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를 대상으로 증권사들이 내놓고 있는 투자보고서가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보고서상에 등장하는 목표주가가 기관별로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어느 쪽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고민이 따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특히 일부 증권사들의 저조한 적중률은 주가를 출렁이게 하는 ‘주범’이라는 핀잔 섞인 목소리마저 들리고 있다.

본지는 심층분석 제 2편으로 지난해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에 대한 증권사별 ‘목표주가 변동치’를 분석하고, 실제 주가 흐름과 어느 정도 일치했는지 검증했다.

금감원 ‘목표주가 괴리율’ 관리에도 실제 효과 ‘의문’

증권사들이 공표하는 목표주가와 실제주가 사이에 괴리는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지난 2017년 금융감독원은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를 도입, 투자자들의 혼란을 막고 증권사들의 목표가 추정이 정밀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약주에선 예측과 결과치의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실제 개선 효과에 의문이 들고 있는 상황이다.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는 증권사가 기업조사 분석보고서에서 제시한 목표 주가(예상주가)와 실제 주가의 차이를 보고서상에 표시하는 것이다. 여기서 괴리율이 크다는 것은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실제주가에 비해 높게 설정하고, 주식 매수 의견을 냈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체로 투자자들은 이러한 매수의견과 목표주가의 결과만을 받아들이고 있어 사실상 ‘괴리율’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목표가에 대한 신뢰여부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다. 주식 포털사이트 종목게시판에서 한 개인 투자자는 “목표가가 높아지고 매수의견이 나온 만큼 장기 보유하면 좋을 것이다”라며 긍정적인 의미의 언급이 있는 반면, 또 다른 투자자는 "애널리스트들이 기관 물량을 개미한테 떠넘기기 위해 긍정적인 시각의 리포트를 썼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SK증권, 유한양행 상반기 목표가 ‘적중’…‘상향 의견’ 주효

키움증권, 하향 제시 ‘역주행’…투자자 신뢰도 ‘의문’

유한양행의 주가는 작년 상반기 강한 상승세를 연출한 데 이어 하반기 약보합을 나타냈다.

다만 같은 회사를 두고 내놓은 증권사들의 예측치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그나마 유한양행의 연간 주가 흐름을 제대로 짚은 곳은 SK증권으로, 줄곧 ‘상향 의견’을 제시했던 게 실제 주가에 가장 근접한 결과치를 맞추는 데 주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유한양행의 주가는 지난해 상반기 19.6%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증권사들의 목표가는 유한양행의 실제주가 상승률에 비해 평균 약 11% 부족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하나금융투자는 11.2%의 상승률을 예측하면서 이 회사의 주가 흐름을 비교적 제대로 읽은 것으로 분석됐다. SK증권은 같은 기간 유한양행에 대한 목표가를 36% 높게 잡았다.

반면, 키움증권은 목표가를 9.4% 하향하면서 실제 주가와 반대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 유한양행의 하반기 주가는 3.3% 하락하면서 약보합의 정체된 결과를 보였다. 이 기간 목표주가를 변경하지 않았던 키움증권과 SK증권은 이 회사의 주가 등락에 가장 유사한 결과치를 내놓은 곳으로 분석됐다.

다만, KTB투자와 하나금융투자는 각각 10%, 6.1% 상향 목표가를 제시하면서 화살이 과녁을 한참 빗나간 모양새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증권사들은 대체로 유한양행의 목표주가를 현재주가보다 높게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적중률이었다.

실제로 하나금융투자는 연말 목표가와 실제주가의 차이가 29.4%나 벌어졌으며, KTB투자와 키움증권도 각각 28.3%, 18.4%로, 연말 주가와 상당한 괴리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증권, 녹십자 주가 흐름 ‘족집게’…목표가 상승률 ‘일치’

키움증권, 목표가-현재주가 괴리 좁혀 ‘체면유지’

녹십자의 주가는 작년 상반기 10.7% 빠졌다가 하반기 9.1% 만회하면서 사실상 연초 대비 2.6% 하락한 것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이 회사의 실제주가와 목표가에 대한 증권사들의 괴리는 평균 4.4%로, 기관들이 대체로 적절한 의견제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주가 흐름을 제대로 짚은 곳은 삼성증권이었다. 5%대의 하락률을 점친 하나금융투자(5.6%)와 키움증권(5.9%)도 양호한 예측치를 내놓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어 녹십자의 주가는 하반기 들어 9% 상승했다.

이 기간 하나금융투자는 목표가를 11.8% 상향조정 하면서 주가 흐름에 동승했다.

반면 녹십자를 12.5% 내려다 본 키움증권은 ‘역주행’ 오명을 남겼다. 다만 키움증권은 실제주가와 목표가 사이에 격차를 5.4%로 좁히면서 그나마 투자자들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한편, 증권사들은 대체로 녹십자의 목표가를 현재주가보다 약간 높게 책정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증권사별 연말 목표가가 실제주가와 크게 차이가 벌어져 한계점을 노출했다. 실제 하나금융투자 30.4%, KTB투자 17.2%, 삼성증권 15.4%, 한국투자증권 11.7% 등 내노라 하는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괴리를 드러내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도에 의문을 남겼다.

대신증권, 종근당 시세변동에 적극 대응…주가 방향도 ‘부합’

하나금융투자, 높은 목표가 제시…주가와 ‘격차만’ 벌어져

종근당의 주가는 작년 상반기 하락 이후 하반기 들어 상승 기조를 이어가면서 주가가 다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흐름을 읽은 곳은 대신증권으로, 2번의 목표가를 바꾸면서까지 종근당의 주가를 제대로 짚어냈다. 정보에 목말랐던 투자자들로선 호화 메뉴를 받아 든 셈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종근당의 상반기 주가는 9.6% 하락했다. 이 기간 키움증권과 대신증권은 목표가를 각각 7.7%, 5% 하향 조정해 시장 흐름에 응답했다.

이어 종근당의 하반기 주가는 5.2% 치고 올라왔다.

다만 같은 회사를 바라 본 증권사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KTB투자와 키움증권은 목표가를 각각 13.3%, 8.3% 하향 조정하면서 실제 주가 축의 반대편에 섰다. 반면, 하나금융투자는 25.9% 상향하는 목표가를 제시해 강한 상승을 점쳤다. 대신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의 경우 의견은 냈지만 목표가를 변경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증권사들은 대체로 종근당의 목표주가를 현재주가보다 높게 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적중률에선 기관별로 격차를 드러냈다.

실제로 하나금융투자는 연말 목표가와 실제주가의 차이가 43.4%나 벌어졌으며, 대신증권(33.1%), KTB투자(25.4%), 이베스트증권(24.2%) 순으로 괴리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키움증권은 목표가와 주가 차이가 11.8%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특성상 신약의 가치나 R&D 파이프라인을 들여다봐야 하는 만큼 대응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면서 “특히 실제주가가 목표가를 넘어가면 의도치 않게 매도 의견을 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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