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업을 정지한 중국 산시성 시안 상점 (현지 제보)
사진=영업을 정지한 중국 산시성 시안 상점(현지 제보)

중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가 확산 중인 가운데 후베이성 인접 지역 교민들이 극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교민들은 상점 폐쇄로 쌀, 라면 등을 살 수 없어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

우한폐렴 의심 증상이 있어도 중국 정부와 병원 방역 시스템을 불신해 의료기관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고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한국 본사의 ‘자율적 출근 지침’ 때문에 감염에 대한 공포를 무릅쓰고 공장으로 출퇴근을 감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팜뉴스는 한국인 근로자 제보를 토대로, 현지 상황을 단독 보도한다.

2일 0시 우한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중국 후베이성 전체 누적 확진자는 1만1177명, 사망자는 350명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사망자는 나날이 늘고 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 당시 사망자 수를 이미 넘었다.

세간의 시선은 우한폐렴의 진원지인 ‘후베이성’ 또는 ‘우한시’에 향하고 있지만 인접 지역에 사는 우리 교민들이 충격적인 상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산시성 시안에 파견 근무 중인 현지 근로자 A 씨(34)는 “우한 폐렴으로 거리가 삭막하다. 사람이 아무도 없고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다”라며 “상점이 문을 열면 공안들이 들어가서 ‘당장 문을 닫으라’고 하는 바람에 생필품을 전혀 구할 수 없다. 쌀과 라면이 떨어져 가는데 문을 여는 곳이 없다. 배가 너무 고프다. 곧 죽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중국 산시성 시안은 후베이성에 바로 인접한 곳이다. 삼성전자, SK 등 반도체 생산라인 공장이 있어 국내 근로자들 상당수가 파견된 지역이다. 앞서의 근로자는 “쌀이 떨어지면 라면이라도 먹어야 하는데 뾰족한 수가 없다. 저 같은 한국인 근로자들 대부분이 생필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중국 시안 문닫은 상점 '출입금지'라고 쓰여있다.
사진=중국 시안 문닫은 상점 '출입금지'라고 쓰여있다.
사진=시안 문닫은 상점들
사진=시안 황량한 상점 거리

실제로 A 씨가 제공한 사진에 의하면, 시안 거리에 있는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상점 바로 앞에는 ‘출입금지’ 또는 ‘영업금지’라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우한시에 고립된 교민들 뿐 아니라 시안에 거주하는 교민들 역시 위태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

앞서의 교민은 “중국동포가 운영하는 한국 슈퍼도 유일하게 열었지만 재고가 전부 떨어져서 갑자기 문을 닫았다. 중국인들이 사재기를 했기 때문”이라며 “전부 털어갔다. 수소문해서 찾아간 편의점에도 라면이 없었다. 물 사기도 힘들다. 식수가 부족해 기본적으로 생활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사진=시안 인근도로 모습
사진=시안 인근도로 모습

중국 정부의 방역 작업의 강도 역시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고속도로마다 경찰이 일일이 체온검사를 하는 중”이라며 “아파트 단지마다 출입제한도 걸려있다. 동호수를 적고 체온을 재는 절차를 거친다. 자동차가 들어가면 바퀴에 소독약을 뿌린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민들이 우한 폐렴 증상이 있어도 중국 병원의 의료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어 대형병원을 찾을 수 없다는 증언도 나왔다.

앞서의 교민은 “매일 체온계로 온도를 재고 있는데. 어제 갑자기 체온이 37.8도를 기록했다”며 “덜컥 겁이 났지만 중국 병원을 믿을 수 없었다. 모든 시설이 낙후돼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보통 중국 병원을 가지 않는다. 병원에서 오히려 코로나 바이러스를 걸려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베이성 사람들이 시안 주변 병원에도 넘쳐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씨 증언에 의하면, 시안은 이미 ‘유령도시’로 변했다고 한다. A 씨는 “거리에 자동차가 전혀 다니지 않는다”며 “대형 쇼핑몰은 전부 폐쇄해서 인도에도 사람이 없다. 사람들이 대부분 집안에서 생필품을 쌓아놓고 나오지 않은 탓이다. 전쟁터를 보는 느낌이다”고 설명했다.

더욱 큰 문제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우한폐렴 감염에 두려움을 무릅쓰고 출근을 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A 씨는 “중국은 춘철 이후에 2월 9일까지 휴일이 연장돼서 중국인들은 출근을 자제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협력사인데 한국에 있는 본사가 ‘자율 출근’ 지침을 내려서 매일 출근하는 상황이다. 실상은 자율인데 눈치를 보느라 전부 출근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장 앞에서 체온을 확인하지만 너무 두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버스 지하철이 불안해서 택시로 출근 중인데 디디(중국 콜택시 업체)가 영업을 중지했다”며 “우한폐렴 때문에 우버도 영업을 하지 않는다. 매일매일 콜택시를 부르는 것도 점점 지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파견된 한국 근로자의 가족들도 상당한 공포를 호소 중이다.

A 씨는 “가족들 전화가 매일매일 빗발친다. ‘위험하니까 한국으로 들어오라. 직장을 그만두고 당장 와라’는 내용이다”며 “하지만 돌아가면 2주간 격리를 해야 하고 가족들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 좋자 않아, 곧 직장을 그만두고 무단이탈하는 한국인 근로자들도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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