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약처가 승인한 한국로슈의 인플루엔자 신약 ‘조플루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년 만에 나온 인플루엔자 신약이라는 점과 높은 복약순응도 때문이다.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내성’에 관한 이슈가 계속해서 터지고 있다. 국내 의료진 역시 내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지난 2009년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생긴 신종 인플루엔자는 미국과 캐나다, 유럽 및 아시아 지역에 걸쳐 약 13만명 이상의 감염자와 8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국내에서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었고 질병관리본부는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를 국가비축의약품으로 지정‧관리해왔던 까닭이다.

오셀타미비르는 바이러스 복제과정에서 필요한 효소인 뉴라미니다아제 활성을 억제하는 뉴라미니다아제 억제제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복제과정을 차단해 증식을 막고 감염을 치료한다.

하지만 2009년 신종플루 사태 이후 흔하게 사용되던 오셀타미비르 제제에도 내성이 생겼고, 관련 문제는 꾸준히 불거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로슈의 조플루자는 출시 당시부터 전세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조플루자는 기존 오셀타미비르 제제와 달리 엔도뉴클레아제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엔도뉴클레아제는 DNA 혹은 RNA의 사슬을 분해하는 효소다. 조플루자는 이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바이러스 복제 초기 단계부터 진행과 증식을 막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조플루자가 기존 타미플루의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특히 조플루자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1회 경구투여만으로 독감 증상을 완화해 복약순응도가 부각되면서 조플루자의 매출액은 일본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일본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조플루자는 2019년 1월 통계치(엔사이스)에서 일본 내 전문의약품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이 약은 2024년엔 미국, 일본을 포함한 전세계 시장에서 약 6억불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조플루자도 내성 관련된 문제가 점차 불거지고 있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지난해 1월, 조플루자 투여 환자에서 내성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또 일본 소아과학회는 조플루자의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 11월,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과 일본 도쿄대학 병리학 연구팀이 영국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 게재한 논문은 조플루자의 내성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H1N1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 22명의 혈액 샘플에서 조플루자 투여 후에 5명(23%)이 치료제에 내성을 갖는 변이가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또한 H3N2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성인 4명과 아이 12명으로부터 조플루자 투여 전후에 혈액 샘플 비교한 결과, 성인에서는 독감 바이러스의 변이가 없었으나 아이 4명(33%)의 혈액 샘플에서는 변이가 나타났다.

이에 연구진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동물실험(햄스터)을 진행하고, 변이된 독감 바이러스가 생기면 새로운 바이러스를 복제해 건강한 햄스터를 쉽게 감염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국내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조플루자 내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의료계 전문의는 “다만 조플루자가 출시된 지 얼마 안된 만큼 약을 복용한 환자 수 자체가 너무 적어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하지만 일본에서 발생한 조플루자 관련 내성 발생률은 생각보다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로슈 측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로슈 관계자는 “작년에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조플루자는 총 11개 국에서 허가를 받았다”며 “일본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약 600만명의 환자들에게 처방됐으나 심각한 이상 반응은 없었다. 내성과 관련된 부분도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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