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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서 쏟아지는 마약 ‘체험 후기’…“현행법 처벌 근거 없어”
유튜브서 쏟아지는 마약 ‘체험 후기’…“현행법 처벌 근거 없어”
  • 최선재 기자
  • 승인 2020.01.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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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방심위 ‘수수방관’ 사이 해당 유튜버들 ‘주머니’ 두둑
법조계 “소극적 대응 문제”…특별 가이드라인 제정 ‘시급’

최근 유튜브에서 ‘마약 체험 후기’ 영상이 급증하고 있다. 청소년들과 성인들에게 마약 복용을 조장할 수 있는 경험담들이 대부분이지만 경찰은 현행법상 처벌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 중이다. 심지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단속 사례도 전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SD(d-Lysergic acid diethylamid)'는 강력한 환각성분으로 혀에 붙이는 종이 형태의 신종 마약이다. LSD는 중독성이 강해 미국에선 '1급 지정 약물'이다. LSD 복용량이 늘어날수록 내성이 생겨 쾌감은 줄면서 극심한 우울증,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다. LSD 소지, 유통, 투약이 국내에서도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엄벌’에 처해질 수 있는 까닭이다.

문제는 일부 유튜버들이 ‘LSD 체험 후기’ 관련 영상을 무분별하게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유튜버 A 씨는 “LSD를 하면 무슨 기분일까“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LSD를 먹으면, 모든 사물이 3D로 보인다”며 “구름 색깔이 솜사탕처럼 핑크색으로 변했다가, 보라색으로 바뀐다. 컵에 있는 나비 문양의 색깔이 변하거나 날개가 동그랗게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복한 상태에서 복용하면 그 감정이 수백배 극대화된다”며 “엄청난 황홀감에 빠진다. 음악이 3D 사운드로 들리고 다른 차원으로 가는 느낌이다”고 덧붙였다. 영상의 조회수는 약 7만 5000건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마약복용’을 독려하는 댓글을 달았다. 한 시청자는 “일주일동안 세 번 정도 LSD를 복용중이다”며 “한번쯤 해봐도 나쁘지 않다. 마약에 대해 인식이 좋지 않을 수 있지만 복용하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른 시청자 역시 “LSD를 먹으면 깊은 깨달음과 해탈의 경지를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영상 말미에는 LSD 복용시 부작용과 처벌 관련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영상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더구나 A 씨는 ‘하늘을 날고 벌레가 기어다닌다, 필로폰, 물뽕, 코카인 효과와 금단증상’ 이란 제목의 영상에서도 보다 구체적인 ‘체험 후기’를 전했다.

약사 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청소년들이 걱정이다”며 “성인들은 불법성을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지만 청소년들이 마약 복용을 일종의 ‘놀이’로 느낄 수 있는 영상이다. 강력한 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튜버 B 씨는 최근 “온몸을 성감대로, 엑스터시‘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마약사범과의 인터뷰를 통해 ”엑스터시를 먹으면 일단 신이 난다“며 ”샤워기로 몸에 물을 뿌리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엑스터시는 마약 중에서도 중독성이 강한 마약이다. 의식불명 등 부작용이 뒤따르고 대뇌의 체온조절중추 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고열에 의한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약물이다. 앞서 LSD와 마찬가지로 엑스터시 복용 역시 현행법 위반인 이유다.

그런데도, 영상에는 성관계와 엑스터시 복용의 관계 등 마약 복용을 권장할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하다. 해당 영상에는 부작용과 금단증상 관련 내용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유튜버들을 처벌할 현행법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마약 체험 후기’ 영상이 마약류의 사용, 매매나 알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신이 사용했다고 추정되는 마약류의 신체적 반응을 소개한 영상이기 때문이다. 해당 영상은 약사법이 금지한 ‘마약류 광고’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마약 사용을 조장하거나 유혹하는 측면은 있어도 특정 마약 상품, 특정 마약 공급자를 광고하는 것은 아니다”며 “즉 약사법상 의약품 불법판매의 알선, 광고금지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경찰은 ‘수수방관’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마약 투여를 독려하는 유튜버들을 처벌하기 어렵다”며 “이들이 올린 영상을 마약류 판매 목적의 광고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사기를 들고 나오는 행위 등 물증이 명확해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지만 과거 경험을 전하는 내용만으로 유튜버들을 단속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이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도 뒷짐을 지고 있다. 팜뉴스 취재결과, ‘마약 체험 후기’ 관련 유튜브 영상에 대한 방심위의 단속 실적도 ‘전무’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방심위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관련 중점 모니터링한 결과 7517건을 심의해 7510건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마약 후기 관련 영상’에 대한 제제 요청은 ‘0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심위 관계자는 “법령에 따라 심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관계부처가 명확한 답변을 해주지 않으면 심의를 요청할 수 없다”며 “다만, 마약 후기 관련 영상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검토를 거쳐 곧 시정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의 변호사는 “법망에 구멍 뚫린 점을 이용해 유튜버들이 후기를 전하는 방법으로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라며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마약 체험 영상으로 수익을 거두고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관계 당국이 소극적인 대응이 문제다. 먼저, 방심위가 특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서라도, 강력한 제제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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