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2019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도 대한민국에는 충격적인 일들이 많았다. 특히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헬스케어 시장에서도 인보사, 인공유방 등 굵직한 이슈들이 터졌다.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안전성 문제로 위험한 상황에 처한 환자들이 속출한 이유다.

식약처는 대형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각종 대책을 발표했지만 환자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됐다. 환자들 사이에서 ‘부실대응’ 또는 ‘늑장대책’이란 비판이 식약처를 향해 끊임없이 제기됐던 까닭이다.

수천에서 수만명에 이르는 환자들의 아우성이 들끓었던 해가 2019년이다. 팜뉴스는 송년 기획으로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2019년 주요 이슈에 대한 ‘이의경 식약처’의 위기 관리능력을 진단해봤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3월 11일 취임사를 통해 “식품과 의약품 안전은 사회 안정의 근간이다”면서 “필수적으로 먹고 사용해야 하는 것에서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은 항상 불안에 떨게 되고 사회 안전성이 무너진다”며 의약품에 대한 세심한 관리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의경 식약처’의 2019년은 수많은 환자들에게 ‘아픔’와 ‘불안’이란 키워드로 기억될 만한 해였다.

 

≫ 인보사, 첫 대응부터 ‘꼬였다’

무차별 처방 후 판매중단 조치…당사자에 추적조사 맡기기까지

상반기 대형이슈는 단연 인보사였다. 이의경 식약처장 취임 직후인 지난 3월 세계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사태가 일어났다. 인보사의 주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였던 것.

인보사 주사를 맞은 환자 약 3700명은 신장세포(293유래세포)의 ‘종양원성’이 암을 유발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집단패닉’에 빠졌다. 식약처 허가를 받은 골관절염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졸지에 암환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약처 대책은 시작부터 엇나갔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주성분 중 하나가 바뀐 사실을 처음 인지한 시기는 2월 26일, 식약처는 3월 31일 인보사에 대한 제조·판매 중지 조취를 취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의 '코오롱 인보사 일지' 자료에 따르면 2월 26일부터 3월 31일 사이 인보사 324개 제품이 판매됐다. 식약처의 늑장대응으로 성분이 뒤바뀐 인보사 주사가 환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처방된 것.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식약처의 인보사 ‘스텝’은 이때부터 꼬였다”며 “아직도 식약처의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 자신들의 잘못된 검증으로 유전자 치료제를 허가해놓고 판매중단 조치를 제 때에 하지 못해 환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식약처 위기 관리 능력의 ‘부실’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식약처는 5월 13일 환자 대책을 포함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환자 추적 관리를 위한 ‘1단계 조사 주체’로 코오롱생명과학을 지정했다. 주성분이 바뀐 사실에 대한 고의적 은폐 의혹이 일고 있는 당사자에게 장기 추적 조사를 맡긴 것.

의약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제약사가 환자 추적 조사에 나서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환자들 사이에서는 공분이 일었다.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인보사 안전성에 대한 말바꾸기’ 논란도 일으켰다. 5월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 허가 취소를 발표하면서 “인보사의 신장세포는 44일 이내에 모두 사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신장세포의 종양원성 때문에 불안에 휩싸인 환자들을 향해 안전성 우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이후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를 상대로 제기한 ‘임상시험 계획승인 취소 처분 집행정지 신청 재판’에서 식약처 변호인단은 “방사선을 조사(照射)한 직후에도 세포가 사멸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인보사가 안전하다는 식약처의 발표를 믿어왔던 환자들이 ‘2차 패닉’에 빠진 이유다.

식약처의 안전 관리 검사도 지지부진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정숙(바른미래당) 의원실의 조사 결과, 식약처에서 검사를 진행한 인보사 투여 환자는 ‘0명’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보사 사태 이후 6개월 이내 투여 받은 모든 환자를 검사하고 이상사례 등을 보고하겠다고 밝힌 식약처의 약속이 무색한 순간이었다. 식약처가 환자 관리를 코오롱생명과학과 의료기관 측에 맡기고 ‘뒷짐’을 지고 있었던 결과였다.

약사사회에서는 식약처의 인보사 사태 대응 과정에서 ‘환자 패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식약처는 인보사 발생이 터진 직후부터 환자 안전 관련 문제보다는 식약처 변호에만 급급했다”며 “식약처가 수없이 뿌린 보도자료에 나온 각종 대책에 오히려 환자는 계속 배제됐다”고 밝혔다.

≫ 인공유방 희귀암 발병, ‘골든타임’ 놓쳤다

오락가락 ‘해명’부터 뒷북 ‘대응’까지…‘유방보형물 공포’ 현실화

올해 초부터 엘러간社의 ‘인공유방 보형물’의 희귀암 사태가 전 세계에 불어닥쳤다. 이 회사의 거친 표면(텍스처드) 인공유방 보형물을 이식한 일부 환자들이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이라는 희귀암에 걸린 것.

문제는 식약처가 여기서도 ‘뒷북대응’을 해왔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7월 20일 거친 표면 유방보형물에 대한 ‘부작용 예방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엘러간의 거친표면 유방보형물 시술 이후,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발병 위험이 우려되기 때문에 허가사항을 변경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당시 식약처는 림프종 발생에 대한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판매 중단’이 아닌 ‘주의 사항 변경 조치’를 내렸다. 이 때부터 국내에서는 인공유방 보형물 관련 희귀암 이슈가 본격화됐다. 엘러간사의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을 이식 받은 11만명의 환자들이 불안에 떨기 시작한 까닭이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회사의 유방보형물 회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식약처는 줄곧 ‘검토중’이라는 입장만 유지했다. 결국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엘러간 측에 거친 표면 인공유방물에 대한 자진 회수를 요청한 이후 식약처는 뒤늦게 회수 절차에 들어갔다.

더 큰 문제는 당시 식약처가 국내 림프종 환자 현황 파악에 대해 ‘오락가락’ 해명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부작용 예방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할 당시 “국내에 단 한 건의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팜뉴스 취재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은 자료의 근거에 대해 식약처 내부에서도 입장이 엇갈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식약처가 오락가락 해명을 하는 사이, 결국 2주일이 지난 8월 16일 유방 보형물과 연관된 희귀암 발병 환자가 나왔다. 엘러간의 거친 표면 유방보형물을 이식한 환자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확진 판정을 받은 것. 식약처 조사를 믿어왔던 국내 이식 환자들에게 ‘유방보형물 공포’가 현실화된 순간이었다.

결국 환자들은 엘러간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들어갔다. 최근 한 법무법인이 ‘거친 표면 인공유방 보형물’로 인한 피해자 1100여명을 대리해 공동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

해당 변호사는 “2016년에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을 인공유방 보형물 관련 공식 질환으로 인정했다”며 “하지만 국내에서는 정부 발표나 의료진 사이에서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고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제품이라는 이유로 집중적으로 이식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식약처는 인공유방보형물에 대한 추적 관리를 하라고 법을 만들었지만 전혀 이행을 하지 않았다”며 “의사들도 이식 수술에 몰두했을 뿐 환자들에게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았다.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인 부작용을 겪고 있는데도, 정부와 제약사의 보상이 미진했기 때문에 환자들이 소송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 NDMA 검출 ‘후폭풍’

식약처, 손바닥 뒤집듯 입장 번복…환자들 ‘불안감’만 가중

하반기의 대형 이슈는 ‘위장약 라니티딘의 판매 중단 사태’였다.

식약처는 9월 26일 국내 유통 중인 라니티딘 원료의약품(7종)과 이를 사용한 완제의약품(269품목) 전체에 대해 잠정적으로 제조 수입 판매를 중지하고 회수 조치에 돌입했다. ‘라니티딘 성분의 원료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인 NDMA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서 검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혈압약 발사르탄 사태’에 이어 올해에도 ‘NDMA 폭풍’이 식약처를 뒤흔든 것.

라니티딘 복용 환자 144만명(9월 25일 기준)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한 환자는 유방암 환우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시 “라니티딘 성분의 위장약을 거의 1년 반동안 아침 저녁으로 꼬박꼬박 먹었다”며 “암환자인데도 발암물질을 내 손으로 먹고 있었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환자 역시 “4년 넘게 라니티딘을 복용해왔는데 재처방 문자만 한 통 받았다”며 “얼마 전 악성 종양으로 수술했는데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없다. 너무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라니티딘을 장기 복용한 환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한 것.

식약처의 ‘오락가락’ 대응도 환자들에게 혼란을 제공했다. 불과 열흘 전 식약처는 위궤양 치료제 잔탁(성분 라니티딘)과 원료제조소에서 생산된 라니티딘에서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손바닥 뒤집듯이’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NDMA 검출 이슈는 또 다른 위장약인 니자티딘으로 옮겨갔다. 식약처는 최근 NDMA가 검출됐다는 이유로 13품목을 제조 및 판매중지하고 회수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라니티딘은 ‘전량회수’, 니자티딘에 대해서는 ‘일부회수’한 점에 대해 지금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다른 전문의는 “NDMA 검출에 관해 식약처는 원칙이 없다”며 “식약처는 발사르탄 사태 당시 일부 약에 대해 회생의 기회를 줬지만 지금은 라니티딘 성분의 약을 전부 없애버렸다. 유럽이나 미국은 NDMA가 검출된 해당 라니티딘 제품에 대해 리콜 조치를 취하는 점과 비교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은 제약사와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하면서 함께 NDMA 검출에 들어가서 한쪽이 높게 나오면 분석을 다시 한다. 신중한 접근을 취하고 있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 접근 없이 모조리 라니티딘을 회수하는 것은 제약사에게 상당한 피해를 안겨주고 환자들의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NDMA 검출 이슈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식약처는 당뇨약 ‘메트포르민’에 대해서도 불순물 조사를 진행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NDMA가 정말 위험한 물질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원인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터지고 있는 상황인데 도 식약처는 임기응변식 대응만 하고 있다. NDMA에 대한 물질 자체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필요한데 연구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중요한 사실은 인보사, 인공유방, 라니티딘, 니자티딘 등 2019년에 발생한 대형 이슈에 대해 ‘이의경 식약처’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위험 가능성을 파악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이의경 식약처’의 2020년에도 수많은 환자들이 ‘아픔’과 ‘불안’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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