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부터 바이오‧헬스 산업을 국가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면서 최근 지자체들이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에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제대로 자리잡으면 지역 내 경제 활성화는 물론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자체들이 장기적인 비전과 특화된 전략 없이 중앙정부의 예산 확보와 치적 쌓기에만 집중한다면 바이오산업 육성 전초기지라는 당초 목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해부터 전국 주요 지자체들이 바이오 클러스터 및 지원센터 구축‧확장을 위한 연구용역을 잇따라 발주하고 있다. 고급인력과 자본이 유입되는 고부가가치 인프라인 만큼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바이오산업에 대한 지자체의 러브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중앙정부가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지역거점을 구축하면서 지자체들은 바이오 클러스터가 지역 내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실감해 왔다.

초기에는 중장기 비전이나 세밀한 전략없이 중앙정부의 예산을 최대한 확보해 시설, 환경 등 기반 시설을 갖추는 데 치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구축된 인프라 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꾸준히 나올 수 있도록 시너지를 극대화 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현재 바이오 클러스터와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지자체는 인천시다. 지난해 셀트리온그룹으로부터 무려 25조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 내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인천시는 부지 제공 및 행정지원체계는 물론 전문인력 양성, 스타트업, 병원 유치 지원사업 추진 등을 내세우며 거대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서울시 역시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홍릉 바이오의료 클러스터’를 바이오산업의 전초기지로 키워내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BT·IT 융합센터, 글로벌협력동, 첨단의료기기개발센터 등을 추가적으로 완공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한편 대학, 병원, 연구소 등과 연계해 바이오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을 통해 우수 기술 확보, 유망 기업 발굴 및 해외 진출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내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초기 바이오 스타트업의 창업이 늘고 있는 만큼 전국 주요 지자체들이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받지 않는 이상 스타트업들이 연구시설, 연구장비, 네트워크, 교육기회 등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바이오산업에 편성된 정부 예산을 끌어 오기 위해 클러스터나 지원센터를 건립할 여력이 되지 않는 지자체들이 무분별하게 뛰어드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산업 특성상 10년 이상의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장기적인 플랜을 설정, 지자체장들이 바뀌더라도 흔들림 없이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전국에 산재해 있는 바이오 클러스터, BT특화센터와 차별되는 특화 전략과 혜택, 충분한 자본 등이 전제돼야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유치하기가 쉽지 않은 바이오 클러스터의 핵심 주체 대학, 연구소, 병원, 기업 등의 유인책 마련과 더불어 이들이 역량을 결집하고 역동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란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분야는 개별 주체가 단독으로 혁신을 이뤄내기 어려운 구조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몰려가는 미국의 3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보스턴-케임브리지, 로스앤젤레스, 뉴욕시에 주요 의료 연구 및 서비스 기관이 집중적으로 분포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실제로 여기에서 탄생한 신약 후보물질과 기술 플랫폼이 세계 바이오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클러스터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각 개별 주체가 활발히 교류하고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지자체들이 외형적인 인프라 구축 보다는 각 개별 주체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적인 요소에 포커스를 맞춰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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