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설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28일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나라 증시뿐 아니라 전 세계 증시는 당분간 우한폐렴 사태로 불안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2000년대 이후 발생한 사스, 메르스 등 감염병 발생 시 시장 사례를 토대로 주식시장의 단기 영향은 피할 수 없지만 장기간 출렁거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조심스러운 예상을 내놓고 있다.

본지는 국내 의약품 지수의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및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경험치를 분석해 이후 장세를 전망했다.

코스피는 우한폐렴 공포에 1년3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인 3.09%가 빠진 반면, 제약바이오주의 대표적 지수인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오히려 0.59%가 상승하면서 투자자와 업계의 이목을 모았다.

아직은 우한폐렴 사태를 보는 시각이 증시에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폐렴 확산이 멈추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상승에 무게가 실린다. 주목되는 점은 테마 중소 제약바이오가 변동성을 바탕으로 강세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스 사태처럼 전염병의 장기적 확산은 병원의 내수부진을 유발하는 등 업계 전반의 침체 분위기를 촉발해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먼저 과거 경험치를 살펴보면, 지난 2015년 국내에서 메르스 환자 발생 후 2개월간은 의약품 업종이 상승세를 탔고 그 이후 2개월간은 하락해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우한폐렴은 지난 2일 현재 중국에서만 300여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함에 따라 제2의 사스사태 또는 한국에서 유행한 메르스 사태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우한폐렴 환자로 4차 감염자 포함 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는 추세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과거 증시와 경제에 미친 사례를 살펴보면,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진행된 사스 홍역 당시 對中 수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이 둔화하면서 국내 경제에 상당한 부담감을 안겼다. 사스 사태가 터지기 전 이라크전쟁과 국내 내수가 불안한 상황에서 사스 영향이 증시 급락을 부추긴 것. 이에 코스피는 2002년 12월 고점 대비 30%가 폭락했고 3개월간의 지수 하락률은 10.18%에 달했다.

조금 더 시기를 당겨보면 2015년도 5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메르스 사태를 대입할 수 있다. 당시 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나면서 한국경제를 짓눌렀고 코스피 역시 약 5%가 빠지면서 급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시 증시가 전반적으로 침체 분위기였다면 제약바이오주는 어땠을까? 사실 2003년 사스 사태는 당시 경제적 상황(이라크전쟁, 국제유가 급등, 한국 카드 버블 후유증 등)이 좋지 않았던 만큼 제약바이오주 역시 하락 침체를 피해 갈 수 없었다.

하지만 2015년 메르스의 유행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국내에서만 발생해 주식시장에 미쳤던 영향이 사스 사태보다는 크지 않았다. 코스피 역시 4.56%만 하락하는 정도에 머물렀고 오히려 제약바이오주는 수혜가 언급되면서 3개월간 약 18%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발병 두 달간의 의약품 업종의 수익률은 30%를 넘게 달성했다. 하지만 이후 두 달은 20%가 넘는 급락과 동시에 제자리로 돌아오는 ‘회귀’ 현상에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과거 메르스 관련주들은 2015년 사태와 2018년 메르스 확진자 재발생 사태 때 2배 이상 급등 후 약 20~30일 뒤 제자리로 내려앉아 주의가 요구되었던 경험이 있다. 2018년을 보면, 쿠웨이트로 출장을 다녀온 60대 남성이 메르스 환자로 확진판정(2018.9.8)을 받은 이후 진원생명과학은 고점 7,205원(2018.9.10.)을 기록한 후 저점 3,423원(2018.10.30)으로 하락했고, 오공은 최고가 4,290원(2018.9.10)에서 한 달 만에 2,540원으로 급락했다. 고려제약도 최고가 11,450원(2018.9.28)에서 최저가 6,000원(2018.10.30)을 기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국내 경제 환경 역시 증시를 위협할 요소가 다분히 존재한다는 데 대해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증시 한 전문가는 “현재 증시 불안은 국내 최대 헤지펀드인 라임과 알펜루트의 환매 중단사태로 번지고 있고 경기하향 논쟁에 글로벌 증시도 우한폐렴의 파장이 예상되면서 동반하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설 연휴를 마치고 시작된 28일 국내 증시가 우한폐렴 공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및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로 코스피가 3.09% 급락해 대부분의 업종이 폭락했다는 점은 심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백신, 방역 관련주가 테마로 자리 잡으면서 주가가 요동을 칠 것으로 점쳐진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 사태에서 관심을 받았던 종목들은 진원생명과학, 제일바이오, 파루, 중앙백신, 이글벳, 고려제약, 명문제약, 진양제약 등이었으며, 진단키트로는 바이오니아, 마스크로는 오공, 케이엠, 웰크론 등이 대표적이었다.

실제로 이들 제약바이오주들은 코스피가 폭락한 28일, 마스크 생산업체 ‘오공’, 케이엠제약, 웰크론, 국제약품, 체외진단업체 ‘바디텍메드’, 녹십자엠에스, 결핵 진단키트 개발업체 ‘수젠텍’, 인공호흡기 환자감시장치 제조업체 ‘멕아이씨에스’, 중증호흡기바이러스 검출키트 개발업체 ‘피씨엘’ 등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랩지노믹스, 진바이오텍, 파루, 백광산업, 우정바이오, 진양제약, 서린바이오 등 백신, 방역 관련주들이 테마주로서 상승 거래됐다.

반면, 전통적인 대형 제약사들은 주의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전염 우려로 인한 환자들의 병원 내방이 적어지면서 내수 실적마저도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유한양행, 대웅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등 매출 상위권 제약사들의 28일 이후 주가는 약보합 횡보를 그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는 “질병 전염은 증시 전반에 확실한 악재로 과거의 사례에서처럼 단기적으로 급격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전염 현상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6개월에서 많게는 1년 내로 장기화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증시도 단기 급락 후 회복이라는 단계를 반복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학습효과를 감안한 투자자들의 신중한 거래가 요구 된다”고 설명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