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주는 기업들의 잇따른 임상 실패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2020년 제약바이오주가 작년의 실패를 거울삼아 올해 반등의 재도약을 할 수 있을지 업계와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작년 글로벌 증시 ‘웃고’ 국내 제약바이오주 ‘울고’

2019년 국내 증시는 글로벌 금리인하 기조와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전반적으로 근근이 버텨낸 한 해로 평가된다. 지난해 코스피 종합주가지수는 연초 대비 9.34% 올랐고 코스닥지수는 0.07% 강보합에 머물면서 큰 손해는 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약바이오주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의 손해가 막심했다. 제약사들이 집중돼 있는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2.72% 하락했고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다수 포진한 코스닥 제약지수는 14.7% 급락했다. 시가 총액은 의약품지수와 제약지수 구성 종목을 합해 약 5조 8천억원이 증발했다.

이에 반해 글로벌증시는 미국(다우 22.2%↑), 독일(닥스 25.9%↑), 일본(니케이 20.9%↑), 중국(상해 23.7%↑) 등이 모두 20%를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가 경기침체로 이른바 R(Recession) 공포속에 하락으로 출발했지만 금리인하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합의 기대 등의 이유로 20% 이상 급등으로 마무리된 점을 감안하면 국내 제약바이오주의 하락은 초라한 성적을 넘어 국제 ‘왕따’가 되버린 셈.

실제로 국내 제약바이오주와의 비교 잣대인 미국 나스닥 생명공학지수는 연초 대비 23.7% 올랐고 대형 빅파마들이 포진한 S&P 헬스케어지수도 20.3%의 수익을 올렸다. 일본의 의약품지수 역시 21.7% 상승으로 작년 한 해를 마감했다.

 

≫ 3월 인보사사태, 7월 일본발 수출규제 ‘직격타’

사실 지난해 연초만 해도 업계는 환호성을 준비하고 있었다. 2018년 10월부터 美-中 간 갈등폭이 깊어진 데다 미국과 국내의 기준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외국인 투매로 연말까지 하락폭이 이어졌기 때문에 해가 바뀌면서 반등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다수의 임상 3상 결과 공개를 앞두고 있었던 만큼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제약바이오주는 JP모건컨퍼런스 개최 외에도 유한양행이 길리어드사이언스와 NASH(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 물질을 총 계약규모 7억8,500만달러에 체결하면서 기술수출의 포문을 열었다. 이로 인해 의약품지수도 1.26% 상승에 성공하면서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평가였다.

이후 2월 중순까지도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후보 물질의 기술수출 영향에 힘입어 상승을 이어갔다.

그러나 셀트리온의 실적부진 우려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검찰 수사 압박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2월 막판에는 -2.6% 하락으로 마무리 됐다.

3월은 대형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제약바이오주가 –10%의 급락장세를 연출했다. 당시 미국식품의약국(FDA) 스콧 고틀리브 국장의 사임 발표로 야기된 미국 헬스케어의 급락, 한미약품의 롤론티스 FDA 허가신청 철회, 美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임상실패, 케어젠의 감사의견거절, 정부의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까지 발표되는 등 잇따른 악재에 고전했다. 여기에 코오롱생명과학의 국산 신약인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판매중지로 인한 파장은 지난해 K-바이오의 상승을 가로막는 결정타로 작용했다.

이러한 하락세의 흐름은 6월, 미·중 무역전쟁 휴전 소식과 북·미 깜짝 정상회담소식에 제약바이오주가 4% 반등하면서 실마리를 찾는 듯 보였지만, 7월 한미약품이 얀센에 기술 수출한 8천억원(추산) 가치의 비만·당뇨치료제의 권리 반환, 아베 정권의 수출규제 일본발 악재가 직격타로 작용하면서 13.6% 하락하는 폭락세를 연출했다. 이어 8월에는 신라젠의 간암치료제 ‘펙사벡’이 임상3상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9월에는 헬릭스미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의 임상 3상 결과가 위약과 약물 혼용으로 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주는 10월, 20% 상승하는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밖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진전됐고, 안에서는 한미약품, 종근당, 동아에스티,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주요 제약사들의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 보다 개선된 결과로 나타나면서 큰 폭의 상승을 기록한 것. 특히 한미약품의 장기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인 '롤론티스'가 미국 시판허가 절차를 다시 시작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전해지면서 시장을 견인했다.

12월에는 셀트리온, 한미약품, 유한양행을 중심으로 무상주와 배당금지급이 결정되면서 제약바이오주의 막판 ‘산타랠리’로 7.8%의 상승을 이끌었다.

≫ 보령·동국·종근당바이오 ‘급등’…원동력은 ‘실적개선’

종목별 주가 등락 내역을 보면, 코스피 기업으로는 삼성제약(67.13%↑), 보령제약(65.17%↑), 종근당바이오(43.2%↑), 삼성바이오로직스(15.78%↑), 신풍제약(15.65%↑), 동아에스티(13.88%↑), 유한양행(13.16%↑) 등이 상승에 성공했다.

또 코스닥 기업으로는 씨젠(96.47%↑), 제일바이오(84.55%↑), 동국제약(57.14%↑), 에스티팜(54.01%↑), KPX생명과학(46.38%↑)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 상승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이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주가가 상승했다는 점이다.

아직 결산실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삼성제약은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이 122% 늘어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3분기 매출액이 83% 성장하면서 순이익이 흑자전환 했다.

종근당바이오 역시 3분기 매출액은 108% 증가했다. 동국제약은 3분기 순이익이 27% 증가하고 매출은 지난 3년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씨젠도 3분기 영업이익이 206%나 증가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보령제약은 지난해 연매출이 5000억원을 처음 돌파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코스피 기업 중 가장 많은 상승폭을 기록한 삼성제약의 3분기 매출액은 지난 3년 사이 최대 실적이다. 회사는 계열사인 젬백스의 치매약 임상성공 소식이 재료로 작용하면서 주가가 큰 폭의 상승을 거뒀다.

제일바이오는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이 최근 항암효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해당 성분이 들어간 구충제를 판매하고 있다는 소식에 80% 넘는 수익을 얻었다. 신풍제약은 사람이 섭취 가능한 메벤다졸을 보유했다는 소식에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면, 코스피 기업 중에는 오리엔트바이오(46.28%↓), 진원생명과학(44.02%↓), 에이프로젠제약(43.19%↓), 부광약품(42.14%↓), 삼진제약(37.47%↓), 한미약품(34.18%↓) 등이 하락폭이 컸다.

코스닥 기업 중에는 신라젠(80.18%↓), 코오롱생명과학(75.74%↓), 강스템바이오텍(65.61%↓), 인트론바이오(63.49%↓), 헬릭스미스(62.62%↓), 휴온스(57.68%↓), 녹십자엠에스(56.25%↓), 휴메딕스(54.61%↓), 파멥신(52.28%↓), 메디포스트(51.39%↓), 화일약품(49.73%↓), 메디톡스(48.39%↓)의 주가가 반 토막 나는 참담한 상황을 겪었다.

한편, 셀루메드와 카이젠, 코오롱티슈진은 지난해 거래정지 됐다. 셀루메드는 2017년 이전 매출액·개발비 과대 계상 등 회계처리 위반이 문제가 됐다. 카이젠은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재무제표에 대한 검토범위 제한 등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 중지 됐다.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해 제출한 서류에 주력제품 '인보사'에 대한 허위사실을 기재했다는 이유로 1년간 개선기간이 부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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