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가 최근 펜벤다졸에 대해 ‘임상 불가’ 결정을 내렸지만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국립암센터가 동물실험 장기 안전성 데이터를 누락하는 등 부실한 검토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심지어 완치를 주장하는 환자가 등장하면서 ‘펜벤다졸 임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의 조 티펜스가 펜벤다졸 복용으로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국내 환자들은 정부 주도로 펜벤다졸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임상실험에 들어가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펜벤다졸의 암 치료 효능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시험을 정부 차원에서 진행해달라’는 청원도 등장했다.

하지만 국립암센터는 최근 “기존 연구 문헌을 토대로 고찰했을 때, 펜벤다졸은 항암 신약으로서의 효용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국립암센터 연구진들이 동물, 세포 단위로 진행됐던 연구 논문과 유튜브에서 인용된 자료들을 토대로 임상시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한 결과 ‘동물’ 수준에서도 안전성이 검증된 자료가 없다고 최종 판단한 것.

문제는 의료계 일각에서 국립암센터가 ‘부실한’ 검토를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국립 암센터가 ‘임상 불가’ 결정을 내린 근거가 되는 연구 논문들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펜벤다졸과 관련된 동물실험 장기 안전성을 입증한 데이터가 있다. 유튜브에 떠돌고 있는 연구 논문들만 검토하고 다른 논문들을 누락한 채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암환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암환자 유튜버들은 2018년 '네이처'에 실린 펜벤다졸의 항암효과 관련 논문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해당 연구 논문에서는 동물실험 관련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누락됐다.

그러나 2007년 미국실험실동물과학협회에 발표된 ‘쥐에 대한 펜벤다졸 생물학적 효과’에서는 관련 연구를 찾아볼 수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실험용 쥐(래트)를 대상으로 전 생애에 걸쳐 펜벤다졸을 투여한 결과 체중과 생존율 감소(25% 대 35%), 간암 발생의 경미한 증가 소견을 보였다. 하지만 이 때 날마다 투여한 양은 조 티펜스가 복용한 용량의 6배 이상이었다. 심지어 용량을 올렸지만, 마우스에서 보였던 간의 종양 성장 촉진 효과는 관찰되지 않았다.

앞서의 전문의는 “동물실험 결과, 장기 안전성이 비교적 입증됐다는 뜻”이라며 “ICH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항암제 임상 1상에 들어갈 때 전임상(동물실험) 관련 안전성 데이터를 면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임상시험에 돌입하지 못하는 경우는 약 투여 결과 동물이 죽거나 거의 죽기 직전까지 이르는 사례다”며 “이렇게 심각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물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없어도 항암제 임상시험을 할 수 있다. 국립암센터가 펜벤다졸을 기존 항암제와 공평하게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임상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없다는 근거로 ‘임상 불가’를 외친 국립암센터의 입장에 과학적인 근거가 빈약하다는 뜻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펜벤다졸 복용으로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암환자 주장이 나오면서 정부 주도의 ‘임상시험’ 실시 요구는 더욱 봇물을 이루고 있다.

1월 10일 한 유튜버는 ‘펜벤다졸 복용 13주에서 완치판정이 나왔다’는 제목의 영상에서 “열흘 전까지 대장암이 결장으로 전이됐고 용종이 두 개가 있었다”며 “하지만 전날(9일) PET-CT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갔다. 대장 쪽이 너무 깨끗하고 전이 소견도 없고 용종마저 없어져서 완치됐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때문에 암환자들의 ‘삶의질’을 위해서라도, 펜벤다졸 항암효과에 대한 임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들리고 있다.

다른 전문의는 “완치 사례를 전적으로 믿을 수 없지만 펜벤다졸 복용 환자들이 50%이상 통증이 사라지고 신체 컨디션이 좋아지는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며 “심각한 부작용 사례도 관찰되지 않고 있다. 말기 암환자들이 남은 여명을, 고통이나 통증 없이 영위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라도, 펜벤다졸 임상을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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