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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30년간 함께한 코골이, ‘수면다원검사’ 직접해 봤더니
[현장르포] 30년간 함께한 코골이, ‘수면다원검사’ 직접해 봤더니
  • 김응민 기자
  • 승인 2020.01.3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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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속 저호흡·무호흡증 모르고 지나가는 것 ‘다반사’
중증 수면무호흡증 진단에 수술보단 ‘양압기’ 사용 처방받아

수면다원검사가 지난 2018년, 급여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수면무호흡증 진단과 검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이 점차 수면 장애를 ‘질병’으로 인식하고, 수면무호흡증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도 계속 증가하는 것이 그 배경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다원검사에 보험이 적용된 직후 10개월이 지난 지난해 5월 기준으로 검사율이 2.4배 증가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선 수면무호흡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014년 2만6,655명에서 2018년 4만5,067명으로 5년 새 70% 가까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 역시 지난 30년간 심한 코골이와 지속적인 수면 장애를 겪어왔다. 그동안 크게 신경 쓰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업무 중 과도하게 잠이 쏟아지거나,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려야 할 정류장을 놓치는 일이 잦아지며 ‘수면다원검사’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 기획으로 수면다원 검사 체험기를 공개하는 이유다.

지난 16일, 기자는 수면다원검사를 위해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모 이비인후과를 방문했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장애 진단을 위한 표준검사로 센서를 부착해 수면 중 뇌파·호흡·산소포화도·심전도·움직임 등의 다양한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하는 검사다. 검사를 위해 찾은 병원은 자동차가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대로변 옆 상가 건물에 있었다.

상가 건물 한 층 전체를 차지하는 규모의 병원이었다. 접수처에서 평소 코골이가 심해 진료를 받으러 왔다고 하니, 수면 관련된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한 뒤 진료실로 들어갔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작은 내시경을 통해 목젖과 목구멍을 확인했다. 의사는 “기도가 선천적으로 작아 코골이가 심할 수밖에 없다”며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전반적인 검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료를 마친 후, 간호사를 통해 17일 저녁으로 검사 일정을 잡았다.

▲검사를 받기 위해 수면실에서 대기중인 기자 모습
▲검사를 받기 위해 수면실에서 대기중인 기자 모습

검사 당일, 퇴근 후 일정에 맞춰 병원을 방문했다. 병원 불은 꺼져있었고 병원 입구 옆에 입원실로 통하는 문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가운데 복도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간호사가 앉아있는 데스크가 있었고 오른편에는 1인 수면실이 줄지어 있었다.

간호사 안내에 따라 수면실에 들어서니 병원 특유의 알코올 냄새가 났다. 수면실에는 1인용 침대와 작은 탁자, 그리고 세면대가 있었다. 침대 위에는 환자복이 개어져 있었다. 간호사는 “10시에 검사 측정을 위해 각종 기기를 부착할 예정이다”라고 일정을 알려줬다.

간호사에게 세면도구를 받아 간단하게 씻은 후, 검사 장비를 부착하기 위해 처치실로 향했다. 먼저 머리에 뇌파검사를 위한 센서 10여 개를 부착했다. 센서를 두피에 부착해야 했기 때문에 우선 파라핀으로 머리카락을 고정시키고 그 위에 센서를 붙였다.

심전도 및 부정맥 검사를 위한 센서도 양쪽 쇄골 아랫부분에 1개씩 부착했다. 양쪽 정강이 뒷부분에도 각각 1개의 센서를 달았다. 수면 중 다리를 들거나 잠에서 깨는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마지막으로 수면 중 호흡을 확인하기 위한 호흡 센서를 코에 달았다. 센서는 콧구멍 안으로 넣는 형태로 총 2개를 착용했는데 숨쉬기가 조금 불편한 감이 있을 정도였다. 검사 장비 부착엔 총 15분 정도가 소요됐고 머리부터 다리까지 센서를 달고 있으니, 마치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을 촬영하는 기분이 들었다.

수면실 침대에 누웠다. 간호사는 검사 장비의 전원을 연결했고 불을 끄고 나갔다. 막상 누워 있으니 각종 센서를 부착했음에도 큰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다. 코에 있는 호흡 센서도 시간이 지나자 곧 적응됐다.

잠은 일찍 들었지만 수면 환경이 바뀐 탓인지 중간에 여러 차례 깼다. 그중 한번은 간호사가 들어와 자는 자세를 옆으로 돌아누워 자라고 지시해서였다. 밤 11시에 시작된 검사는 다음 날 새벽 5시에 끝이 났다. 검사 후 간호사는 몸에 있는 센서를 제거해주며 “검사는 원활하게 잘 이뤄졌고, 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연락해주겠다”고 전했다.

설 연휴 다음날인 28일에 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아갔다. 하지만 충격적인 결과가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서의 전문의는 검사 결과지를 보여주며 “예상했던 것보다 상태가 심각하다”며 “중증의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저산소증도 나타났다. 특히 얕은 수면이 많고 깊은 수면이 적어, 전체적인 수면 효율이 정상보다 낮은 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 수면시간의 45.5%에서 중증의 코골이가 있었다”며 “코골이 소리가 기록되는 기준은 60dB인데 지금 확인된 수치가 73dB이다. 이 정도 소음이면 바로 옆에서 큰소리로 대화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표1 ‘수면구조검사’ [출처: 수면다원검사 결과보고서]
▲표1 ‘수면구조검사’ [출처: 수면다원검사 결과보고서]

[표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총 수면시간은 293.5분이었으나 수면 중 각성(잠이 깬 상태) 시간은 35.2분으로 전체 수면시간의 10% 해당했다. 비(非)렘수면은 총 236분으로 그중 얕은 수면이 193.5분(58.8%), 깊은 수면이 42.5분(12.9%)을 기록했다. 렘수면(꿈수면)은 57.5분으로 전체 수면시간의 17.5%였다.

하지만 진짜 심각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바로 무호흡‧저호흡과 관련된 체내 ‘산소포화도 수치’였다.

의사는 “폐쇄성무호흡 증상도 있었고 21초간 숨을 쉬지 않은 구간도 있었다”며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저호흡 횟수가 많다는 점이다. 3분 동안 다섯 번의 저호흡이 관찰됐는데 이는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한 시간에 약 100번 정도 저호흡을 겪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저호흡‧무호흡이 반복되면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게 된다”며 “정상적인 산소포화도는 100%이고 일반적으로 9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검사 결과 최저 산소포화도가 86%를 기록했다. 때문에 호흡곤란 지수와 무호흡-저호흡 지수가 상당히 높다”고 덧붙였다.

▲표2 ‘수면호흡장애 검사’ [출처: 수면다원검사 결과보고서]
▲표2 ‘수면호흡장애 검사’ [출처: 수면다원검사 결과보고서]

[표2]를 보면, 전체적인 무호흡 지수는 1.0으로 낮은 편이었고 호흡노력각성 지수 역시 1.4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의 심한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인 ‘호흡곤란 지수(RDI)’는 38.2의 높은 수치를 나타냈고 이에 따라 무호흡‧저호흡 지수(AHI) 역시 36.8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AHI 수치가 5 미만은 정상으로 분류되고 5-15 미만은 경도의 수면무호흡증, 15-30 미만은 중등도 수면무호흡, 30 이상은 중증의 수면무호흡으로 구분된다. 기자의 AHI 수치는 36.8로 중증의 수면무호흡증을 진단받았다.

AHI 수치를 설명해주며 의사는 “현재 상태에선 수술을 해도 큰 의미가 없다”며 “수술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뿐더러 수술을 하더라도 AHI 수치가 정상에 도달하기 어려워 보인다. 양압기 사용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진료 후 양압기 처방전을 받고 병원을 나서며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심각한 수면 장애가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방받은 양압기를 성실히 사용해 지금이라도 알게 된 수면 장애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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