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2일 ‘[긴급점검] 2020년 약가인하, 매출 상위 제약사 편’을 통해 실거래가 조정제도로 인한 국내 대형제약사들의 손실 규모를 예측했다. 업계에서 연초부터 약가인하로 받을 타격과 매출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팜뉴스는 지난 매출 상위 기업들에 이어 이번 약가규제가 국내 중견 제약사와 주요 다국적제약사들에게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 자세히 들여다봤다.

≫ 연초부터 손실 ‘예고’…명인제약 26억, 보령제약 10억 육박

제약사들의 근심이 크다. ‘실거래가 조정제도’가 새해 시작과 함께 본격 시행됐기 때문이다. 본지가 예측한 215개사의 3,929품목에 대한 피해 규모만 1000억원대 이상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상위 10개 제약사들은 총 724개 품목의 약가가 인하돼 전체 원외처방 손실 추정치가 약 56억원으로 파악됐다.

이에 비해 중견 제약사 20곳의 전체 손실액은 약 58억원으로 추정된다. 비록 중견 제약사 20곳의 손실 예상액이 평균 측면에서만 보면 상위 10개사보다 적지만, 업계 전반에 퍼질 악영향으로 인해 이번 약가인하에 따른 이중고가 예상된다.

 

국내 중견 제약사 20곳의 기등재 급여의약품은 3,851개다. 이 중 인하대상 품목수는 905개, 평균 인하율은 1.96%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명인제약은 2018년(인하 품목수 135개)에 이어서 올해도 제약사중 최다 인하 품목수를 보유하게 됐다. 회사의 올해 인하 품목수는 172개로 평균인하율은 4.93%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환인제약(108개, 3.41%↓), 한림제약(92개, 2.62%↓), 보령제약(68개, 2.82%↓), 신풍제약(68개, 1.89%↓), 삼진제약(67개, 2.15%↓) 등이 인하품목이 많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명인제약은 제약사 중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된다. 회사의 급여 등재의약품에서 68%에 달하는 172개가 인하대상 품목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품목 수가 많고 평균인하율도 4.93%로 높은 만큼 손실 규모도 큰 폭으로 예상되는데 연간 약 26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이 회사의 대상 품목들 가운데 정신분열증치료제 ‘큐로켈서방정’, ‘뉴로자핀정’, ‘레피졸’, 우울증치료제 ‘파록스정’, ‘트라린정’, 항불안제 ‘명인부스피론염산염정’ 등 인하율 폭이 10%를 웃도는 품목들도 다수 차지했다.

보령제약은 간판품목인 고혈압치료제 ‘카나브’, 항생제 ‘메이액트’, 위궤양치료제 ‘스토가’, 동맥경화용제 ‘크레산트’ 등 주요 품목이 약가인하에 지정돼 약 9억원 내외의 피해가 전망된다.

다행히도 고혈압약으로 단일제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카나브는 ‘카나브정12mg’만이 0.13% 하락해 실적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라니티딘 사태로 인한 대체약으로 주목받고 있는 라푸티딘 성분의 ‘스토가’도 이번 약가인하(0.65%)를 피해가지는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을 듯하다.

회사는 라니티딘 사태를 발판삼아 스토가에 마케팅과 영업력을 집중해 시장 확대에 힘을 쏟아왔다. 실제로 스토가의 월 처방액은 라니티딘 사태 전 9억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11월 한 달간 18억원을 기록하면서 두 배로 뛰어올랐다. 때문에 약가인하에도 불구 스토가의 최근 급성장세가 지속될지는 관전 포인트다.

한독의 경우, 손실액 자체는 보령제약보다 낮지만 급여기등재된 전체의약품 수 대비 인하품목의 비중이 40.5%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회사의 약가 평균 인하율이 1%에 못 미친 0.89%를 기록해 원외처방 손실액은 2억원 내외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삼진제약은 인하 67개품목, 평균인하율 2.15%를 기록하면서 약 3억원 내외의 피해가 예상된다. 회사는 연매출 600억원의 간판품목인 항혈전제 ‘플래리스’가 0.17%로 인하되면서 손실을 보게 됐다.

삼천당제약은 평균 인하율이 3.34%로 평균치(1.96%)를 상회하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원외처방 손실 추산액은 6천만원 내외로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인하품목으로는 경구용 항생제 ‘크라목스’, 항우울제 ‘벤라팩트’ 등으로 집계됐다.

≫ 다국적제약사, 대형품목 많은 화이자 20억원대 손실

블록버스터 품목이 많은 글로벌제약사의 피해 규모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화이자제약(104개, 2.29%↓), 한국노바티스(98개, 1.16%↓), 한국MSD(50개, 1.22%↓), GSK(45개, 2.28%↓), 한국아스트라제네카(37개, 0.55%↓) 등이 인하품목수가 많은 회사로 확인됐다.

 

한국화이자는 다국적제약사 중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손실 규모만 2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블록버스터 품목 중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 말초신경병성치료제 ‘리리카캡슐’, 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 통증치료제 ‘쎄레브렉스캡슐’, ‘뉴론틴’, 고지혈+고혈압복합제 ‘카듀엣’, 유방암치료제 ‘입랜스캡슐’이 포함됐다.

특히 리피토는 국내 외래 처방 의약품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는 제품으로 연간 1,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품목이다. 때문에 10mg 외 4개 품목이 평균 0.56% 하락하면서 약 1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이외에도 리리카캡슐이 평균 0.2%, 노바스크정 평균 0.68%, 뉴론틴 평균 0.82% 인하로 품목당 손실이 각 수억 원씩 발생하게 됐다.

게다가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가바펜틴’ 및 ‘프레가발린’ 성분제제의 안전성 서한이 배포되면서 가바펜틴 성분의 대표품목인 연매출 200억원대의 ‘뉴론틴캡슐’과 프레가발린 성분의 연매출 600억원대 ‘리리카캡슐’도 향후 허가사항 변경 등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약가인하와 더불어 이중고가 우려되는 배경인 것.

GSK는 약가인하로 약 10억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 100억원이 넘는 대형품목으로는 간질치료제 ‘라믹탈’ 정도가 전부다. 예상 피해 규모도 평균 약 1억원(1.25% ↓) 가량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다른 품목에서 터졌다. 바로 손습진치료제 ‘알리톡연질캡슐’이다. 이 품목은 연간 25억원 내외의 매출로 대형품목이 아님에도 약가가 30%나 인하되는 진통을 겪으면서 7억원 이상의 타격을 받게 됐다.

한국노바티스는 인하대상 98품목으로 평균인하율 1.16%, 손실 규모는 8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회사는 10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본태성 고혈압약 ‘엑스포지’, ‘디오반필름코팅정’, ‘코디오반’, 항악성종양제 ‘페마라’ 등 다수 있었지만 디오반을 제외하고 모두 품목당 평균이 0.1%대로 큰 피해로부터는 벗어났다.

≫ 약가인하 세부 근거 부족…업계, ‘깜깜 정보’ 지적 목소리도

제약업계에서는 약가인하 근거에 대한 ‘정보 불균형’이 실거래가 조정제도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요양기관이 복지부에 제출한 약제별 실제 청구 내역을 제약사들이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며 “그동안 수차례 세부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간담회를 통해 정보공개범위에 대한 내용을 설명했다”며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많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약가인하에 기준이 되는 ‘가중평균가’에 대한 내용은 ▲ 종별 ▲ 청구단가 ▲ 요양기관 수 등으로 한정해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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