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주류광고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나 ‘소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보건당국이 ‘음주와의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주류 용기 표면에 유명 연예인의 얼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심지어 의료계에서는 음주 장면이 들어있는 숙취해소제 광고를 함께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 정책의 실효성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제약사들은 기존의 광고 수정을 검토하는 등 보건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주류광고에 음주 욕구를 자극하는 장면을 넣는 것을 제한했다. 광고 배우가 술을 마시는 모습이나 ‘캬~’하는 소리 등을 더 이상 광고에서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미성년자 등급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 게임 등에서도 광고가 금지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에서는 주류 용기에 연예인 사진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움직임도 엿보이고 있다. 지난 12월,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연예인 사진이 음주를 미화하고 주류소비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술병에 연예인 사진을 부착해 광고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남 의원은 최근 “술 광고에 인기 여성 연예인을 이용해 광고하는 것은 음주를 미화하고 소비를 권장하는 등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성 상품화라는 지적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며 “최소한 술병 용기 자체에는 연예인 사진을 부착해 광고하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고 개정안의 취지를 밝혔다.

주목할 점은 이번 음주 광고 규제 정책이 숙취해소제 광고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계 한 전문가는 “숙취해소제 광고에도 남자 연예인들이 많이 등장한다”며 “문제는 숙취해소제 광고 역시 음주를 조장한다는 점이다. 음주 뒤에 숙취해소제를 먹고 피로가 회복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도 음주 욕구를 유발한다. 보건당국이 이번 기회에 숙취해소제 관련 광고를 규제해야 하는 이유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제약사들이 최근 내놓은 숙취해소제 광고를 살펴보면 유명 연예인이 다수 등장한다.

지난해 11월 7일, 유튜브에 게시된 한독의 숙취해소제 ‘레디큐’ 광고모델은 방송인 장성규(전 JTBC 아나운서)다. 그는 말끔한 정장 차림을 입고 바(bar)에 들어선다. 그리고 ‘또 다른 자아’의 장성규들이 술자리에 연이어 합석한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음주를 즐긴 이후 참석자들은 “오늘 계산은 누가 할까?”라고 종업원에게 묻는다. 종업원은 “취한 사람이 계산하면 되겠네”라고 답한다. 그때, 술자리에 합석한 모든 장성규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숙취해소제를 먹는다.

‘레디큐’를 복용하면 숙취가 바로 해소되기 때문에 술값 계산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영상의 핵심 주제다. 장성규의 1인 다역으로 화제를 일으킨 영상은 7일 현재 조회수 140만건을 기록하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의료계에서 숙취해소제 광고 규제에 대한 움직임이 일고 있는 배경이다.

하지만 한독 측은 숙취해소제 광고가 음주를 조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독 관계자는 “숙취해소제의 광고의 키메시지는 ‘술을 마셔라 or 마시지 마라’가 아니다”며 “‘술을 마신다면, 숙취해소제와 함께 먹어서 좀 더 편안하게 숙취가 없게 마셔라’는 것이 주된 광고 메시지다. 음주를 권장하는 내용은 아니라는 뜻이다”고 답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A 제약사는 최근 숙취해소제 광고 영상을 시리즈물로 게시했다. 광고 영상에서는 유명 연예인이 해당 숙취해소제를 ‘모든 파티, 모든 주종과 완벽 호환’된다는 메시지를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광고 영상 조회수는 많게는 120만건을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해당 제품에는 유명 연예인의 얼굴이 그대로 포함돼 있다. 앞서 언급한 남인순 의원의 발의안이 통과될 경우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 국회에서는 법안의 적용범위 확대를 고려 중이다.

국회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들이 숙취해소제 용기 표면에 등장하는 점도 문제가 있다”며 “법안을 발의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였다. 숙취해소제 광고에도 음주를 조장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그쪽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약사들이 이번 음주 규제 정책을 주시하고 있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약업계 관계자는 “주류광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면 숙취해소제 시장 규모 축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주류시장 광고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는지 민감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제약사는 보건당국의 향후 정책을 주시하면서 광고 콘티 수정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숙취해소제 광고에 음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라며 “보건당국의 시행령이나 관련 법안 발의 등을 봤을 때, 음주 광고 규제가 숙취해소제 광고 제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내부적으로 마케팅이나 광고 방향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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