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공포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국내에서만 4번째 확진자가 나온 가운데, 일부는 증상 발현 이후에도 수일간 서울 인근을 활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국민들은 감염에 대한 두려움에 떠는 한편, 정부의 대처에 우려와 분노를 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의 확산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자는 총 4,515명으로, 이 중 사망자는 106명으로 확인됐다. 국내 역시 27일 1명의 확진자가 추가되면서 총 4명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반인 A씨(23세‧남)는 “평소 기관지가 좋지 않아 이번 우한 폐렴에 대한 걱정이 크다”며 “사람이 많은 곳은 될 수 있으면 피하는 편이다. 지하철도 타기가 꺼려질 정도다. 심지어 이번 설 연휴 귀성길에는 휴게소도 방문하지 않았을 정도로 주의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검역 관리망에선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확진 판정을 받은 3, 4번째 환자는 격리 전까지 수일 동안 서울과 경기 인근을 활보하며 수많은 사람과 접촉을 한 것이다.

3번째 확진자인 B씨(54세‧남)는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강남과 일산 일대를 다니며 74명의 사람들과 접촉했고 그 중 밀접 접촉자는 3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4번째 확진자인 C씨(55세‧남)는 중국 우한시에 방문한 후 지난 20일 귀국했다. B씨는 확진 판정을 받은 26일까지 닷새동안 평택과 송탄 등에서 총 172명과 접촉했다. 이 가운데 밀접 접촉자는 95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C씨가 증상 발현 초기에 의료진에게 우한 방문을 ‘은폐’했다는 점이다.

C씨는 귀국 다음 날인 21일, 감기 증세로 인해 평택 소재 의료기관인 365연합의원을 방문했다. 의료진은 의료기관 전산시스템(DUR)을 통해 C씨의 우한 방문력을 토대로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했지만 C씨는 자신이 우한에 다녀온 사실을 숨겼다.

C씨가 발열 및 근육통으로 해당 의료기관에 다시 내원한 것은 4일이 지난 25일이었다. 이때서야 C씨는 본인이 우한에 방문했음을 실토했고, 비로소 능동감시가 이뤄졌다. C씨는 다음날인 26일에 관할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폐렴 진단을 받고 구급차를 통해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인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국민들은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반인 D씨(30세‧여)는 “우한 폐렴과 같은 심각한 감염병을 은폐하거나 숨기는 사람들의 신상을 공개했으면 좋겠다”며 “지금 제도는 그야말로 개인의 양심에 맡긴 형태다. 일부 사람들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큰 피해가 발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메르스 사태 때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한 폐렴을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에 화가 날 정도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와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국내를 휩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경우 첫 번째 확진자는 확진 전까지 병원 3곳을 거쳤지만 의료진에게 자신이 중동에 다녀온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발열 증상이 나타난 지 9일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중동 여행을 다녀왔다고 실토했다. 특히 이 환자가 사흘간 입원해 있던 2번째 병원에서는 약 10명의 사람에게 메르스를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10번째 확진자는 자신이 메르스 확진자를 접촉한 사실을 알았지만 국내 의료진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홍콩으로 여행을 떠났다. 입국 과정에서 홍콩 검역당국에 발열 증상이 포착됐으나 이 때에도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행법상 처벌 규정은 사실상 ‘솜방망이’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번 우한 폐렴과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발생의 우려가 큰 ‘1급 감염병’으로 분류된다. 감염병 신고의무자는 크게 ▲의사 등의 신고와 ▲그 밖의 신고의무자로 구분되는데 의무를 위반하거나 거짓으로 신고하는 경우, 전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후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안일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감염 의심자가 신고를 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늦게 신고했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감염병의 신고 의무는 의사나 한의사, 치과의사 및 의료기관에만 있다. 벌칙 규정이 존재하지만 환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중국으로부터 입국 이후 14일 이내에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대외 활동을 삼가고 반드시 관할 보건소, 지역 콜센터(지역번호+120), 질병관리본부 상담센터(1339) 상담을 먼저 받은 뒤 의료기관을 방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