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지난해 내놓은 투자보고서에서 ‘제약주 목표주가’가 실제 증시의 등락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목표주가가 ‘역주행’한 곳도 수두룩했으며, 현재 주가 역시 증권사별로 격차가 큰 것으로 본지 분석 결과 확인됐다. 투자보고서에 의존하는 시장참여자들의 주의가 요구되는 이유다.

작년 제약바이오 주가는 침체국면을 이어갔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초 대비 9.34% 오른데 반해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2.72% 하락했으며, 코스닥 제약지수도 14.7% 급락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투자 손실로 혼란을 겪은 배경이다. 이에 투자자들의 눈과 귀는 자연스럽게 증권사의 투자보고서에 쏠렸다.

하지만 본지가 증권사들의 투자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일부는 실제 주가 흐름과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설령 주가의 방향성을 맞췄다 하더라도, 주가 등락 폭의 괴리가 큰 곳들도 다수 발견됐다. 심지어 주가가 급변하는 과정에서도 아예 보고서조차 내지 않은 곳들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진)들이 내는 투자보고서 상에 공식 의견에는 일반적으로 매도 의견은 없고 매수 의견만 있다. 기업이나 고객의 눈치를 봐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 중립적인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들이 공개하는 목표주가를 주시하면서 향후 증시변동을 전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본지는 지난해 증권사별로 내놓은 주요제약사에 대한 투자보고서의 ‘목표주가 변동치’를 분석하고, 실제 주가 흐름과 어느 정도 일치했는지 검증했다.

DB금융투자, 한미약품 주가 급락에 목표가 하향 ‘적중’

하나금융투자, 상반기 ‘역방향’ 제시…목표가와 실제주가 38% ‘격차’

한미약품 주가전망에 대한 의견은 DB금융투자가 지난해 상·하반기 주가흐름을 거의 정확하게 진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DB금융투자는 이 기간 4번의 투자의견을 내고 목표가를 3번 변경하면서도 ‘족집게’ 전망을 내놓은 것.

한미약품의 주가는 지난해 상반기(1월~6월) 12.9% 하락했다. 이 기간 증권사들 역시 목표주가를 변경한 가운데 DB금융투자가 10% 하향을 제시했다. 이는 한미약품 주가의 하락률과 가장 유사한 결과였던 것.

이어 키움증권도 16.4%를 낮춘 목표가를 제시해 실제 등락률 보다 3%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반면, 삼성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목표가를 각각 3.9%와 3.7% 올리면서 실제 주가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예측했다.

한미약품의 하반기(7~12월) 주가는 얀센에 기술 수출한 당뇨비만치료제의 권리반환에 26.6% 급락한 결과를 보였다. 이에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목표가를 하향 조정한 것.

이 중 DB금융투자가 목표가를 26.7% 낮추면서 실제주가 하락률과 일치했다. 반면 하나금융투자는 목표주가를 15.7%만 내려 괴리차가 10.9%로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DB금융투자는 한미약품의 주가를 약세로 예측했다. 연말목표가(33만원)도 실제주가(29만6,500원)보다 10.2%만 더 높게 잡아 타 분석 기관들과 비교해 가장 근접한 수치를 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DB 측은 작년 12월, 목표주가를 40만원에서 33만원으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한미약품이 사노피에 기술 수출한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판매 전략이 변경됨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최대 5% 낮춰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이에 DB금융투자는 신약가치를 기존 8,320억원에서 4,470억원으로 재산출하고 목표가를 하향제시 했다.

반면, 하나금융투자의 목표가는 실제주가보다 38%, 대신증권 35%, KTB투자 31%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상당한 괴리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동아ST 주가 하반기 ‘족집게’ 삼성증권, 상반기는 ‘글쎄’

KTB투자, 하반기 동아에스티 상승에 목표가에 ‘역주행’

동아에스티의 주가는 작년 상반기 보합에 머무르다 하반기 들어 양호한 상승을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줄곧 상향 의견을 냈던 삼성증권은 비록 상반기에 목표가와 실제주가 사이에서 괴리를 드러냈지만, 하반기에는 주가 방향과 가장 부합한 결과를 보여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동아에스티의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 17.2%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삼성증권이 6.4%의 상승률을 제시하면서 이 회사의 주가와 가장 부합한 결과를 제시했다.

반면, KTB 투자증권은 목표가를 7.7% 낮추면서 실제 주가에서 역방향으로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유안타증권, SK증권, 대신증권 등은 하반기 목표가를 변경하지 않았다.

아울러 동아에스티의 상반기 주가는 1.9% 하락한 약보합으로 마무리 된 가운데 KTB투자증권, 유안타증권, SK증권 등이 가장 유사한 결과치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증권사 모두 작년 연말 목표가에서도 12만원을 제시하면서 실제 주가(11만9,000원)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치를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삼성증권은 상반기 목표가를 12.9%나 올리면서 체면을 구겼다. 실제로 삼성증권이 제시한 동아에스티의 목표가는 14만9,000원으로, 실제주가 11만9,000원과 20%의 격차를 보였다.

한편 동아에스티는 작년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는 캄보디아의 박카스 판매호조와 바이오의약품의 브라질 매출 성장, 그리고 약 60억원 규모의 일회성 수수료 수익 덕분에 매출은 15% 성장하고 영업이익은 163% 늘어났다.

 

대웅제약 주가 예측, 상반기 ‘한화’ 하반기 ‘SK’

KTB, 상반기 목표가 25% ‘상향’…주가는 20% ‘하락’

대웅제약의 주가는 작년 상반기 20% 급락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에 한화투자증권은 상반기 목표가에 하락 조정을 제시했다. 반면 KTB투자는 목표가를 25% 상향하며 ‘역주행’ 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약, 시장참여자가 이를 믿고 투자한 경우라면 손실 폭이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웅제약은 상반기 20.4% 급락했다. 이 기간 한화투자증권은 11.5% 하향을 제시하면서 회사의 주가흐름을 읽었다.

반면, KTB투자는 작년 2월, 24만원이던 목표가를 30만원으로 25% 상향 시켰다. 당시 대웅제약의 주가가 급락했던 만큼 상반기 중에 목표가 수정이 있을 법도 했지만 KTB는 8월이 돼서야 하향 조정한 것.

하반기에도 대웅제약의 주가는 8.3% 하락했다. 이 기간 키움증권은 목표가를 32%나 하향 조정했고 KTB투자는 16.7% 낮춰 잡았다.

이렇게 증권사들은 대체로 대웅제약의 목표 주가를 현재 주가보다 상당히 높게 책정했다.

실제로 KTB투자의 경우, 연말 주가와 목표가의 차이가 45%로 가장 높았으며,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도 목표가가 40%대나 높은 상태로 확인됐다. 다만 키움증권은 하반기 목표가를 낮추면서 목표가와 주가의 괴리를 19%로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목표주가가 높다는 것은 사실상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전제된 것”이라면서 “다만 증권사가 애초부터 잘못된 목표주가 전망을 내놓았을 경우 신뢰성 문제로 추후 수정이 어렵고, 이는 결국 투자자들로부터 눈총을 살 수밖에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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