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펜벤다졸’에 대한 환자들의 아우성이 여전하다. 식약처의 복용금지 권고에도 최근 개그맨 김철민 씨는 해당 약을 사용한 후 검사 결과까지 공유했다. 김 씨의 간수치. 콩팥 기능 모두 정상이었다.

세간의 시선은 펜벤다졸에 쏠려있는 분위기지만 이런 사이 최근 새로운 복용후기가 또 등장했다. 사람용 구충제인 ‘메벤다졸’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한 암환자 가족은 펜벤다졸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메벤다졸과 펜벤다졸을 일주일 째 복용 중이다”며 “이들 구충제를 먹고 컨디션이 더 좋아졌다. 입맛도 돌고 속도 편해졌다”는 복용후기를 남겼다.

유튜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의료인 A 씨는 지난 10월 경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통해 “펜벤다졸과 달리 메벤다졸은 임상데이터가 있다”며 “현재까지 메벤다졸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A씨의 영상을 포함해 메벤다졸 관련 영상은 말기 암환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끊임없이 공유되고 있다.

그렇다면 환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메벤다졸 임상 소식은 과연 ‘사실’일까.

실제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존스홉킨스 소아병원은 지난 2015년부터 약 4년간 ‘재발·진행성 소아 뇌종양에 관한 메벤다졸 항암 치료법 임상 1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목적은 소아 뇌종양 환자들에게 최대 허용치의 메벤다졸을 투여해 안전성과 부작용을 확인하는 것이다. 현재 임상 대상 환자들을 모집 중이며, 총 환자 수는 12명이다. 앞서 언급한 전문의료인 A 씨의 말은 일단 사실인 것.

전문의 B 씨는 해당 연구와 관련해 “메벤다졸의 항암 효과를 임상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연구다”면서 “메벤다졸과 펜벤다졸의 화학 구조는 유사하다. 다만 메벤다졸이 뇌로 침투할 수 있는 성향이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연구의 근거가 된 지난 2011년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이 발표한 ‘구충제 메벤다졸이 다형성 교모세포종(뇌암) 생존률에 미치는 전임상 동물실험 연구’다. 동물실험에서 메벤다졸이 기존의 항암제보다 더 높은 효과성을 보여줬다는 것.

논문에 따르면, 메벤다졸은 기존에 뇌종양에 사용됐던 항암제 ‘테모졸로마이드(TMZ)’ 대비 개선된 효과를 보였다. 테모졸로마이드는 다형성 교모세포종의 표준항암 치료제다.

다형성 교모세포종은 소아들에서 다수 발병하는 악성 뇌종양이다. 췌장암과 비슷하게 수술 자체가 어렵고 재발이 많아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다형성 교모세포종은 가장 흔하고 공격적인 뇌종양으로 치료 발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예후는 여전히 좋지 않다”며 “임상시험을 통해 메벤다졸이 다형성 교모세포종 치료법에서 기존 항암제인 테모졸로마이드 보다 더 유망한 약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메벤다졸이 마우스 모델에서 평균 생존율을 최대 63%까지 증가시킨 것을 확인했다”며 “메벤다졸은 사람에게 투여할 수 있는 용량에서 동물 모델에게 효과적이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논문에 따르면, 테모졸로마이드의 생존율은 대조군 대비 41.4%였고 메벤다졸의 생존율은 63.3%였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존스홉킨스 소아병원은 앞서의 임상 1상 연구를 수행해 왔던 것.

의료계에서도 메벤다졸의 전임상 연구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의 전문의는 “동물시험 데이터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면서도 “다만 해당 결과는 메벤다졸이 기존 표준 항암제 대비 유사하거나 우월한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회사들은 메벤다졸에 대한 전임상이나 임상 1상 연구에까지 나서지는 않고 있는 현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구를 진행할 만큼 기반도 없을뿐더러 돈도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제약기업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국가 차원에서라도 메벤다졸의 항암 효과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메벤다졸 완제의약품을 보유한 C 제약사는 해당 제품의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C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메벤다졸 구충제를 생산하고 있지 않다”며 “추가 생산 등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 이뤄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보건당국 역시 원론적인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임상은 쉽지 않다"며 “의약품 개발이나 지원은 보건복지부나 과학기술부 같은 상급부처 소관이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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