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자유기법’은 지난해 한의의료기술 중 최초로 신의료기술에 등재됐다. 하지만 감정자유기법의 효과성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한의계는 환영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발 중이기 때문이다.

감정자유기법(EFT, Emotional Freedom Techniques)은 경혈(經穴)을 두드려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치료요법으로 알려졌지만 그 정체는 베일에 싸여있다. 흔하디 흔한 ‘체험기’를 온라인 공간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팜뉴스가 신년 기획으로, ‘감정자유기법 체험기’를 준비한 까닭이다.

본지 취재진은 지난 7일, 서울 인근에 있는 모 한의원을 찾아갔다.

번잡한 대로변을 지나자, 아파트 단지 앞 상가 1층에 자리 잡은 한의원이 보였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문밖으로 비친 한의원 풍경은 한산한 느낌이었다. 주위를 돌아봤지만 ‘감정자유기법’ 관련 홍보 문구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신경쇠약, 불면, 불안에 효과가 있다는 ‘천심액’이라는 한약재를 홍보하는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제대로 찾아온 것이 맞는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기자는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포함한 신상정보 등을 작성한 뒤 간호사에 넘겨줬고 곧이어 진료실에서 기자를 호명했다.

가벼운 차림의 진료복을 입고 있는 한의사는 먼저 “치료법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나”라고 물었다. 기자는 “평소 불면증을 겪고 우울한 감정이 드는 경우가 많아 인터넷을 보던 중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에서 ‘감정자유기법’을 알게 됐다”고 대답하면서 “실제로 치료를 받으면 효과가 있느냐”고 물었다.

한의사는 “일단 환자 본인의 마음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치료를 알아보시게 된 계기가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입사 이후 업무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컸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일을 하면서도 사수의 질책 때문에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많이 느낀다고도 전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깊은 잠을 청하기 어렵고 잠에서 깨어나도 개운한 느낌이 없어 무기력감을 자주 겪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자의 얘기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상담이 시작됐다.

한의사는 “감정자유기법은 미국에서 개발된 치료법으로 기존 침술 요법을 응용한 것이다. 우선 환자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솔직히 말해주면 감정이 완화될 수 있는 혈자리에 침을 놓겠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상처를 발견하는 것이다. 지금 어떤 상처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알수록 치료 효과가 증대된다”고 설명했다.

상담 도중 기자는 ‘한의사도 감정자유기법을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법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부족했고 감정자유기법은 경혈을 ‘두드리는’ 형태의 한방 치료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의사가 기자의 생각을 읽었는지 “오늘 치료받고 나면 나중엔 본인이 직접 치료를 할 수도 있다”며 “혈자리에 따라 침을 놓아줄 테니 그 부분들을 잘 기억했다가 나중에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혈자리를 가볍게 눌러주거나 두드리면 된다”면서 일단 상담을 마쳤다.

상담 중 기억에 남을만한 장면이 있었다. 한의사 자신조차도 감정자유기법을 환자들에게 많이 적용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치료법을 설명하면서 “미국의 연구자료와 관련 글을 보고 자신도 공부한 것”이라고 했지만 한의사 스스로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담을 마친 뒤 ‘과연 제대로 된 감정자유기법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기자의 마음이 심란해진 이유다.

간호사의 호명에 따라 1평 남짓한 개별 치료실에 들어갔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침대에는 환자복이 곱게 개어져 있었다.

환복 후 침대에 누웠다. 간호사는 “복부 찜질과 전신 마사지, 간단한 물리치료 후에 침 치료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간호사 설명을 들었지만 이같은 과정들이 과연 감정자유기법에 포함된 것들인지, 한의원에서 의례적으로 치료를 할 때 이뤄지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기자는 속으로만 “지금 이 과정들이 감정자유기법의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한 과정들”이라고 자답하면서 얌전히 누워 있었다.

본격적으로 복부 찜질과 전신 마사지 치료가 시작됐다. 몸이 따뜻해지면서 근육이 이완됐다. 추위로 얼어붙었던 몸이 풀렸고 이마에는 땀이 맺힐 정도로 더운 느낌이 들었다. 물리치료를 받을 때는 특유의 찌릿찌릿한 감촉 때문에 몸이 긴장 상태가 됐다. 약 5분간의 물리치료까지 받은 뒤 한의사가 들어왔다.

한의사는 이마와 인중, 양쪽 팔목과 명치 부분을 알콜 솜으로 소독했다. 그는 “이제부터 침 치료 시작하겠습니다”며 “그 전에 본인을 힘들게 하는 내면의 어두운 감정을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라고 말했다.

기자는 “업무에 미숙한 자신에 대해 스트레스가 크다"고 대답했다. 한의사는 침을 놓을 때마다 “‘업무에 미숙한 나지만,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소리 내어 3번씩 말하라”며 “어색할 수 있어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설명이 이어질수록 감정자유기법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른쪽 손목을 시작으로 침을 맞기 시작했다. 따끔한 느낌이 전해질 때마다 한의사가 지시한 대로 ‘업무에 미숙한 나지만,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3번씩 반복했다. 기자는 ‘지금 이게 무엇을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혹시, 옆 방에 있는 환자들이 내 얘길 듣고 웃지는 않을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한의사는 다시 양 손목과 명치, 갈비뼈 쪽에 침을 놓은 뒤에 ’부정적인 감정‘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라고 했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쉰 다음 천천히 내뱉어라. 숨을 내쉴 때는 지금 떠오르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함께 내보낸다고 생각하라”고 시켰다.

한의사의 말대로 편안하게 누운 채로 심호흡을 했다. 심호흡을 여러 번 반복한 결과 민망한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점점 차분해졌다.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인중과 이마에도 침을 맞은 뒤 앞서의 말을 반복했다. 양쪽 손목에 2개, 복부에 2개, 명치에 2개 그리고 앞서 언급한 이마와 인중까지 총 8개의 침을 맞은 채로 심호흡을 계속했다. 마음 한 켠에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점점 심신이 차분해졌다.

침 치료가 끝난 이후 한의사는 “눈을 감고 편안하게 누워 있으면 된다. 졸음이 오면 잠을 자도 괜찮다”라는 말과 함께 치료실을 나갔다. 기자는 눈을 감고 편안하게 누워 있었다. 깊은 잠에 들지는 않았지만 졸음이 쏟아지면서 몸이 나른해졌다.

10분 정도 흘렀을까. 간호사가 몸에 남아있는 침을 제거했다. 기자가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을 때 한의사는 “진료비는 1만3천원이고, 감정을 안정시켜주는 약도 이틀 치 처방해 총 1만9천원이다. 부디 오늘은 마음 편하게 푹 주무셨으면 한다”는 말을 건냈다.

한의원을 나설 때는 뻐근했던 어깨와 목 부분이 한결 편해졌다. 기운도 어느정도 되찾았다. 의심으로 가득 찼던 마음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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