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들 가운데 신용도 점수가 ‘우수’하다고 평가된 곳은 10곳 중 3곳에 불과했다. 셀트리온, 유한양행, 녹십자 정도가 신용도가 높은 기업에 해당했다. 신용도가 보통 이하인 곳도 조사 대상 전체의 35%로 집계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재무구조에 문제점이 노출됐다.

기업들은 회사채 등을 발행하려면 2군데 이상의 신용평가사로 부터 신용등급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에만 기업의 신용등급이 공개된다. 하지만 국내 대다수 제약바이오사들은 회사채 발행 실적이 없기 때문에 이들 기업들에 대한 신용평가 정도가 외부에 공개되질 않고 있다.

이에 본지는 회사채 신용등급이 없어도 상대적으로 신용평가의 척도를 알 수 있는 나이스신용평가사의 ‘KIS Credit Index’ 신용지수를 적용해 지난해 제약사 100곳의 신용도를 분석했다.

KIS Credit Index는 10등급으로 구분돼 있으며 1등급은 최우수(회사채 신용등급 가정시 AAA), 2~3등급은 우수, 4등급은 양호, 5등급은 보통, 6등급은 미흡, 7등급은 요주의, 8~10 등급은 불량 위험단계다. 제약사 조사대상 중에는 1등급과 7등급 이하의 제약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먼저, 제약바이오 100곳 중 KIS Credit Index 기준 1등급 대상은 없었다. 다만 2등급 ‘우수’ 기업으로 셀트리온, 유한양행, GC녹십자가 최고 신용 있는 기업으로 평가됐다. 이들을 회사채 등급으로 표시하면 AA+, AA 등급인 셈이다.

 

실제로 녹십자는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평가로부터 회사채에 대해 AA- 등급을 받았다. 나이스평가는 이들의 차입금 상환능력이 매우 우수하며 견실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고 향후 재무상태가 악화될 전망은 거의 없다고 봤다.

3등급 ‘우수’ 기업으로는 휴젤,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동국제약, 광동제약, 삼천당제약, 대한약품, 하나제약, 부광약품, 삼진제약, 일동제약, 동화약품 등 26곳이 포함됐다. 회사채 등급으로 전환될 경우 AA- 이다.

이들 기업의 경우 우수한 신용상태로, 현재 재무구조는 견실하지만 향후 재무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적게나마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실제 지난해 경영성과로 봐도 3등급 이상 기업에서 작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적자인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단 1곳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4등급 ‘양호’ 기업에는 가장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포진했다. 메디톡스, 휴온스, 셀트리온제약, 제일약품, 비씨월드제약, 에스티팜, 한독, 동구바이오제약, 보령제약, 알리코제약, 대화제약, 동아에스티, 안국약품, 고려제약, 신일제약, 신신제약, 영진약품, 화일약품, JW중외제약, 유유제약, 현대약품, 명문제약, 일양약품, CMG제약, 국제약품 등 36곳이 들어갔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차입금 상환능력이 양호하지만 경제여건, 환경악화에 따라 장기적 관점에서 신용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회사채 등급으로 대체할 경우 A+ 또는 A 이다. 이 중 JW중외제약과 한독은 회사채에 대해 신용평가사로부터 각각 BBB와 BBB+를 받았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신용등급이 양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독은 나이스평가와 한신평으로부터 지난해 BBB+의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한신평은 이 회사가 지난 2012년 사노피와 합작관계를 정리한 후 화이자 등 해외 타 제약사로부터 신약 도입을 확대하고, 태평양제약의 제약사업부문(케토톱 등 일반의약품) 인수, 의료기기 및 건강기능식품 부문강화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회사의 자금과 관련해서는 제넥신 지분의 일부 매각과 전환사채 전환(200억원) 등으로 순차입 규모(2017년 말 1,542억원 → 2018년 1,259억원)가 경감됐지만, 케토톱 공장의 잔여 투자와 관계회사 지분 인수(Resolute 140억원, TRIGTR Therapeutics 57억원)등의 투자금 소요가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평가사는 현 신용등급 수준에서 다국적 제약사와의 안정적인 영업관계 지속 여부와 투자에 따른 재무부담 추이, 관계기업 제넥신과의 협력관계 및 R&D 진행 상황을 향후 주시해야 할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JW중외제약은 한기평으로부터 BBB 등급을 받았다. 평가사는 JW중외제약이 수액제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하며 과점적인 공급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작년 1분기 기준 지주사인 JW홀딩스의 총차입금이 5,583억원으로 부채 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229%와 44%로 나타나면서 다소 과중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평가사는 회사가 수액 중심으로 외형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나 손익구조의 안정성이 과거대비 저하됐다고 평가하고, 향후 R&D 증가에 따른 수익 변동폭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등급 ‘보통’ 기업에는 삼일제약, 경남제약, 신풍제약, 서울제약, 우리들제약, 진양제약, 조아제약 등 중소제약사와 메디포스트, 차바이오텍, 바이넥스 등 바이오사 19곳이 지정됐다. 회사채로 평가하면 A- 수준으로 나쁘지는 않은 상태. 다만 이들 기업은 평균적인 신용위험을 가지고 있으며, 신용상태는 보통수준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외환경 악화 시 차입금 상환능력이 저하될 수 있고 현재 재무구조는 건실한 편이지만 환경변화에 따라 재무상태가 악화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6등급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곳은 동성제약, 삼성제약, 에이프로젠제약, 코미팜, 아이큐어, 에이비엘바이오, 테고사이언스, 나이벡, 코아스템, 파미셀, 강스템바이오텍, 아스타 등 16곳이다. ‘미흡하다’는 평은 차입금 등 신용도에 있어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신용상태가 제한적이고 상황의 변동에 따라 재무구조에 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이들 기업 중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이 흑자인 곳은 테고사이언스와 파미셀 단 2곳이 전부였다.

에이프로젠제약은 한신평과 나이스평가로부터 B- 등급의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한신평은 이 회사에 대해 시장 지위와 사업경쟁력이 열위하다고 진단했다. 평가사는 에이프로젠제약이 항생제 등 140여개의 전문의약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제품포트폴리오의 경쟁력이 취약해 주요 제품 대부분이 연매출 10억원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계열사인 에이프로젠이 개발한 ‘GS071’(얀센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상업화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외에도 현재 회사는 로슈의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AP052’,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AP062’를 개발 중이다.

다만 한신평은 2012년 일괄적인 약가인하 시행 이후 에이프로젠제약의 영업적자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향후 이 회사의 신용등급이 수익구조 개선여부와 GS071의 품목허가 진행상황 등이 신용등급 변화의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제약사들의 경우 신약개발과 운영자금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커지고 있어 저조한 현금 흐름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올해도 제약바이오 업계의 영업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의 신뢰를 받기 위한 신용평가 관리가 상당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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