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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FDA, 과거 데이터로 비만약 ‘벨빅’ 경고 감행…‘숨은 의도’ 주목
[심층] FDA, 과거 데이터로 비만약 ‘벨빅’ 경고 감행…‘숨은 의도’ 주목
  • 최선재 기자
  • 승인 2020.01.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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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빅 임상 자료 한켠 작은 글씨 ’any cancer’ 등장
또 다른 한줄엔 6000명 중 3.7% 219건 사망 보고 ‘충격’
“체중감소 이익, 암발생 위험 감수하면서까지 얻을 필요 없다”

FDA가 최근 비만치료제 '벨빅'에 대한 발암 가능성을 경고한 가운데 그 파장이 심상치 않은 모양새다. 유럽의약품청도 동물실험에서 밝혀진 발암 가능성을 이유로 승인신청을 거부한 사실까지 재조명되면서 벨빅이 ‘사면초가’에 놓인 형국이다.

심지어 의료계에서는 FDA가 안전성 서한을 공지할 당시 근거로 내세운 암환자 발생 사례로 미루어 볼 때 벨빅에 대한 판매 보류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는 여기서 더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에는 ‘시기상조’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4일 에자이의 비만치료제인 '벨빅(성분명 로카세린)'에 대한 발암가능성을 경고했다. 벨빅의 임상시험 평가 과정에서 암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식약처 역시 이틀 뒤 “현재까지 발암 유발과 관련된 증거는 조사 중이지만, 복용 중인 경우 임의로 중단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의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벨빅은 미국의 제약기업 아레나 파마슈티컬스와 에자이가 2012년 6월 FDA의 허가를 취득한 비만 치료제다. 2015년 2월 국내에서 허가를 받았고 일동제약이 2015년 2월 미국 아레나제약으로부터 벨빅 오리지널 판권을 사들여 독점판매 중이다.

FDA는 “암의 원인이 확실치 않고 벨빅과 암 유발 간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규명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위험성 보고가 나온 만큼 의료진에게 약물의 이점과 위험을 동시에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벨빅에 대한 ‘발암 가능성’은 판매 중단과 회수 절차를 밟을 만큼, 아직은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FDA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숨은 의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FDA가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검토한 임상연구는 2018년 8월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18)에서 이미 발표된 'CAMELLIA-TIMI 61'이었다. BMI가 최소 27㎏/㎡ 이상인 성인 1만 2000명이 포함된 대규모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군 연구였다.

연구진이 3년 추적 관찰한 결과, MACE(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발생률은 벨빅군 6.1%, 위약군 6.2%로 비열등성이 확인됐다. 연구가 발표됐을 당시 벨빅 복용이 MACE(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률을 높이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도가 쏟아져 나온 배경이다.

해당 연구에는 ‘cancer(암)’란 키워드가 본문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첨부된 표‘Table3. adverse event(부작용)‘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any cancer’라는 항목이 나온다. 위약을 투여한 5992명 중 3.5%인 210건에서 암 발생이 나타났고 로카세린 투여군에서는 5995명 중 3.59%인 215건이 보고됐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암은 심혈관질환만큼 중요한 지표”라며 “해당 연구가 암과 관련된 중요한 부작용 이슈를 숨기기 위해 제약사가 본문이 아닌 표에 암 관련 데이터를 집어넣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표를 뚫어지게 분석하지 않은 이상 FDA조차도 놓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당시 FDA가 환자 부작용 사례 중 하나인 ‘암발생 210건’을 주목하지 않았다는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약 1년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FDA가 벨빅에 대한 발암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안전성 서한을 배포한 것.

의료계에서도 이번 FDA의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의 전문의는 “FDA가 1년 4개월이 지나서 같은 자료를 기반으로 위험성을 경고한 것은 향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위약군 대비 5명의 암환자가 발생했다. 위약군 대비 0.09%의 차이는 통계적인 유의성이 없는 수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임상과정에서는 암환자가 한명만 늘어도 그것에 대해 세밀한 분석을 한다”며 “암환자가 5명이 늘어난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FDA가 1년 4개월 전에 놓쳤지만 지금이라도 발견했기 때문에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당 연구에는 향후 벨빅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또 다른 데이터가 숨어 있다. ‘Table 2. Primary and other Outcomes(기본 및 기타 결과)’에서는 ‘Death from any cause(원인 여부를 불문한 사망)’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위약을 투여한 6000명 중 3.4%인 202건의 사망이 발생했고 로카세린 투여군에서는 6000명 중 3.7%인 219건이 보고됐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앞서의 전문의는 “사망과 암 발생 데이터는 정말 중대한 것”이라며 “최근 해외 선진 규제기관의 흐름은 Death from any cause, 즉 사망 자체에 의미를 두어서 안전성을 따지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약물과 부작용간의 인과관계 평가가 연구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아주 심각한 부작용으로 여기는 ‘사망 그 자체’를 면밀히 본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Death from any cause 영역에서 벨빅 복용군 사망자가 적지 않은 수준이다”며 “물론 벨빅 복용으로 환자들이 사망한 것으로 전부 결론낼 순 없지만 어떤 형태의 사망인지 살펴야 한다. 앞서 암발생 데이터와 함께 명확한 원인 분석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다이안느35(성분명 초산시프로테론·에치닐에스트라디올)’는 지난 1982년 인도네시아에서 최초로 허가를 받은 이후 유럽,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에서 피임약과 여드름 치료제로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1994년 독일에서 피임약으로 복용한 여성이 간암으로 사망한 이후 안전성 평가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결국 독일 당국의 요청에 따라 다이안느35의 피임약 적응증은 삭제됐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이후 다이안느35를 복용한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혈전증 발병률이 4배 이상 높아졌다며 판매 중지조치를 내렸다. 한 건의 ‘사망’ 데이터가 안전성 이슈를 촉발하면서 결국 다이안느35의 피임약 시장퇴출까지 이끌어낸 것.

이뿐만이 아니다. 벨빅은 ‘전력’이 있는 약물이다. 실제로 아레나 측은 2013년 유럽연합에 벨빅의 승인 신청을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이 벨빅이 동물실험에서 종양을 유발했고 심장 판막 장애등의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승인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당시 EMA는 “동물실험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벨빅의 장기간 사용시 종양의 잠재적 위험이 우려된다”며 “일부 환자들에게서 정신과 질환과 심장 판막 문제의 잠재적 위험을 포함한 다른 안전 문제도 발견됐다. 비만치료제인 벨빅의 이점이 그 위험을 능가할 정도가 아니다”고 밝혔다.

때문에 국내 의료계에서는 벨빅에 대해 판매중단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다른 전문의는 “벨빅의 위험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유럽이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허가 신청을 거부한 것이 FDA의 이번 결정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벨빅 복용을 통해 체중감소라는 이익을, 암발생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얻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망과 암 환자의 발생에 대한 원인 분석이 끝날 때까지, 판매를 보류하고 새로운 환자에게 처방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향후 안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질 수 있는 폭탄이 가득한 약물이 벨빅”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식약처는 판매보류 조치에 돌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식약처는 “국내 로카세린 성분제제 허가사항에는 비임상시험 결과에서 일부 동물에서 암 발생률이 증가했다는 정보가 반영돼 있다”며 “1일 인체 임상용량을 수십배 상회하는 고용량에서 시험한 결과로 현재까지 인체와 관련성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암 발생과 사망 데이터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위약 투여군에 비해 로카세린 투여군에서 전체 암 유방관상피내암, 유방섬유선종의 발생률이 높았으나, 발암의 원인은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내외 허가현황, 사용실태 및 문헌자료 등을 종합 검토해 필요한 경우 조치사항을 추가로 안내할 예정”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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