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2019년 황금돼지해가 저물고 있다. 재물의 상징인 황금과 복의 상징인 돼지가 합쳐진 해인 만큼 재물운에 대한 기대가 유독 컸던 일 년이었다. 하지만 일부 다국적제약사들의 경우 사회적 책임은 뒤로한 채, 자기 배 불리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국내 진출한 글로벌제약사와 관련한 올해 주요 이슈들을 짚어봤다.

≫ 직원이 행복한 기업?

암울한 소식으로 시작된 기해년이었다. 올해 초, GSK에서 근무하던 한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생을 마감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는 게 주변 지인들이 전한 원인이다. 고인의 가족은 물론, 회사까지 충격에 휩싸이면서 실적 중심의 기업 문화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 7월에는 한국민주제약노조 갈더마코리아지부가 회사 경영진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한 사건이 벌어졌다. 노사협의회 파행운영과 노사 간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9월에는 이 회사의 한 임원이 노조 운영진의 뒷조사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 임원이 노조 위원장의 대학교 생활이나 학생운동 여부 등을 알아봤다는 것이다.

또 올해 9월, 독일계 제약사 머크는 한국지부 일반의약품 사업부 판권을 매각하고 해당 사업을 철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 측은 본사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추진된 사안이라고 밝혔지만 직원들은 전환배치나 고용승계와 같은 사후 대책도 없었을뿐더러 사전예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철수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인지 국내 다국적제약사들의 노조 지부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2012년 출범한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에는 20여 곳의 글로벌제약사가 소속돼 있으며 조합원 수는 2,000여 명이다. 하지만 글로벌제약사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처우는 크게 개선되지 않은 듯하다.

≫ 공장 유치할 땐 혜택받더니…알맹이만 쏙?

노사갈등과 더불어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잇따른 국내 공장철수도 문제였다.

글로벌제약사들은 국내 공장 설립이나 산업단지 입주를 통해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과 같은 금융지원을 받았다. 또한 2000년대 전후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세금을 감면받아왔다. 하지만 이들은 노사갈등이나 본사의 경영적 판단 등을 이유로 공장철수를 지속적으로 이어 왔다.

실제로 과거 20개에 달했던 글로벌제약사들의 국내생산 공장은 1999년 바이엘코리아를 시작으로 2000년대엔 한국노바티스, 한국애보트, 한국화이자제약,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한국로슈, 한국MSD 등 굴지의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공장을 매각하거나 폐쇄했다. 2021년에 철수 예정인 한국얀센을 포함하면 단 한 개의 공장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제약사들은 공장 설립 당시 한국을 생산거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활발한 교류와 고용 창출을 통해 지역사회에 공헌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생산 시설을 철수함에 따라 다국적제약사의 역할이 단순히 의약품을 판매하는 도매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고질적인 의약품 공급중단, 환자 안전은 ‘뒷전’

국내 공장철수와 노사갈등뿐만 아니라 의약품 공급중단을 통해 다국적제약사들이 국내 환자들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게르베코리아는 약가 인상을 요구하며 의약품 공급을 거부했다. 이 회사는 약가 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내 시장 공급중단과 더불어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결국 정부는 해당 약가를 약 3.6배 인상함으로써 공급중단 사태를 방지했다. 이런 행보와는 반대로 게르베코리아는 홈페이지에 “국민의 건강과 한국 영상의학 분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문구를 게시했다.

홈페이지 문구가 무색하게 수익이 나지 않으면 ‘철수카드’를 내세우며 환자들의 안전은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인 것.

올해 8월에는 한국MSD, 사노피 아벤티스, 한국화이자제약, 바이엘코리아 등이 국내 병원 및 의원과 의약품유통업체에 주요 의약품 품절 공문을 발송했다. 특히 사노피 아벤티스는 여성 골다공증 치료에 사용되는 악토넬EC35mg 악토넬정150mg(성분명 리세드로네이트)이 해외 제조소 이전에 따라 품절된다고 밝혔다. 사노비 아벤티스는 해당 의약품에 대한 재공급이 최소 1~2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허가 만료돼 대체할 제네릭 의약품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다국적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이 품절될 경우에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상황인 것이다.

이런 사태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해진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다국적제약사들이 국내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인 셈이다.

≫ 기부금은 ‘줄이고’ 본사 배당금은 ‘늘리고’

돈으로 환산하기 어러운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글로벌제약사들의 매출액과 배당금, 기부액을 통해 이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발표한 35개 다국적제약사의 한국법인 매출은 총 5조 6400억 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9%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무려 129%나 올랐다. 하지만 이들이 작년에 지출한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전체 매출의 0.5%(약 260억원)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바이엘코리아는 3년 연속 100억원대 규모의 배당금을 해외로 송금했다. 하지만 기부금은 2년 연속 2억원대에 지나지 않았다.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역시 배당금을 100억원으로 결정했지만 기부금은 2년 연속 2억원대에 머물렀다. 특히 갈더마코리아는 조사 당시 유일하게 기부금이 없는 기업으로 확인됐다.

또 7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한국오츠카제약의 배당금은 157억원으로 전년 대비 20%나 증가했지만 기부금은 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감소했다. 매년 수천억원대의 매출과 배당금을 챙기면서 정작 사회에 기여하는 면은 형편없는 수준인 것이다.

이렇듯 노사갈등 · 공장철수 · 배당금 및 기부금과 같은 주요 이슈들을 통해서 올 한해를 되돌아봤다. 여러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다국적제약사들이 입을 모아 주장하는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 ‘환자 중심의 사고’와 같은 핵심 가치와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 아쉬움이 남는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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