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의 막판 뒷심이 매섭다. 국내 제약사들의 원외처방 실적이 11월에도 1조원을 돌파하면서 준수한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이 가운데 한미약품은 5천억원을 넘어서는 실적을 달성했고 셀트리온제약은 작년과 비교해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반면, 라니티딘 사태의 직격타를 맞은 대웅제약과 일동제약은 지난해보다 역성장한 결과를 보였다. 2019년에 마지막 한 달을 남겨두고 국내 제약사들이 하반기 반전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6일 증권가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국내 전체 원외처방액은 1조1,519억원으로 전년동기(1조618억원) 대비 8.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10월(1조2,056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올해로 보면 10월과 7월 다음으로 높은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이 같은 수치는 단순한 후반기 반등뿐 아니라 내수 부진 탈출을 위한 영업활동과 경영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11월 원외처방액이 200억원 이상인 국내 매출상위 제약사들의 실적을 보면, 한미약품(원외처방 545억원, 12.9% 성장), 종근당(450억원, 6.9%), CJ헬스케어(255억원, 15.2%), 유한양행(226억원, 14%), 대원제약(226억원, 14%), 한독(222억원, 8.4%), 동아에스티(213억원, 11.4%)의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00억원 이상 중견제약사 중에는 대웅바이오(원외처방 193억원, 20.5% 성장), 한국유나이티드제약(162억원, 11%), JW중외제약(161억원, 9.7%), 제일약품(157억원, 16.7%), LG화학(153억원, 38.4%), 셀트리온제약(157억원, 46.2%), 보령제약(147억원, 16.8%), 휴온스(109억원, 21.9%)가 10% 내외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대웅제약(306억원, -10.6%), 삼진제약(163억원, -6.7%), 일동제약(133억원, -7%), 안국약품(111억원, -1.7%)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제약사별로 보면, 한미약품은 11월 원외처방 규모가 전년대비 12.9% 성장한 545억원으로 올해 누적 5,019억원을 기록하면서 업계 최초로 5,000억원을 돌파해 내수 시장을 리딩했다. 특히 한미의 개량·복합신약이 회사의 전반적인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11월까지 694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한 한미의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은 판매고가 전년대비 35% 증가하면서 실적 상승을 주도했다(11월 76억원, 41%↑). 이 외에도 고혈압약 ‘아모잘탄’(62억원),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35억원)’,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18억원)이 블록버스터 약물 반열에 들어서면서 내수 성장에 힘을 보탰다.

주목할 점은 에소메졸과 한미파모티딘의 급성장이다. 지난해 동월대비 에소메졸은 47%, 한미파모티딘은 한 달 동안 4억원이 처방되면서 696%가 늘어났다. 항궤양제 성분 라니티딘에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계열의 에소메졸과 동일한 H2수용체길항제 제제인 파모티딘이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미도 연간 50억원대의 ‘라니빅에스’가 처방 중지되는 상황을 피하지는 못했다.

유한양행은 고지혈 치료제와 고혈압+고지혈 복합제의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작년대비 11.1% 성장했다. 한미와 더불어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한 것.

고지혈증치료제 ‘로수바미브’는 11월까지 전년대비 35.5%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382억원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아토르바’는 월간 30억원을 넘겼다. 고혈압치료제 ‘아타칸’(월 22억원), 고혈압·고지혈 복합치료제 ‘듀오웰’(월 15억원), 뇌기능개선제 ‘알포아티린’(월 16억원)도 작년에 비해 매출이 45% 늘어나면서 유한양행의 상승세를 부추겼다.

동아에스티는 제약사들의 후반기 실적이 반전된 대표적 사례다.

앞서 회사는 전반기 성장률이 지난해 보다 평균 3.7% 역성장 했다. 상반기 여섯 달 중 다섯 달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7월 이후 하반기에서는 다섯 달 모두 플러스 성장률로 평균 6.9%가 늘어난 나름 괜찮은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따라 올 3분기 매출은 지난 3년간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주가도 지난 23일 52주 최고가를 경신해 11만7,000원에 거래 중이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회사의 소화기계 품목들이 고른 성장을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견인했다. 천연물약인 기능성소화불량제 ‘모티리톤’은 11월 23억원의 처방 실적을 내면서 전년보다 27.6% 올라왔고, 위점막보호제 ‘스티렌’ 패밀리도 월간 23억원을 합작했다.

특히 위궤양치료제 ‘동아가스터’는 라니티딘 사태이전 8월 처방액이 2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6억원을 기록하면서 166% 성장한 결과를 낳았다. 새해에도 라니티딘 사태의 파장이 연결되는 만큼 성장 폭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소화기성 이외에도 항혈전제 ‘플라비톨’과 허혈성개선제 ‘동아오팔몬’이 22억원의 월 처방을 기록해 회사의 실적개선을 도왔다.

CJ헬스케어의 상승세는 ‘케이캡’이 이끌었다. 국산 신약인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은 지난 3월 급여 출시이후 11월까지 223억원을 기록하면서 관련시장에서의 독주체제를 가속화 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케이캡이 매월 실적성장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8월에 23억원의 판매고를 기록했던 이 약은 11월 36억원의 처방액을 달성하며 매출이 지난달 보다 6% 이상 증가했다. 대부분의 개별 의약품이 지난달에 비해 감소됐지만 캐이캡의 성장 질주는 멈추지 않고 있는 것.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260억원 돌파에 이어 내년 500억원 고지 안착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셀트리온제약은 올 연말 주주에게 주식배당(1주당 0.05주) 지급을 결정하면서 실적개선을 자신하고 있는 모양새다. 회사는 올해 11월까지 처방실적만 46.2%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는 간장질환용제 ‘고덱스’의 공이 컸다. 이 약은 11월 한 달 동안에만 54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보다 19% 성장했으며 올해 누적치만 약 539억원이다. 이 같은 성장세라면 연 매출 6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뇌기능개선제 ‘글리세이트’, 고지혈증 치료제 ‘토바스틴’이 11월까지 각각 86억원(전년비 92%↑)과 56억원(전년비 59%↑)의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고공성장을 이어갔다.

제일약품도 지난 10월 17.4%의 처방 증가세에 이어 11월에도 16.7%의 고성장을 유지했다.

이 회사의 주요 품목인 뇌기능개선제 ‘글리틴’은 11월까지 8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전년대비 68% 성장했다. 항혈전제 ‘안프란’, 요실금치료제 ‘베라실’도 한 달간 각각 8억원과 7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보령제약은 지난해 턴어라운드 성공 이후 안정적인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 회사의 11월 월간 원외처방은 작년대비 16.8% 증가했다. 이같은 성장 배경에는 11월까지 647억원의 처방실적을 합작한 고혈압약 ‘카나브’와 복합제 ‘듀카브’가 한 몫 거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듀카브는 지난해 보다 51% 급성장세를 보이면서 월간 25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했고 라니티딘 사태의 수혜주로 꼽히는 라푸티딘 성분의 항궤양제 ‘스토가’는 작년대비 75%, 전월대비 15.5%의 급성장을 기록 중이다. 스토가의 월 처방액은 라니티딘 사태전 9억원에 불과했지만 후 11월 한 달간 18억원을 기록하면서 두 배로 뛰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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