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미국, 호주에 이어 유럽 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연구기관이나 기업과의 접점을 확대해 ‘네트워크 구축’과 ‘신약 후보물질 발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회사의 이 같은 행보에는 향후 글로벌 법인을 세계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유한양행이 글로벌 법인의 내실화와 외연 확대를 위해 얼마나 꾸준하게 투자를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유한양행은 최근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 및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KoNECT) 공동 주최로 열린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에서 내년 하반기 유럽 법인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정 기업이나 외부기관과의 파트너십으로 신약 후보물질이나 플랫폼 등을 도입·공동개발 하던 기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글로벌 법인을 활용해 확장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즉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범위를 글로벌로 넓혀 신약개발 초기 단계부터 회사의 니즈가 충실히 반영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것.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본격화 됐다. 작년 3월 미국에 ‘유한USA’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6월에는 호주에 ‘유한ANZ’를 출범시켰다.

현재 유한USA는 파트너십을 구축할 만한 유망한 기업과 신약후보물질 및 플랫폼 등을 발굴하는 것과 더불어 바이오 펀드 투자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오픈이노베이션을 발굴·추진하고 있다.

호주 내 바이오허브단지에 위치한 유한ANZ는 기초과학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 조기 퍼스트 인 클래스(early first-in-class) 물질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최근 호주의 생물의과학 분야 비영리·비정부 연구소 WEHI와 손을 잡았는데 공동연구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의 상호 교류 프로그램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유한양행의 글로벌 법인을 통한 오픈이노베이션 확장 움직임은 점차 구체화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법인에 대한 투자가 회사 차원에서 얼마나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법인이 회사의 계획대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지원이 전제돼야 하는데 업계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대규모 기술수출이라는 성과를 내왔던 만큼 이를 더 확장할 수 글로벌 법인에 대한 회사의 관심과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

유한양행의 연구개발비가 증가 추세에 있는 점도 글로벌 법인 투자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실제로 2016년 526억원, 2017년 714억원, 2018년 741억원으로 최근 3년간 꾸준히 연구개발비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현금성 자산(2019년 9월 기준)만 현재 2,6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투자 의지나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리어드, 트라젠타, 트윈스타 등 주요 품목의 실적 하락세와 프리베나(화이자), 플루아릭스(GSK) 등 도입 품목의 판권계약 해지 등으로 전문의약품 부문 매출이 감소하고 있어 회사가 외부와 손을 잡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유한화학, 애드파마 등 자회사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회사의 중장기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이와 관련해 유한양행 관계자는 “기존과 다른 진일보한 형태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법인에 인프라나 인력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투자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신약파이프라인이나 플랫폼 도입을 넘어 향후 회사가 원하는 부분을 맞춤형으로 반영할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글로벌 법인 설립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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