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폐렴) 관련 의료기관 대응 지침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대상을 ‘중국 방문력’으로 제한하는 ‘부실 대응’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선 병원과 선별 진료소에서는 기침과 발열 증상을 보이는데도, 중국 방문력이 없다는 이유로 환자들을 되돌려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는 ‘슈퍼전파자’ 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보건의료기관 대응 가이드라인(4판)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의심환자 ‘신고대상’으로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우한시 포함)이나 중국을 방문한 자’를 기준으로 삼아왔다. ‘중국방문력’을 지닌 환자가 기침, 발열 등 의심 증상을 보일 경우 의료진이 보건소에 신고하는 방법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진단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신고대상을 ‘중국방문력’으로 제한한 가이드라인은 ‘제3국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는 단초를 제공했다. 최근 중국이 아닌 일본(12번), 태국(16번) 제3국 환자가 줄지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제3국’을 방문한 환자의 숫자가 늘고 있는 것.

질본의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상급종합병원의 한 간호사는 “16번 환자는 질본 지침상 전혀 해당사항이 없는 경우였다”며 “해외 여행력이 있다면 우선적 의심할 필요가 있었는데 정부 대처가 안일했다. 신고대상 범위가 넓었다면 좀 더 일찍 검사를 받을 수 있었는데 질본이 화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 보건의료인 대응가이드라인 일부
▲질병관리본부 보건의료인 대응가이드라인 일부

더욱 큰 문제는 질본의 가이드라인이 ‘요지부동’이란 점이다. 때문에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여전히 ‘중국방문력’ 없는 환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부 지침을 따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을 위한 최우선순위가 중국 방문력 기준이다”며 “발열에 기침 증상을 보인 환자가 응급실에 찾아와도 외래 진료를 위해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중국 방문’을 신고대상으로 정한 점이 답답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역 감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팜뉴스 취재 결과, 질본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한 선별진료소(병원, 보건소)에서는 5일 싱가포르를 방문 이력이 있는 17번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은 당일에도, ‘중국방문력’을 기준으로 환자를 분류하고 있었다.

A 선별 진료소 관계자는 “중국방문력 없는데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질본에 신고하지 않는다”며 “폐렴을 위해 일반 진료 쪽으로 안내한 다음에 증상 호전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B 선별진료소 관계자도 “중국을 최근에 방문하지 않았다면 일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도 다르지 않았다. 콜센터 관계자는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증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일반병원에서 똑같이 진료를 받고 완치를 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선별진료소, 콜센터 등 국민들에게 ‘1차 안내’ 역할을 담당한 기관들이 질본 지침을 따르고 있는 상황.

때문에 ‘슈퍼전파자’의 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의 간호사는 “이렇게 대응이 허술하면, 메스르 사태처럼 ‘슈퍼 전파자’가 나올 수 있다”라며 “의료기관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면, 정말 걷잡을 수 없다. 계속 이렇게 환자를 외래 진료를 위해 집으로 돌려보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6번 환자는 증상 초기 광주에 있는 20세기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요청했지만, 중국 방문력이 없어 검사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6번 환자의 접촉자는 306명으로 집계됐고 태국 여행을 함께 간 딸 1명(18번 환자)은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질본 측은 최선의 조치를 취해왔다는 입장이다. 질본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의료 기관 대응 지침에 공식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중국 방문력이 없어도 의사 판단 하에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보건소에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해왔다”며 “중국방문력을 기준으로 신고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의료계에서는 날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가 판단하지 않으면 질본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의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신고 범위를 넓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질본 측은 팜뉴스에 새로운 가이드라인 배포를 통해 의심환자의 신고대상 범위를 새롭게 정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전했다.

앞서의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2월 7일을 기점으로 중국 이외에 해외 국가를 방문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사 판단하에 검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에 규정할 예정”이라며 “7일 이후에는 선별진료소와 콜센터에서도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따라, 안내한다면 문제점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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