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가 전 산업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콜드체인(Cold Chain, 저온 유통체계)을 중심으로 한 물류산업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의약품 특성상 저온 유통의 니즈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재편되는 제약업계의 트렌드가 물류업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 같은 물류 트렌드가 바이오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은 59건의 신약을 승인하면서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작년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679건으로 전년 대비(658건) 3.2% 증가했다. 특히 임상 초기단계인 임상1상 승인 건수는 20% 가량 큰 폭으로 늘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신약 건수의 오름세가 콜드체인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물류 산업을 키우는 데 한 몫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의약품과 물류산업 간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걸까.

최근 발간한 바이오이코노미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승인된 신약 가운데 약 44%는 콜드체인을 필요로 하는 의약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파마슈티컬 커머스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2017~2023년 7년 동안 전체 의약품 시장의 성장률과 ‘콜드체인을 필요로 하는(Cold Chain)’ 의약품, ‘필요로 하지 않는(Non-Cold Chain)’ 의약품 간의 성장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의약품 전체 성장률은 33%였던 데 반해 콜드체인 의약품의 성장률은 2배에 가까운 약 60%에 달했다. 반면, Non-Cold Chain 의약품의 성장률은 25%에 불과했다. 콜드체인 물류가 제약바이오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임상시험 또한 헬스케어 콜드체인 물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임상시험 의약품이나 키트, 임상시험 참여자의 검체 운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선진형 의약품 배송 서비스 수준은 어느정도일까.

매년 유럽과 미국에서는 ‘Temperature Control and Logistics’나 ‘Cold Chain Global Forum’ 같은 콜드체인과 물류에 관한 글로벌 컨퍼런스가 열린다.

주목할 점은 이런 컨퍼런스에 오는 연자나 참석자의 60% 이상이 제약바이오기업에 소속된 관계자라는 점이다. 최근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재편되는 제약업계의 트렌드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글로벌에선 이미 콜드체인 물류에 대비하기 위한 인수전이 활발하다.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미국의 처방약 배송 업체인 필팩(PillPack)을 인수했다. 필팩은 온도 컨트롤을 요구하는 냉장 의약품을 콜드체인 포장재에 담아 환자에게 배송하는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지주사인 노보홀딩스(Novo Holdings)는 지난해 콜드체인 포장 솔루션 기업인 엔바이로테이너(Envirotainer) 지분의 24.9%를 인수했다. 노보홀딩스는 이 회사에 투자한 이유 중 하나로 콜드체인 분야가 가진 매력을 꼽은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다. 관련 컨퍼런스나 세미나가 개최되면, 앞서 가는 몇몇 기업을 제외하곤 제약바이오기업에서 나온 연자나 참석자는 찾아보기 어려운 게 국내 현실이다. 한국에서는 콜드체인이 여전히 프리미엄 기업들에서나 가능한 물류 서비스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에서 열린 한 콜드체인 관련 세미나에서 제약회사의 QA담당자가 연자로 나와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물류회사에서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여기지 말고, 물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게 바이오이코노미리포트가 밝힌 전언이다.

문제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최근 트렌드다.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바이오의약품이나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콜드체인 물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분야라는 점이다.

 

2019년 글로벌 바이오 제약 전체 물류비 880억 달러 중 콜드체인 물류비는 15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는 2018년 150억 달러 대비 약 4.5% 증가한 수치다. 제약바이오산업에서 콜드체인 물류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이코노미리포트는 “수출입 및 유통과 관련한 글로벌 규제가 중요한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그 대표적인 예가 EU GDP(Good Distribution Practice) 개정안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의약품 공급망에서 품질과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관련 업체들이 충족해야 하는 표준을 제시했다.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됐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핵심 분야인 R&D, 임상, 제조, 생산에 성공적이어도, 그간 미뤄뒀던 콜드체인 물류가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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