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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가 ‘기업의 대변인’처럼 느껴졌다”
“식약처가 ‘기업의 대변인’처럼 느껴졌다”
  • 최선재 기자
  • 승인 2020.01.2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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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집단 소송, 오킴스 엄태섭 변호사 인터뷰
제조사 법률적 책임 물어야…“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도전”

엄태섭 변호사(오킴스)

세계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신화가 막을 내린지 약 10개월이 흘렀지만 환자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인보사의 주성분으로 밝혀진 신장유래세포의 종양원성에 대한 공포 때문에 환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환자 장기 추적 조사 등 식약처의 후속 조치는 물론 인보사를 제조한 코오롱 임원진에 대한 검찰 수사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약 700만원짜리 ‘고액’ 주사를 맞은 환자들의 피해가 날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들을 위해 구둣발이 닳도록 ‘동분서주’하고 있는 율사(律士)가 있다. 그 주인공은 법무법인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다. 엄태섭 변호사는 ‘인보사 사태’ 한복판에서,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를 돕고 있다. 본지는 최근 서울 신사동 인근에서 엄태섭 변호사를 만났다.

 

오킴스 엄태섭 변호사
오킴스 엄태섭 변호사

식약처는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코오롱티슈진 실사를 마치고 주성분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인보사 허가를 취소했다. 당시 법무법인 오킴스는 인보사 투여환자 244명을 대리해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엄태섭 변호사는 또 다른 피해를 호소하는 환자들의 요청으로 광주 대구 부산 등 전국을 돌며 ‘인보사 환자 대응 방안’ 설명회를 열었다. 별도의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방법으로 환자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소송에 나설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그가 인보사 환자들의 고통과 함께하기 시작한 순간이다.

엄태섭 변호사의 꾸준한 노력은 보다 많은 환자들이 자신들이 당한 피해를 돌아보고 법적 구제를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국내 인보사 투여 환자는 약 3000명. 결국 인보사를 투여 받은 전체 환자 중 약 1/3를 차지하는 환자들이 엄태섭 변호사가 이끌고 있는 집단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것.

“식약처가 ‘기업의 대변인’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엄태섭 변호사가 ‘인보사 소송’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엄태섭 변호사는 “식약처가 인보사 판매 중단을 발표했을 때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며 “식약처는 정부기관인데도 코오롱이 ‘자발적으로’ 인보사 판매 중단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기업의 입장을 굉장히 의식한 듯한, 즉 식약처가 ‘기업의 대변인’처럼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31일 식약처는 인보사케이주의 주성분 중 1개 성분(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로 코오롱생명과학에 제조·판매중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자발적으로’ 인보사의 유통·판매를 중단키로 했다는 것이 식약처 입장이었다.

엄 변호사는 “그때 인보사란 약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며 “우리 법무법인에 있는 의사 출신 변호사들과 협약기관에 계신 의료 전문가들에게 세포 변경과 관련된 자문을 받은 결과, 문제가 심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엔 소송까지 생각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점점 식약처와 코오롱의 대처를 보면서 환자분들이 쉽사리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비판의 목소리를 담아 입장문을 내다가, 자연스럽게 집단소송 쪽으로 연결이 됐다”고 설명했다.

엄태섭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 환자들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식약처가 환자 안전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장기추적조사’가 늦어지면서 인보사 주성분인 신장유래세포의 ‘종양원성’에 대한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

인보사 환자,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

그는 “환자들은 장기추적조사를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싶어한다”며 “신장세포라는 ‘미지의 물질’이 내 몸에 어떤 문제를 발생시킬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8일부터 진행된다던 장기추적조사가 해를 넘긴 지금, 이제 와서야 겨우 몇 군데의 지정병원에서 연락이 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고 있는 이유”라며 “환자들에게 가장 힘든 부분은 ‘앞으로, 자신의 몸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부종, 열감 등 인보사 투약 후 더 악화된 신체적인 고통을 참다가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엄태섭 변호사는 “특히 자식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부모님에게 효도선물로 인보사를 맞게 해드린 경우가 많다”며 “그 선물이 최악의 불효가 됐다는 점이 가족 모두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부모님의 건강에 중대한 문제가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선물을 마련한 자식도, 받은 부모도 모두가 힘들어하는 상황이다. 이점이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송 진행상황”을 묻는 질문이 이어진 순간, 엄태섭 변호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지난해 5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소장을 접수해 약 900명이 3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라며 “5월에 접수한 소송에 대한 변론기일이 지난 1월 9일이었지만 그마저도 연기됐다”고 토로했다.

엄태섭 변호사는 “피고는 인보사를 제조한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이라며 “이들의 대리인은 각각 화우, 김앤장이다. 굴지의 대형로펌들이 피고 측 대리인이라서 상대하기 버거운 상황인데, 소송까지 늦춰지면서 환자들이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향후 집단소송의 ‘관건’은 뭘까.

엄태섭 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서는 고의 또는 과실, 인과관계, 손해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코오롱 측이 고의적으로 인보사의 성분변경을 했다는 취지의 증거들이 검찰 수사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서 고의 입증은 수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사 코오롱이 몰랐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과실에 대한 입증은 가능하다. 다만 인보사로 인한 손해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통적인 개념의 ‘손해’는 교통사고로 팔이 골절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처럼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이 가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잠재적 위험에 노출, 그 자체가 ‘손해’

엄태섭 변호사는 인보사 문제의 경우 앞서의 전통적인 손해의 개념으로 판단해서는 그 입증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보사 투여로 발생한 손해를 다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 이유”라며 “확인되지 않은 세포가 몸속에 주입돼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손해’다. 당장 질병이나 고통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특정세포나 바이러스가 몸속에 존재함으로서 위험이 상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보사는 허가 과정에서의 위법성으로 인해 그 자체로 ‘불법의약품’이다”며 세포 변경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채 위법하게 진행된 임상과 허가과정을 문제 삼았다.

특히 “불법의약품을 투약받은 환자에게 아무런 손해가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산상 손해를 비롯한 정신적 손해에 이르기까지 환자들의 손해가 분명하다는 것이 엄 변호사의 견해다.

엄태섭 변호사는 “물론 손해 입증이 쉬운 일은 아니다. 가능성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며 하지만, 접근을 달리하면 새로운 판단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없는 판례를 만든다는 절실한 각오로 소송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최근 국회를 찾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는 지난해 10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식약처 국정감사장에서 환자들의 피해 사실을 낱낱이 전했다.

엄태섭 변호사는 “인보사 사태는 유사한 판례나 사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첫 번째 사건”이라며 “과거 사례를 찾아 적용해서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국민과 언론의 전폭적인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과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누구든 한번쯤 생각할 계기를 만들 수 있다”며 “인보사 사태에 대해, 단순히 법리적으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닌 적어도 한번쯤은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도록 하는 기회를 만들어보겠다는 취지로, 국감장 증인으로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픔에 공감하는 깊이 ‘남다른’ 변호사

변호사로 활동하기 전까지, 엄태섭 변호사가 써내려온 ‘삶의 이력’은 녹록치 않았다. 참군인을 꿈꾸며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했지만 장교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부사관 의무복무를 마치고 제과회사 창고정리, 학습지 교사, 무역회사 직원 등 땀내 나는 경험을 통해 먼 길을 돌아 법조인이 되었다.

소시민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깊이’가 남다른 것일까. 그동안 맡아온 소송 역시 억울한 피해를 당한 이들의 처지를 대변해온 것들이 많다. 엄태섭 변호사는 어린 학생들의 수강료 환급금 지급을 거부한 대형 학원을 상대로 내용증명을 보내 수강료를 100% 돌려받게 만들었다. ‘KT 화재로 인한 인터넷 장애 피해 소상공인들과 지역상인’들에게도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적 조언을 아까지 않았다.

엄태섭 변호사의 시선이 억울한 이들이 아우성치는 곳을 향해왔다는 뜻이다. ‘인보사 사태’ 이후 수개월이 흘렀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엄태섭 변호사가 환자들 사이에서 꾸준한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엄태섭 변호사가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메시지는 뭘까.

엄태섭 변호사는 “어려운 소송인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반드시 이겨야 하는 소송이다. 인보사를 제조한 코오롱 측의 고의 과실이 명확한데도, 환자들이 현재 드러난 피해가 구체적이고 명확치 않다는 이유로 손해에 대한 배상을 받지 못한다면 향후 같은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보사 사건은 바이오 의약품에 대한 무분별한 허가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불법 의약품의 제조사가, 법률적인 책임에서, 그것도 가장 큰 피해자인 투약환자들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결론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도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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