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을 이유로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강화조치에 나서면서 촉발된 민간 차원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동력을 잃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191억 달러)가 16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할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하다.

당초 불매운동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던 일본산 의약품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일반약의 경우 유통 창구인 약국가가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소비자들 역시 이에 호응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기는 했지만 양국이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만큼 일본산 일반약 불매운동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3일 약국가에 따르면, 일본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본격화 된 일본산 일반약 불매운동 소비자 참여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된 일본산 일반약 리스트와 유명 유튜버 약사들이 선보인 대체 가능한 국산약 추천 콘텐츠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유명 일반약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다케다제약, 한국코와 등이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이들 제약사의 실적 하락세는 가팔랐다.

특히 인지도 높은 일반약을 다수 보유하고 있던 한국다케다제약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비타민제제 ‘액티넘이엑스플러스’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6억9,984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10억7,833만원) 35% 줄었다. 감기약 화이투벤 시리즈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화이투벤큐노즈(16%↑)를 제외한 6개 제품군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72%까지 감소했다. 구내염치료제 알보칠도 전년 동기(12억138만원) 대비 20% 줄어든 9억6,227만원을 기록했다.

한국코와의 위장보호제 카베진코와에스 또한 실적 하락을 피해가지 못했다. 3분기 매출은 2억1,420만원으로 전년 동기(7억3,877만원) 대비 무려 71%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이들 제약사의 일반약 4분기 실적 역시 3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후 일본산 일반약 뿐만 아니라 모든 일본 제품에 대한 보이콧 열기가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A약국장은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후 일본산 일반약이나 의약외품을 취급하고 있지 않다. 주변 약국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며 “대체할 수 있는 국산 제품들이 유튜브, 언론 등을 통해 많이 홍보되면서 일본산 일반약을 찾는 소비자도 거의 없다. 이번 불매운동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단결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워낙 강해져 향후 양국 관계가 개선이 되더라도 예전과 같이 판매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의 선택권이 없는 전문약은 불매운동의 영향권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다. 처방권을 쥐고 있는 의사 대다수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전문약 처방을 외교적인 문제와 결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문약의 경우 대체제를 찾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있더라도 의사들이 처방 변경에 따른 리스크를 굳이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NO Japan 운동이 거세지면서 일본산 전문약의 매출이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의료진의 처방 변경 보다는 불매운동 확산에 따른 일본계 제약사의 영업 활동 위축을 원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일부 국내 제약사들의 경우 일본산 전문약을 대체할 수 있는 자사 제품에 대해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불매운동이 지속되더라도 처방 경험과 데이터를 중시하는 의료진이 환자들에게 대체약을 처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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