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제 항암 이슈’가 유튜브를 중심으로 비염 환자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유튜버는 구충제인 ‘알벤다졸’이 비염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후기를 연이어 올리고 있다. 심지어 전문가 출신 유튜버조차 비염 치료제로 알벤다졸 복용을 권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비염 환자들 사이에서는 사람용 구충제인 ‘알벤다졸 복용 후기’ 영상이 유튜브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펜벤다졸 항암 이슈로 주목을 받은 알벤다졸이 비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영상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는 것.

실제로 유튜버 A 씨는 최근 ‘구충제로 알레르기 비염과 축농증 치료’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35년 동안 비염을 앓아왔다. 3차례 수술했는데 약을 먹고 있다. 약을 복용하면서 위가 나빠졌다. 위장약도 같이 먹고 있다. 하지만 3일 전부터 알벤다졸을 복용한 결과 비염이 갑자기 호전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콧물이 없어졌고 코가 뚫렸다”며 “알벤다졸은 하루만 복용해도 효과를 느낄 수 있고 3일 동안 먹으면 더욱 좋다. 비염이나 알레르기성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먹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상의 조회수 5만1,114건, 시청자들은 폭발적인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기생충과 알레르기성 비염간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오히려 반대다. 기생충 감염 경험이 알러지 비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알벤다졸이 비염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2007년 ‘사이엘로(scielo)’지에 발표된 ‘천식, 아토피 및 기생충 감염의 상호 관계’에서 연구진은 “알레르기성 질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장내 기생충 감염의 메커니즘을 비염 치료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장내 기생충 감염이 알레르기 반응을 예방한다는 것.

앞서의 약사는 “일반적으로 개발 도상국에는 아토피나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들이 적다”며 “앞선 연구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 알레르기성 비염과 아토피 질환이 적은 이유는 뭘까 ’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논문이다. 논문을 그대로 해석하면 오히려 구충제을 복용해 기생충을 죽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비염과 아토피에 악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국립보건연구원 면역병리센터(말라리아․기생충과)가 발간한 ‘기생충 감염과 알레르기 질환의 연관성’이라는 보고서에서도 동일한 지적이 나온다.

연구진은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장내 기생충 만성감염이 알레르기 질환의 유병률 감소와 관련 있다는 게 보고됐다”며 “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는 장내 선충 감염이 알레르기 항원에 대한 피부반응검사나 천식과 같은 임상증상의 양상과 반비례적으로 관찰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약사 유튜버가 비염 치료를 위해 알벤다졸 복용을 ‘독려’하는 내용의 영상을 올리고 있다는 것.

약사 유튜버 B 씨는 최근 ‘구충제 실험 보고서’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알벤다졸 복용 이후 입이 아닌 코로 숨을 쉬고 있다”며 “복용 둘째날 장에서 가스가 차고 평소와 다른 몸상태를 경험해서 구충제와 장의 연관성을 생각해봤다. 장은 몸 전체 면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의 면역 시스템을 정상화는 방법의 비염 치료는 예전부터 있었다.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기생충이 장 점막에 자리를 잡고 우리를 괴롭힐 수도 있다”면서 “기생충들이 장과 뇌 사이 신경전달계를 교란시켜 코 점막을 붓게 만들고 당뇨를 심하게 유발하거나 관절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장내 기생충이 알벤다졸의 약효에 의해 힘을 쓰지 못하면서 비염 등 다른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의는 “영상의 내용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모든 질병의 원인을 장내 기생충에 있다고 오인할 여지가 크다”며 “더구나 구충제가 장내 기생충을 박멸시켜서 각종 질병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고 밝혔다.

약사사회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앞서의 약사는 “알벤다졸로 박멸되는 요충, 회충, 십이지장충, 편충 등이 몸 안에서 다른 증상으로 발현될 될 확률은 매우 낮다”며 “전문가인 약사가, 기생충을 박멸하면 만병이 치료될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페이크 뉴스’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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