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제약업계는 환호와 탄식으로 얼룩진 한해였다. 굵직한 이슈가 많았던 만큼 후폭풍도 급이 달랐다.

사진=게티이미지

먼저 업계에 충격을 준 것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였다. 이는 국민적 관심사로까지 떠오르면서 주가하락으로 이어졌다. 이후 신라젠, 헬릭스미스, 강스템바이오텍이 줄줄이 임상 3상에 실패하면서 바이오 업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반면, 유한양행, 브릿지바이오, 알테오젠 등은 글로벌 제약기업에 대규모 라이선스아웃을 성공시키면서 올해만 8조원이 넘는 기술수출 성과로 시장 참여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에 이어 올해는 위장약 라니티딘 성분에서 NDMA가 검출되자 제약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이 같은 발암물질 검출 사태는 제네릭 난립에 대한 문제 제기로까지 이어지면서 공동생동제한 규제와 약가차등제 제도가 도입되는 후폭풍을 몰고 왔다.

≫ 위장약 ‘라니티딘’ NDMA 검출에 제약사별 ‘희비’ 엇갈려

지난해 고혈압약 발사르탄에서 발암추정물질 NDMA가 검출된 데 이어 올해엔 항궤양제 라니티딘에서도 같은 물질이 발견됐다. 최근에는 당뇨병약 메트포르민에서도 불순물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작년 발사르탄 사태로 인해 올해 대원제약, 한국휴텍스제약, LG화학, JW중외제약, 한국콜마, 한림제약 등이 직접적인 실적 피해를 입었다. 반면, 한미약품, 노바티스, 보령제약 등은 반사이익을 봤다.

올해 라니티딘 사태로 인해 직격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대웅제약, 일동제약, 대웅바이오, 한국휴텍스제약이다. 반대로, 보령제약, 동아에스티, 아스트라제네카, CJ헬스케어는 수혜자로 점쳐지고 있다.

≫ 제네릭 공동생동제한과 약가차등제 규제에 업계 ‘촉각’

작년 발사르탄 사태는 제약사의 실적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었다. 이는 제네릭 난립 문제제기로 이어졌고, 결국 식약처가 위탁(공동)생동 제도의 축소를 예고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여기에 약가차등제도가 도입돼 향후 제네릭 위주의 중소제약사들은 생존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실제로 식약처는 올 초 공동생동규제 강화 로드맵을 공개하고 생동성 시험 1건당 허가 받을 수 있는 제네릭 품목 개수를 제한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이에 따라 공동생동 품목수를 원개발사 1곳과 위탁제조사 3곳 이내로 제한하고, 제도 시행 3년 후에는 공동생동이 폐지될 예정이다. 이 규정은 지난 4월 입법예고에 들어갔지만 아직 고시가 확정되지 않아 전면 금지는 2023년 또는 2024년에 전격 시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약가차등제 도입도 업계의 발목을 잡았다. 이는 자체 생동성시험 여부에 따라 제네릭 약가를 달리하는 계단식 제도로 개정 고시안이 행정예고 됐다. 시행일은 내년 7월 1일이다.

구체적으로 허가와 약가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생물학적동등성시험과 원료의약품 사용 기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제네릭의 약가 산정을 현재와 같이 오리지널 의약품가격의 53.55%로 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준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수준에 따라 약가가 15%씩 깍이게 된다. 이와 별도로 건강보험 등재순서가 21번째인 치료제 부터는 기준 요건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최저가의 85% 수준으로 약가가 산정된다. 이는 20개이상의 제네릭 난립을 막아보자는 취지였다.

≫ 임상실패, 제약업계에 드려진 어두운 그림자

사실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는 환호성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임상 3상 결과 공개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호가 애통으로 바뀌면서 신약개발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만 했다.

시작은 지난 3월 코오롱생명과학이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바뀐 사실을 처음 인지하면서 시작됐다. 결국 식약처는 인보사에 대한 제조·판매를 중지했다. 이에 따라 코오롱티슈진은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중지됐으며 코오롱생명과학은 환자들과 주주들로 부터 집단 소송을 당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8월 신라젠의 간암치료제 ‘펙사벡’이 임상3상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9월에는 헬릭스미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의 임상 3상 결과가 위약과 약물 혼용으로 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또 10월에는 아토피치료제 ‘퓨어스템’의 임상 3상을 진행하던 강스템바이오텍이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11월엔 메지온의 단심실증치료제 ‘유데나필’이 임상3상 톱라인 결과에서 1차지표인 산소소비량의 유의미성 확보에 실패했다.

임상 실패로 인한 파장은 해당 기업 뿐 아니라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갔다. 각 기업의 주가는 물론이고 바이오 전체에 대해 신뢰성에 타격을 주면서 임상실패시 마다 폭락장을 연출했다. 실제로 연초대비 주가는 코오롱생명과학 75%, 헬릭스미스 58%, 신라젠 81%, 강스템바이오텍이 63% 급락했다.

≫ 유한양행·브릿지바이오·알테오젠, 기술 수출 ‘잭팟’

제약바이오 업계가 임상실패의 어두운 면만 있던 건 아니다. 사실 그 어느 해 보다 역대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면서 신약개발 강국으로 가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유한양행, GC녹십자,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SK바이오팜, 알테오젠 등이 약 8조원이 넘는 라이선스아웃을 성사시키면서 상업적 성공 가능성뿐 아니라 임상 강국의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우선 지난 1월 유한양행이 길리어드사이언스와 NASH(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 물질을 총 계약규모 7억8,500만달러(계약금1,500만달러)에 체결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이후 유한양행은 7월에 베링거인겔하임과 NASH 치료 신약물질을 8억7,000만달러(계약금 4,000만달러)에 넘기면서 2건의 대형 계약 규모만 1조9,300억원에 달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7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인 ‘BBT-877’에 대해 베링거인겔하임에 총 15억달러(1조7,5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회사는 2017년 레고켐바이오로부터 선급금 20억원을 포함, 300억원에 도입해 가치를 높인 후 1조원이 넘는 금액에 되파는 성과를 냈다.

11월엔 알테오젠이 글로벌 10대 제약사 중 한 곳(비공개)과 13억7,300만달러(1조6000억원) 규모의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의약품 IV제형을 SC제형으로 변환시키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 기술에 관한 계약으로 이는 여러 품목에 적용되는 플랫폼 기술이다.

≫ 개구충제 ‘펜벤다졸’ 항암효과 논란에도 테마주 ‘요동’

하반기 제약업계를 달군 이슈는 동물용 개구충제인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 논란이다. 이 약의 항암 효과 이슈의 시작은 지난 9월 유튜브에서 촉발됐다. 미국인 조 티펜스라는 60대 남성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펜벤다졸을 먹고 폐암이 완치됐다고 주장한 것. 그는 2016년 말기 소세포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고 수의사 제안으로 펜벤다졸을 복용했더니 3개월만에 암세포가 깨끗이 사라졌다고 했다.

해당 영상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말기 암환자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펜벤다졸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여기에 폐암 투병 중인 개그맨 김철민도 펜벤다졸 복용 후 7주만에 혈액검사에서 정상 반응이 나왔다고 전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작용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주의를 당부했고 의료계 전문가들과 약사단체에서도 검증된 치료제만을 사용할 것을 촉구 하면서 해당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 됐다.

개 구충제 관련주는 주식시장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펜벤다졸 성분이 들어간 구충제를 판매하는 제일바이오는 9월 항암이슈이후 4,000원선 이던 주가가 크게 올라 지난 9일 10,000원을 넘어섰다. 무려 150%가 상승한 것이다.

이외에도 동물용 구충제에 항암 효과가 있다는 소식에 대한뉴팜, 진바이오텍, 알리코제약, 텔콘RF제약 등 동물의약품 제조업체들의 주가가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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