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의약품 오프라벨 처방에 제동을 거는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사실상 ‘삭센다 방지법’이란 비판이 등장한 배경이다. 노보노디스크 측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지만 삭센다를 처방받은 환자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일고 있다. 심지어 해당 법안으로 탈모 환자들의 오프라벨 처방이 막힐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개정안이란 여론이 일고 있는 배경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모든 의약품의 허가외 사용(오프라벨)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김상희 의원실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식약처가 모든 의약품에 대해 오프라벨 처방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 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식약처가 의약품 허가외 사용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며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처방에 관련된 부분은 전문가 집단에게 맡기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오프라벨 처방에 대한 심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을뿐더러 오프라벨 처방은 의사의 ‘자유’에 속한다는 의견이다.

더 큰 문제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다.

‘삭센다’는 최근 다이어트를 원하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약발’ 좋기로 입소문을 타며 출시 1년 만에 국내 비만약 시장을 싹쓸이했다. 원래 제2형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비만 치료 효과가 입증되며 고도비만 치료제로 팔리게 된 것.

삭센다는 ‘BMI 30kg/㎡ 이상인 비만환자 또는 초기 체질량 지수가 BMI 27kg/㎡ 이상이면서 30kg/㎡ 미만인 과체중 환자로서 한 가지 이상의 비만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만 처방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고도비만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광범위하게 오프라벨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환자들의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등장한 까닭이다.

최근 3개월 동안 삭센다를 자가 투여한 일반인 A씨(35세·여)는 “의사를 한 번 만난 이후로 계속 약만 처방받았다”며 “원래 치료 대상이 아닌 것을 저는 물론 의사도 알고 있었지만 효과가 좋다기에 계속 맞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로 7kg 정도 감량 효과를 봤다”며 “오프라벨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너무 무리한 법을 밀어붙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한 효과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만약 규제하면 대한민국 모든 여자들이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이번 법안이 사실상 ‘삭센다 무력화’법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엿보이는 있는 이유다.

하지만 노보노디스크 측은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노보노디스크 관계자는 “회사 정책상 오프라벨 처방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며 “더구나 이번 법안으로 삭센다에 피해가 갈 것이라는 예측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오프라벨 처방이 현실 속에서 이뤄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법안이 삭센다에 미칠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입장이다.

김상희 의원실 역시 다르지 않았다. 김상희 의원실 관계자는 “삭센다는 개인적인 문제다. 삭센다를 겨냥한 법이 아니란 뜻이다”며 “하지만 오래전부터 법안에 대한 검토는 계속 해왔다. 2016년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맞았던 백옥주사, 마늘주사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 이런 미용 주사들의 처방 제한이 목적이지, 삭센다를 타깃으로 하는 법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있다. 이번 법안이 탈모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녹시딜은 고혈압 치료제이자 탈모 치료제다. 5mg 용량의 정제는 혈관 확장 작용을 통해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된다.

외용제는 모발 생성을 촉진하는 탈모 치료제로 사용된다. 특히 외용제의 경우 두피 부위에만 사용하지만 탈모 증상이 심한 경우 경구용 약제가 오프라벨 처방돼왔다.

실제로 탈모로 고민 중인 한 여성 회원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병원에서 경구용 미녹시딜을 처방받았다”며 “의사 말로는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하는데 평생 먹어야 할 것 같다. 조언을 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남길 정도였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미녹시딜은 혈압약이지만 탈모가 심한 경우 탈모 치료제용으로 처방한다”며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이런 부분에 대해 식약처의 허락을 맡는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오프라벨 처방은 의료 시장에 맡겨야 하지, 그것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식약처 관계자는 “법안 취지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건복지부의 업무를 식약처 쪽으로 이관해서 오프라벨 처방을 일원하자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며 “의사의 처방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답했다.

한편, 의료계에서는 이번 법안이 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의료 현장에서 허가 초과를 남용하는 의사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비정상적인 소수를 제어하기 위해 모든 것을 틀어쥐겠다는 방침은 바람직하지 않다. 식약처가 모든 것을 제어하겠다는 발상은 시대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오프라벨을 처방을 통해 쌓인 데이터가 약물의 적응증 확장으로 연결되는 것이 국제적인 흐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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