에 초고 형태로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잠복기가 최대 24일로 명시되어있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아직까진 예외적인 개별사례로 보이며 현재 14일 잠복기라는 지침을 변경하기엔 근거가 불충분하다. 또한 중복 노출에 의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출처: 중국의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임상적 특성
출처: 중국의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임상적 특성

실제로 ‘표1. 1,099명 환자의 임상적 특성’에서 붉은색 박스로 표기한 ‘잠복기-일수(Incubation period-days)’ 부분을 살펴보면 ‘3.0 (0.0-24.0)’으로 명시돼 있을 뿐, 24일의 잠복기를 가진 환자 수에 관한 내용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중복 노출에 대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24일이라는 ‘매우 긴 잠복기(a very long incubation period)’는 환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중복 노출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WHO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권고하는 14일 잠복기를 변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복 노출(double exposure)이란 처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땐 감염이 되지 않았으나, 추가로 다시 한번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감염이 된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바이러스에 두 번 이상 노출되면 정확히 어느 시점에 감염이 됐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WHO의 발표대로 잠복기가 더 ‘길어’ 보일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로 해당 논문은 ‘피어 리뷰’ 과정도 거치지 않은 상태라는 점.

피어 리뷰(peer review)란 주로 학술 저널에서 미발표 논문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저널에 제출되는 논문들은 이 심사과정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연구의 품질을 높이고 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하게 된다.

대표적인 의학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의 경우 1년에 제출되는 논문들이 5,000편이 넘지만 게재되는 논문은 단 5%에 불과할 정도다. 앞서의 전문의는 “의학 논문에서 피어 리뷰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며 “해당 논문은 아직 정식으로 게재되지 않은 초고 상태의 논문이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 역시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신중한 모양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1일 브리핑을 통해 “중국 연구진의 논문은 전문가의 검토를 마치고 정식 발표된 것이 아니다”며 “잠복기가 24일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고 많은 전문가들이 바이러스 중복 노출 시점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 한 편의 논문을 통해 전 세계에서 지침으로 삼은 14일의 잠복기를 변경하기에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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