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신용도에 대해 대체로 ‘합격점’을 줬다. 다만 연구개발비 지출과 설비투자의 영향으로 재무구조의 저하추세를 우려했다.

신뢰도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GC녹십자와 한미약품에 대해서는 등급자체를 변경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신용평가사의 기업평가등급은 ‘AAA-AA-A-BBB-BB-B’ 순으로 매겨진다. 일반적으로 A등급 이상이면 우수한 등급으로 보고 있다. BBB등급은 원리금의 지급 확실성은 인정하지만 환경변화에 따라 리스크가 내포돼 있다는 의미다. B등급은 원리금 지급확실성 조차도 의문이 드는 상태를 말한다.

작년, 신용평가사들은 GC녹십자를 AA-, 대웅제약·한미약품·동아에스티를 A+, 한국콜마·CJ헬스케어·서흥을 A-, 한독 BBB+, JW중외제약 BBB, 에이프로젠제약·오리엔트바이오를 B-로 제시했다.

팜뉴스는 지난해 신용등급을 ‘A+’ 이상을 받은 주요 제약사들의 신용평가보고서를 분석해 이들 기업들의 강점과 약점을 살펴봤다.

≫ 녹십자, 제약사 최고 ‘AA-등급’ 유지

혈액·백신 시장 지배력 강점…순차입금 증가시 ‘등급하락’은 불가피

GC녹십자는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와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이스평가) 양사로부터 AA- 등급을 받아 이번 조사대상 제약사 중 최고 신용등급을 부여받았다. 다만, 한기평은 지난 12월 향후 등급전망에 대해 앞서 5월에 내렸던 ‘안정적(Stable)’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바꿔, 올해도 이 회사가 AA-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일단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기평은 부정적 전망의 변경 이유로 저하된 수익성 개선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시설투자로 인한 차입금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GC녹십자는 2018년(별도기준)에 매출원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영업이익률이 전년대비 3.1% 하락한 4.1%를 기록, 2019년 3분기(누적) 수익성이 소폭 개선되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기평은 올해로 예상됐던 면역결핍치료제 ‘IVIG’에 대한 미국 판매가 빨라야 2021년 말 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또 충전-포장-보관 등 전 과정을 일관하는 글로벌 수준의 완제라인 구축 등을 위한 오창공장 통합완제관 신축 등 시설투자에 따른 차입금 증가 추세는 불가피 할 것으로 내다 봤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계열 재무부담 확대 여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인 것.

녹십자홀딩스의 경우 2015년말 1천억 내외로 유지되던 순차입금이 캐나다 혈액제제 공장 건설 등에 따라 2019년 9월기준 6,584억원으로 늘어났다며 우려했다.

특히 지난 12월 신용평가 보고서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 유비케어의 매각과 관련해 녹십자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향후 인수 대상자로 확정시, 이에 따른 차입금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유비케어 인수액으로 2,000억원 수준을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 시 녹십자의 신용등급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한기평은 GC녹십자에 대해 혈액 및 백신제제의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으로 사업안정성이 매우 우수하고 수출전략 실행 및 상품 도입을 통해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 봤다.

≫ 한미약품, A+등급 유지위해선 차입금 낮춰야

R&D 경쟁력 불구, 순차입금/EBITDA 4.9배 ‘과제’

한미약품은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와 나이스평가로부터 A+를 받았지만 지난 12월 재평가에서 신용등급 전망이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졌다.

나이스평가는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비 지출이 확대되고 규모설비 투자 영향으로 재무구조 저하가 지속되고 있다”며 “기술수출 계약 반환 등을 고려할 때 신약 개발을 위한 대규모 투자금의 회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2016년말 45억원에 머물렀던 순차입금 규모가 2019년 9월 기준 7,534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순차입금 의존도는 39%, 순차입금/EBITDA는 4.9배로 차입 부담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현금흐름배수라 불리는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기업이 투자한 금액을 거둬들이는데 몇 년이 걸리는지를 나타낸 것으로, 배수가 작을수록 기업가치가 좋다는 뜻이다.

나이스평가사 측은 중기적으로 연결기준 순차입금/EBITDA가 2.5배 이하로 내려가고 순차입금 의존도도 30% 이하로 떨어지면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순차입금/EBITDA가 2.5배를 초과하고 지속적으로 순차입금 의존도도 30%를 넘어갈 것이 예상되는 경우 등급은 하락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이스평가는 한미약품에 대해 주요 품목 판매량과 수출 확대에 따른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하고 ‘아모잘탄’, ‘아모디핀’, ‘로수젯’ 등 우수한 주력 품목들의 시장지위가 확고하며 이들 품목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회사의 능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 대웅제약, A+등급 안정적 유지 전망

블록버스터 다수보유 ‘긍정적’, 나보타 리스크 ‘경고’

대웅제약은 한기평과 나이스평가로부터 A+의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한기평은 대웅제약에 대한 신용평점의 주요 근거로 대형품목 중심의 포트폴리오 및 연구개발역량에 기반한 사업안정성이 우수한 점을 들었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간기능개선제 ‘우루사’ 등 자체개발 품목과 도입 신약을 중심으로 2018년 기준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대형품목이 20개, 300억원 이상의 초대형품목이 6개에 달하는 등 매우 우수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한기평은 중장기적으로 우루사 등 기존 주력품목이 안정적 실적을 이어가는 가운데 나보타 미국 수출개시가 매출 증가 및 수익성 개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나보타는 2018년 8월 캐나다, 2019년 2월 미국, 2019년 10월 유럽에서 판매허가를 획득했다.

한기평은 이 회사의 차입금과 관련해, 시설 및 지분투자에 따른 대규모 자금소요로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2013년말 429억원에서 지난해 3,900억원까지 크게 증가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2019년 6월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98.2%, 차입금의존도 31.8%로 절대적인 재무안정성은 여전히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알비스 판매 중지에 따른 단기적인 영향은 검토해봐야 된다는 지적이다. 라니티딘 사태로 2018년 584억원의 매출을 올린 ‘알비스’는 식품의약품약전처의 판매 중지 결정에 즉각적인 매출감소가 우려됐다. 회사는 이를 대체할 ‘가스모틴’(제품 212억원 매출), ‘넥시움’(상품 377억원) 등 대체 품목에 매출 확대를 집중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더하여 한기평은 나보타의 선진국 수출이 지연되거나 신공장 가동률 상승이 주춤할 경우, 순차입금/EBITDA를 4배가 될 것으로 예측하는 한편, 차입금의존도가 40% 초과 상태를 지속하면 신용등급이 떨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메디톡스와의 나보타 국제소송이 올해 마무리 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그 결과를 모니터링 하라는 메세지로 풀이된다.

≫ 동아에스티 A+등급, 무차입 재무 ‘우수’

자체 신약 매출확대 ‘청신호’…과거 ETC 가처분 리스크는 관리대상

동아에스티는 한기평과 한신평으로부터 작년 6월, A+ 등급으로 평가받았다.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실적개선이 급속히 진행됐기 때문에 향후 더 나은 평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기평은 이 회사에 대해 R&D 역량을 기반으로 ‘스티렌’(항궤양제), ‘모티리톤’(소화불량치료제), ‘자이데나’(발기부전치료제) 등 시장에서 주목 받는 자체개발 신약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으며, 기술수출계약을 통한 추가적인 수익창출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2018년 기업 분할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증가세로 전환됐다고 분석하고 현금 보유도 에스티팜에 대한 반월공장 영업양도(2015년~2016년, 500억원), 엠아이텍 지분매각(2016년 293억원), 신주인수권행사로 인한 자기자본 확충(2015년~2016년, 628억원)에 따라 회사는 차입금 부담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3월 들어 순차입금은 –24억원으로 실질적인 무차입의 매우 우수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신평은 동아에스티가 지난해 3월, 과거 판매촉진 활동과 관련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약사법 위반으로 과징금(138억원) 및 전문의약품 87개 품목에 대한 급여정지 처분을 통지 받았던 점을 영업리스크로 언급했다. 해당 행정처분은 현재 집행정지 가처분 상태다.

이 회사의 신용등급의 상향 요인으로는 ‘슈가논’, ‘시벡스트로’ 등 신규제품과 수출품목의 판매호조에 따른 영업실적 성장을 이유로 꼽으면서 순차입금/EBITDA가 0.3배 미만으로 유지될 경우를 들었다.

반면, 신용등급 하향 요인으로는 기존 제품의 판매감소로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3.5배를 초과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이 회사의 순차입금/EBITDA는 0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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